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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노래] 6. 화산 사람들의 봄2021-04-12

[사람의 노래] 6. 화산 사람들의 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서 함께한 악기 칼림바


모차르트 '봄의 동경' 같은 화산


앞뒤로 차와 건물, 사람이 빽빽한 강남에서, 집나온 닭과 고라니가 우는 화산으로 이사를 온다고 내게 갑자기 여유시간이 주어지는건 아니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것은 아곳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곳마다 계절이 보여주는 광경에 하루에 몇번씩 상념을 들추어내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는것이고, 이 시간은 나에게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특전을 선사한다.

지난 가을 화산중학교 옆으로 줄이은 은행나무가 만들어놓은 샛노란 낙엽은 마치 푹신한 스펀지처럼 몇 주동안이나 쌓이고 쌓여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냈다. 세상이 하얗게 변하던 겨울이 지나 봄이오자, 화산중학교 건너편 강옆의 길에는 나는 존재조차 몰랐던 벚나무들이 정신이 몽롱할 정도로 만개를 하였다. 머리위론 연분홍의 벚꽃과 목련이, 발 닿는 곳에는 패랭이꽃, 수선화 등 이름조차 모르는 꽃들이 널려있고, 만나뵙는 주민들마다 서로 사진첩의 꽃사진을 보여주고 감탄을 주고 받고, 혹시 번지는 꽃인지, 조금 캐와도 되는지를 묻는것을 화산의 봄인사로 배우고 있다

은행나무의 짙은 노란색에서 벚꽃의 연분홍으로 넘어오는 곁을 지키며 춘하추동이라는 화두가 내 머리 속을 맴돈다. 말한마디 없이 지치지도 않는 자연은 반복적 모든것은 때가 있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우리의 생명 속에 봄과 여름을 즐기고, 가을을 누릴 수 있기를 응원해주며, 겨울이 오기전에 준비를 하라고, ‘춘하추동’, ‘생로병사모두 너의 이야기라고 끊임없이 알려주는 자연의 뜻을 이제서야 아주 조금 이해하기 시작했다.

화산의 봄은 꽃으로만 오는것이 아니다. 인생의 봄을 시작하여 살아내고 있는 어린이들이 부르는 작지만 음색이 매력적인, 확실한 멜로디가 없는 듯하지만 듣기 좋은 봄노래를 통해서도 봄이 온다. 아이들은 가만히 눈만 바라봐도, 목적없이 뛰고 웃는 환한 표정만으로도 모차르트 봄의 동경(Sehnsucht nach dem Frühling)의 선율처럼 간결하며 가볍고 아름답다. 화산에는 이 봄노래를 듣고싶은 싶은 키가 큰 어른들이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묵묵히 제자리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화산지역아동센터에서는 축구교실로 아이들에게 에너지를 채워주고, 빨래터에서 진행하는 마을학교에서는 원데이클래스를 열어 재밌는 만들기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동시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통해 화산소리라는 칼림바 앙상블로 함께 노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재능기부와 학부모들의 봉사로 마련되는 빛의 학교에서는 명사특강과 학업의 길잡이 역할을 자처한다.

이 작은 면에 봄노래를 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고, 그들이 언제든지 노래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어른들이 함께 봄을 맞이하는것 자체가 잔잔하지만 내실있는 축복이라고 느껴지며 백조처럼 쉼없이 움직이는 발걸음에도 화산주민이라 누리는 질적인 여유로움에 감사한 마음 또한 넘친다. 초가을쯤 온 듯한 나의 인생에서 보지못하던 다른이의 봄을 보고, 나보다 먼저 아이들의 노래를 듣고있던 다른 어른들을 보고 배우는것은 춘하추동의 화두가 늦가을을 준비하는 내게 준 또 하나의 선물인듯하다.


/김민경(완주문화재단 한달살기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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