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기획특집

[선돌마을의 만추] 전주서 마을 오가는 김유옥 씨2020-11-12

[선돌마을의 만추] 전주서 마을 오가는 김유옥 씨

정지문 밖에

무르익은 가을이


대들보-아궁이 흙집 원형 보존

"훗날 딸이 여기서 살고 싶대요"


이날 일기예보에서 들은 낮 기온은 11도였지만 체감 온도는 그 이하였다. 바람이 불었고 공기가 차갑다. 저 멀리 텃밭에서 바지런하게 몸을 움직이던 김유옥(64)씨가 보였다. 집 앞에는 말린 수세미가 정갈하게 널어져 있다.


“20여 년 전 에 이 집을 마련해두고 그때부터 오가고 있어요. 시간 날 때마다 오게 된 건 5, 6년 정도 된 거 같아요. 텃밭 농사를 시작한 것도 그 정도 됐는데 힘들어요. 오늘은 호박순도 따고 가지도 따려고요. 남편이랑 우스갯소리로 살 빼려는 사람은 여기에서 일하고 가면 된다고 할 정도로 정신없이 바빠요.”


유옥씨가 텃밭에서 적상추를 뜯고 있다


처음 이곳은 유옥씨의 남편을 위한 공간이었다. 대학 교수인 남편이 방학 때 마다 학생들과 공부할 공간이 필요했고 처음에는 이곳을 공부 공간으로 사용했다. 부부 외 다른 사람이 잠깐 살기도 했고 어떤 때는 별장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친구들 모임의 아지트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쓸모도 많고 활용도 높은 공간이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여기에 집을 짓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쉽지는 않더라고요. 여름이면 지천이 파랗고, 또 집안에 앉아서 창문으로 비 오는 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참 좋아요. 빗소리도 듣기 좋잖아요.”



유옥씨는 오늘 시내버스를 타고 전주에서 한 시간 걸려 마을에 왔다. 조금 이따인 오후 115분 버스를 놓치면 440분 버스를 타야한다.

시내버스를 탈 때 사람이 없으면 왠지 미안한 마음도 들어요. 동상은 해가 짧아서 3시만 넘어가도 해가 꼴깍 넘어가요. 440분 버스를 타고 나가면 깜깜해지죠.”


겉으로 봐서는 현대식 주택인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사뭇 다르다. 오래된 정지문을 열면 아궁이가 있다. 원래 원형인 흙집을 훼손시키지 않고 대들보와 아궁이 등을 그대로 살려놓았다. 1967년 만들어진 흙집이다. 아직 온수가 들어오지 않아 씻으려면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고 아궁이 솥에서 물을 끓여 바가지로 가져다 써야한다. 불편하지만 감수할 수 있을 만큼의 불편함이다.


흙집이라 불도 떼고 싶더라고요. 편리하려고만 한다면 얼마든지 누릴 수 있지만 이렇게 그대로 놔두고 싶었어요. 이런 집에 사는 것보다 이런 집을 가진 친구가 있는 사람이 좋다잖아요(웃음) 저희 친구들이 이곳을 좋아해요.”


특히 아궁이에서 불을 떼다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도 유옥씨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이다. 그을음 가득한 아궁이와 다르게 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가을 그 자체이다. 하나하나 올린 정겨운 돌담위로 울긋불긋한 나무와 파란 하늘이 보인다.



불 떼는 것도 잘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잘 못해요. 집에 손님이 오면 아궁이 솥에 토종닭 한 마리 사서 삶으면 다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물이 좋은 건지 솥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어요.”


유옥씨는 이 집을 좀 더 살뜰히 가꾸고, 아끼고 싶다. 어쩌면 그에게 농사는 핑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의 집을 한번이라도 더 오가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딸이 나이가 들면 이집에 와서 살고 싶대요. 그때가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딸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메이드 인 공공] 엄마들의 창작극단 '창연'
다음글
[선돌마을의 만추] 백남인-정명례 부부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