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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농어업회의소 연수기 (2)오스트리아2019-04-01

완주군농어업회의소 연수기 (2)오스트리아

완주군농어업회의소 연수기 (2)오스트리아


농부는 국토의 관리자

당신이 즐기는 자연의 정취는 우리 덕이다

 

완주군농어업회의소의 연수일정은 무척 빡빡했다. 매일 2곳 이상의 일정을 소화했는데 방문지로 출발하기 전에는 모여서 그곳에서 무엇을 물을지 정리했고 저녁 먹고 들어와서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숙소에 모여 그날 보고 느낀 생각을 공유했다. 방문지에서 보내는 2~3시간과 다음방문지로의 이동시간을 빼면 상점에 들려 지인들 줄 선물하나 고를 시간이 없었다. 이런 빡빡한 일정은 오스트리아에서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연수일정마다 빽빽하게 적힌 노트.


직불금 신청서 통해 농가현황 파악

오스트리아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EU 공동농업정책(CAP)의 규율을 따른다. 공동농업정책의 목적은 농가단위의 온전한 농촌 환경을 유지하고 농업과 타산업의 결합을 통한 다양한 소득원 창출과 고용증대에 있다. 유럽의 직불금도 이 틀 안에서 이뤄진다.


오스트리아 방문코스는 농업회의소에 집중됐다. 잘츠부르크 주농업회의소와 그 산하에 있는 지역농업회의소, 현지농민위원회로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농업회의소는 주법에 의해 설립된 공적 조직이면서 농림업 종사자들이 선출한 대의원으로 구성되는 대의기구로 농업인을 위한 서비스 활동과 정부 위탁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협치농정이 이 기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농업회의소의 주요 업무는 농업인 대의기구, 농가 지도 및 상담, 회원 직업교육, 정책자금 신청 등이다. 이중 앞 3개는 농업회의소 고유 업무에 속하고 정책자금 신청업무는 정부사업을 대행하는 것이다. 정책자금 집행에서 가장 주된 업무는 EU의 직불금을 농가가 수령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인데 농업회의소는 농가의 신청업무를 처리하고 집행과 감독은 직불금처리전문기관(Agrarmarkt Austria, AMA)이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신청처리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곳은 지역농업회의소다

 

잘츠부르크 지역농업회의소 사무총장 Reinhard Kreiseder 씨는 신청시기가 되면 6명의 직원을 고용해 8주 동안 농가와 11로 신청서를 작성 한다우리와 같은 조직이 잘츠부르크 주농업회의소 산하에 5곳이 있는데 여기서 책임지고 있는 회원은 2,000여 농가에 달한다고 밝혔다. 연수단은 이 대목에서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이 지원서비스가 단순히 직불금 신청 접수만으로 끝나는 활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농업회의소는 이 까다로운 직불금 신청서를 채워가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지역농가의 현황을 파악하게 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 해 계획재배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계획재배가 가능하면 농산물 가격 폭등락도 막을 수 있다.

    


 

관광산업에도 일조하는 농부들

연수단 일정의 대미를 장식한 곳은 잘츠부르크 현지농민위원회 위원장 중 한명인 Joglbauer 씨 농장. 그의 농장은 300년 동안 7대에 걸쳐 가족농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Joglbauer 씨의 안내를 받아 농장을 둘러봤다. 축사와 가옥이 붙어있는데 냄새하나 없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이 같은 깨끗함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농가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농부들은 농지를 골프장처럼 관리하고 있었다. 물론 농약 범벅인 골프장과 비교하는 게 적절하진 않다.


일행 중 누군가 농부들이 환경을 지키고 국토를 지킨다는데 동의하느냐고 묻자 Joglbauer 씨는 그건 당연한 거고 하나 빠진 게 있다고 말했다. “당신들도 차를 타고 오면서 농가들이 예쁘다, 깨끗하다 하면서 왔을 겁니다. 농부들은 환경보전 뿐 아니라 이 나라의 관광업에도 일조를 합니다. 여기 잘츠부르크가 아름답고 깨끗하고 어디를 가도 경치가 좋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이죠. 관광객을 유치하고 시내에서 비싼 호텔비를 받을 수 있는 건 다 우리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오스트리아 농부들은 농사를 다 지은 뒤에도 풀을 깨끗이 깎고 집집마다 꽃을 걸어놓는다. 이런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직불금이 지급되는 것이고.


떠나오는 버스 안에서 Joglbauer씨 농장의 낡은 트랙터가 일행의 화제에 올랐다. “1945년에 만들어져 1948년에 이 농장에 온 것이에요. 내 조부님이 들여놓으신 거죠. 고장 나서 버리려 했는데 손자가 그냥 놔두래요. 고쳐 쓸 거라고.”



환경에 대한 농부들의 인식이나 소비자가 농업에 갖는 공감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부러워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농업정책도 길게는 몇 백 년, 짧아도 수십 년의 세월을 거쳐 오며 체계화된 것이다. 연수단은 68일간의 일정에서 그것을 보았다.

 

출근길. 세상이 온통 뿌옇다. 뉴스는 또다시 미세먼지의 공습을 알렸다. 사람이 부른 재앙. 완주의 농부들은 생각이 많아졌다. 조만간 협치농정, 친환경, 직불금, 소비자연대, 조직화, 가족농, 직업교육, 정치력 등 연수단을 따라다닌 생각의 씨앗들이 완주군 농어업회의소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또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지로 모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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