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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食이야기 16] 우리콩두부영농조합2020-06-11

[로컬푸드 食이야기 16] 우리콩두부영농조합


좋은콩, 오랜 노하우

두부맛? 말해뭐해!


요즘 밖에서 외식을 하지 않고, 집에서 요리를 해서 먹는 가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집에서 삼시세끼를 해먹으면서 확진자가 됐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밤늦은 야근과 불규칙한 식사,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외식으로 점철되던 이전의 일상에 비하면 그들의 몸은 더 건강해졌을 것이다.

집에서 음식을 하려고 장을 볼 때 왠지 꼭 사둬야 할 것 같은 품목들이 있다. 두부, 콩나물, 계란. 특히 두부는 칼로리가 낮지만 포만감은 높고 고단백 음식이어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나 채식을 하는 사람,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나도 두부를 좋아해서, 처음 완주로 와서 로컬푸드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다양한 두부를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완주는 두부 만드는 공장도 많은데, 이것저것 먹어보고 질감이나 맛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한낮의 온도가 30도를 훌쩍 넘기며 본격적으로 여름이다. 따끈한 두부 요리보다는 시원한 콩국물이 더 많이 생각나던 차에 한동안 로컬푸드 매장에서 보이지 않던 콩국물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콩국물은 상하기 쉬워서 로컬푸드 매장에서 진열되는 기간이 1일인데 사람들이 주로 많이 찾는 계절인 초여름에 출시해 9월까지 판매한다고 한다.

소면을 삶아서 잘 만든 콩물만 시원하게 부어 먹으면 유명 콩국수 집이 부럽지 않은 한끼가 완성되니 여름 집밥 메뉴로 이만한 게 또 있을까? 이번 달은 제대로 잘 만든 두부와 콩국물을 소개하기로 하고 평치마을 우리콩두부영농조합을 찾았다.



이번 취재는 두부를 좋아하고, 함께 율소리에를 운영하는 소남(박지숙)도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새벽 530분에 만나 출발했는데, 비봉면에 있는 평치마을에 도착하자 날이 완전히 밝았다. 새벽 3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는 두부는 이미 한참 작업중이었고, 우리가 취재하려고 했던 콩국물은 작업이 벌써 끝났다고 했다. 공장 안은 고소한 콩 삶는 냄새와 시끄러운 기계소리로 생기가 넘쳤다.

8시간 이상 불린 콩을 삶아서 갈면 콩물이 되고, 갈아서 비지를 빼낸 물을 끓이고 이 콩물을 응고시키면 두부가 된다. 간단한 공정이고 단순한 재료지만 매번 맛이 달라지지 않으려면 더 신중해야 한다. 첨가물이 별로 없는 음식은 첫 번째 재료가 좋아야 하겠지만, 간에 따라 맛이 많이 달라져 사람의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완주 지역에서 구입한 국산콩만 쓰는데, 콩이 좋으면 콩물이 우윳빛이에요. 그럴 때는 간수를 평소보다 더 많이 넣어야 해요. 반대로 콩이 안 좋으면 누런 빛이 나기도 하는데, 콩의 수분에 따라 매번 상태를 보면서 응고제를 넣어요.”

조영순 총무님은 비봉우리콩두부의 창립멤버로 12년 동안 함께 일하고 있다. 새벽 230분에 나와서 콩을 삶고 작업 준비를 마치면 330분부터 다른 직원들이 출근하고 일을 시작한다. 총무님은 두부 성형을 하며 포장을 하는 도중에도 공장 안의 모든 기계 소리를 듣고 온도를 맞추고 압력을 빼는 일을 진두지휘를 했다. 제품의 품질을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 매 순간 긴장해야 했다.

아침에 10시까지 두부 공장에서 일하고 점심에는 식당에서 일 도와주고 오후에는 밭일하고 들어갔어. 그러고 누우면 3분안에 잠들어.”

가장 힘든 건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는 거라고 한다. 취재를 하러 간 날도 고사리를 뜯다가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있었는데, 쉴 수가 없어 한쪽 다리에 비닐로 방수처리를 하고 일하고 있었다. 매번 콩의 상태에 따라 판단하고 다르게 작업해야 하니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았다.


갓 나온 두부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고, 네모 반듯하게 잘라낸 단면이 침샘을 자극했다. 아침 일찍 출발하느라 공복에 배가 출출했는데, 따뜻한 두부를 한입 먹고 신김치 생각이 간절해졌다. 방금 짜낸 콩물도 마셔봤는데, 두유처럼 곱고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여름철에는 건강을 챙기기 위해 콩물을 음료 대용으로 마시기도 한단다. 목에 걸리는 것 하나 없이 부드러운 콩물이 두유보다 더 깔끔한 맛이어서 콩의 비린 맛 때문에 싫어하던 사람도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봉우리콩두부의 주력 상품은 우리콩두부와 매생이를 넣은 매생이 두부가 있다.



각 지역마다 향토음식으로 두부에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 만들기도 하는데, 비봉우리콩두부도 다양한 시도를 했었다. 추어두부, 파래두부, 돼지감자 두부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지만 그 중 매생이 두부가 가장 상품성이 좋았다고 한다.

바쁜데 옆에서 이것저것 여쭤보는 게 미안해서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양손 가득 두부와 콩물을 선물로 주셨다. 집으로 오는 길에 소남과 나는 우리의 노동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음식을 만드는 공장은 대부분 새벽에 일과를 시작하고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다.

맛있는 음식이 완성되는 순간은 잠깐이고, 대부분의 일과는 무거운 재료를 나르고 뜨거운 기계를 다루느라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작업이 끝난 뒤에 청소로 남은 힘을 다 써야 한다.

일의 보람과 맛에 대한 투철한 신념도 있겠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그 오랜 시간을 묵묵히 버틸 수 있을까? 무엇이 이들을 일하게 하는지 궁금했다. 부지런한 사람만이 이런 일을 일할 수 있는 건지, 일을 통해 사람은 더 부지런해지는 건지 풀리지 않은 의문을 품은 채 우리의 일상에서 함께 풀어보기로 했다.

취재를 하면서 이렇게 부지런히 일하는 분들을 만나고 오면 그 날 하루는 나 역시 에너지를 받아 건강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특별한 레시피는 없어도 특별한 누군가의 신성한 노동이 담겨있고, 그 가치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음식이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정보]

우리콩 두부 500g 3500

우리콩 순두부 500g 2200

매생이 두부 500g 3500

우리콩 콩물 500ml 3500/ 1l 6500

구입처 : 완주 및 전주 로컬푸드 매장

구입문의 : 비봉 우리콩두부 영농조합 010-4517-0321


/글·사진= 조율(조율은 2017년 말 완주로 귀촌, 고산미소시장에서 가공품을 판매하는 상점, 율소리에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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