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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돌마을의 만추] 백남인-정명례 부부2020-11-12

[선돌마을의 만추] 백남인-정명례 부부

그냥그냥 열심히 살았더니 오늘이 왔고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 말하는 백남인 정명례부부


지나온 세월

사진속에 켜켜히 남아

없는 살림에 '그냥그냥' 열심히

자식들 다 키운 지금 가장 행복


백남인(71)씨는 입석마을이 고향이다. 아내 정명례(62)씨는 단지마을에서 이 마을로 시집왔다.

부부의 첫째 딸이 마흔둘이니 명례씨가 이 마을에서 산지 43년은 된 거 같다. 딸 둘에 쌍둥이 아들 둘까지 모두 키워내느라 정말 정신없었던 시간이었다.

지금이야 자식을 낳으면 시어머니, 친정어머니가 돌봐준다고 하는데 우리 때는 그런 것도 없었어요. 버섯도 키우고 감농사도 하고. 감 깎을 때는 우리 애들 못 돌아다니게 커다란 대야에 앉혀놓고 일을 했어요. 바쁠 때는 애들 들쳐 메고 밭일도 하고 그랬죠.”

그렇게 일을 많이 해서일까. 명례씨는 허리 디스크로 힘든 요즘이다. 남편 남인씨도 젊은 시절을 떠올리니 고생했던 기억이 수없이 스쳐지나간다.



하루 벌어먹고 살았어요. 결혼해서 자식들은 생기고 돈은 없고. 몸뚱이 하나로 지금까지 살아온거에요. 젊을 때 서울에 올라가서 전파사도 다녀보고 떡도 배워보고 주유소 일도 했죠. 남의 일 다녀봐야 돈은 못 모아요. 그래서 남들 잠 잘 때 돈을 벌었어요. 그랬더니 세월이 흐르고 세상도 바뀌더라고요.”

부부는 마을 사람의 소개로 만났다. 남인씨가 스물아홉, 명례씨가 스물하나. 1219일 눈이 오던 날 부부는 고산면 한 결혼식장에서 결혼했다.

평화예식장이었나? 오래돼서 이름도 기억 안나요. 결혼식 올리고 고산에서 배를 타고 동상에 들어와서 다시 경운기를 타고 집으로 왔었던 거 같아요. 눈이 내렸고 추웠어요.”

그날의 기억은 부부의 안방에 고스란히 세월을 함께 하고 있다. 결혼식장에서 찍은 어여쁜 명례씨와 멋진 남인씨의 사진이 세월이 묻은 액자에 걸려 수십년째 함께 한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어디 여행이라도 가면 사진 많이 찍거든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요새는 여행도 못 가네요.”



그래서인지 거실에는 자식들 결혼 사진, 손주들 사진, 그리고 얼마 전에 찍은 부부의 리마인드 웨딩사진까지 빼곡하다. 옆 동네 남녀가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고 그들이 뿌린 씨앗의 이야기가 사진 한 장 한 장에 담겨져 있다.

명례씨는 웃음이 많다. 힘들었던 과거 이야기를 할 때도 그냥 그냥 살았다며 웃어버린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묻자 그의 대답은 과거가 아닌 현재에 있었다.

그냥 그냥 살다보니 이날까지 살았어요.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아이들 다 키우고 그냥 그냥 사는거죠. 자식들이 전주 사는데 손주들도 자주 와요. 몸이 아프더라도 손주들 보면 예쁘죠.”

부부는 먹을 만큼의 농사를 짓고 있다. 표고버섯, 감농사, 양파, 마늘, 참깨, 들깨, 벼농사까지. 가짓수가 많다고 하니 이 정도는 시골에서 다 짓는 정도란다. 자식들 챙겨줄 용도의 농사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다.



부모가 배움이 부족하니까 자식들한테는 그거 하난 물려주기 싫더라고요. 어떻게든 가르치려고 했죠. 우리는 자식들한테 바라는 것 없어요. 자식들만 잘 먹고 잘 살면 돼요. 우리도 젊을 땐 정신없이 바쁘고 힘들게 살았지만 이제는 우리 둘만 먹고 살면 되잖아요. 이게 편안하게 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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