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공동체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웃어라 공동체

> 이달 완두콩 > 웃어라 공동체

[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② 경력단절 육아토크쇼2020-06-12

[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② 경력단절 육아토크쇼




 

독박육아, 개인이 아닌 우리들의 현실

 

문화다양성 강연회 풀씨첫 시간

부모들 모여 육아고충과 경험 나눠

 

좋아하는 말 중에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는 말이 있어요. 육아도 마찬가지예요. 부부가 한 배를 탔다는 걸 인지하고, 운명공동체로 함께 성장시켜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난 523일 토요일 오후, 이서 별빛공방에 손을 맞잡은 부부에서 마스크를 쓴 아이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완주문화재단 문화다양성 강연회 풀씨를 함께 하기 위해서다. 완주공동육아 숟가락이영미 대표는 이날 강연을 맡아 본인의 경력단절과 육아에 관한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강연 내내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웃음 지었다. 시간동안 야외에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놀이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부모라는 책임감보다는 부부관계부터

완주문화재단 문화다양성 강연회 풀씨2020 문화다양성 주간을 맞아 여성, 다문화, 장애인을 주제로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완주 곳곳의 문화다양성 이슈를 알아보고 함께 소통하며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경력단절, 육아토크쇼 온기라는 주제로 펼쳐졌다.




지난 5월 23일 토요일 오후, 이서 별빛공방에서 열린 완주문화재단 문화다양성 강연회 '풀씨'에 참가한 이들이 완주공동육아 '숟가락' 이영미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다.


강연을 맡은 이영미 대표는 서울에서 완주로 내려 온지 9년차. 그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본인이 아이를 낳고 육아를 시작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아이를 낳으면 저절로 부모가 될 줄 알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전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직장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상황이 바뀐 것이다.

아이가 온전히 나로 인해서 성장해 나가는 존재라는 과도한 책임감에 휩싸였던 시간이었어요. 육아휴직 1년 후 복직을 했는데 그동안 남편이 휴직을 냈죠. 남성들이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 아이의 옹알이, 걸음마 등 유일하게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죠. 주체적으로 자기역할로 받아들여야 진정한 부모가 되는 거예요.”

이 대표는 부모자식 간 관계 이전에 부부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짚어냈다. 힘든 시기, 전시상황에서 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전우애를 느껴보라며 말이다. 보통은 아이를 잘 키워서 성장시키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하지만 이 대표의 관점은 달랐다.

그는 아이들은 직관이 뛰어나서 곧장 어른들을 모방하곤 한다. 내가 성장하고,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부부가 안정적이어야 자녀도 불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너도? 나도! 겪고 있는 우리들 이야기

이 대표의 강연에 이어 2부 순서로 참가자들과 함께하는 소통콘서트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둥글게 모여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다. 서로를 마주보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주로 주변에 살고 있는 젊은 부부들이 대화에 참여했다.

소통콘서트가 시작되고 제일 먼저 입을 뗀 이수연(33). 그는 남편 직장이 있는 완주로 이사 온지 16개월 가량 됐다. 이전에는 서울에서 미술 강사로 일하며 매일 출근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지만 아이를 낳고부터 모든 게 뒤바뀌었다.

신문에서 기혼여성 두 명 중 한 명은 경력단절여성이라고 하는데, 그게 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막연한 두려움조차도 없었고 남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거든요.”




수연씨는 자신의 예전 모습과 비교하며 본인 삶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 더군다나 친정은 서울, 시댁은 부산에 있어 지원군마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이서에서 도예수업을 받던 중, 기회가 닿아 감성회화 강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 그는 첫 수업했던 순간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나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앞으로 문화예술인으로서 청년활동을 하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친정이 전주인 강여주(33)씨는 10개월 된 아이를 돌보는 것이 일상이다. 그동안 힘든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아이를 낳고 이제는 주도적인 삶이 아니라 아이로 인한 수동적인 삶을 살겠구나 싶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10개월 동안 남편과 다투기도 하며 앞날을 걱정했던 것이다. 누구에게나 부모가 되는 경험은 처음이듯, 여주씨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남편 김준호(36)씨도 아빠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손 씻고 아이를 돌보고, 야근하는 날이면 아이 얼굴조차 보지 못하는 일상이 반복됐다.

어떻게 보면 집으로 출근하고 회사로 퇴근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제 딴에는 육아를 한다 싶어도 아내가 더 힘들었겠구나 싶죠. 앞으로 아내와 대화를 많이 해보면서 해결점을 찾으려 해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의 속사정을 듣고서, 결혼생활 선배의 아낌없는 조언이 이어졌다. 구이면 문화이장을 맡고 있는 이소영씨는 정답은 없다. 아이들은 그냥 알아서 자라니까 뭘 해줘야한다는 강박감을 줄여도 좋다. 아이를 앞에서 이끌어 나가려 하지 말고 뒤에서 따라가는 연습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이영미 대표는 8년 육아를 하며 느낀 점을 얘기했다. 그는 우리가 내린 결론은 각자가 행복한 방법을 어떻게든 찾자였다. 또 남편과의 문제는 남편에게, 아이와의 문제는 아이에게서 찾아야 한다. 밖에서 얻은 정보로 해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야기 그 후

약 두 시간동안 진행된 소통콘서트에서 자주 언급 된 말이 있다. 바로 답이 없다는 것이다. ‘정해진 답이 없으니 뜻대로 하자는 말인 동시에 명확한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아내가 육아에서 손을 떼고 지역 안에서 교류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는 게 힘든 부분인 것 같다.”




이번 강연회에 참여한 백승열(39)씨의 고민이다. 이날처럼 함께 모여 논의하는 것이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겠지만, 문제의 본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 이상 개인이 육아문제를 오롯이 감당하기엔 벅찬 현실이다.

이에 대해 이영미 대표는 건강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경제적 보장과 복지 안전장치를 필요로 한다. ‘부부육아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신인혜 담당자는 이런 자리를 통해 각자 고민했던 부분들이 우리 지역 안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또한 문화다양성 강연회 풀씨가 지역에 문화다양성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관련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완주군의 문화다양성 발굴과 가치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로컬푸드 食이야기 16] 우리콩두부영농조합
다음글
[웃어라공동체] 완주자연지킴이연대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