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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노래] 11. 안녕하세요! 2021-09-17

[사람의 노래] 11. 안녕하세요!

짧은 인사를 가슴에 들고 서 있자니 사람이 정말 많이 스쳐갔다.

새로 지나가는 사람, 예전에 봤던 사람, 처음이지만 마치 알고 지낸듯 깊게 느껴지는 사람.

어떤 사람은 얼굴을 익히자 마자 힘이든다며 고개를 숙이기도했고,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것을 한없이 퍼주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새로 만난 또 한 사람은 날카로워 보였지만 괜찮은 척을 했고, 누군가는 만나자마자 새로운 길을 떠나기로했다며 작별 인사를 했다.

지나치게 자유로워보이던 한분의 첫인상은 정말 비호감이었는데, 지금은 하루가 멀다하고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또 어떤 이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였지만, 틈만나면 고물을 주어 집으로 갖고오고, 본질을 들여다보려는 욕구를 아직도 간직하고계시다. 어느날 바깥의 풀을 뜯어 그림을 그리자는 말에 한 친구는 다 뜯겨 죽어가는 풀을 잔뜩 모아와서는 풀을 죽이는게 미안하니 싱싱한 풀을 뜯을 수 없다며 착한 얼굴을 했고, 항상 미소담긴 얼굴로 품을 팔러 다니는 세상 좋은 얼굴의 동네 주민은 집 앞에서 개를 키웠는데, 밥을 먹여 복날 팔기위해서라고 하셨다. 그 강아지는 지난 중복에 빨간 탕이 되어버렸다.

하고 싶던 미술을 가르쳐주지 않은 부모님께 반항하는 마음으로 젊었을 때 힘 좀 쓰며 살았다는 스님은 산을 개간해 도로까지 만들어가며 부처님 모실 집을 짓고 있었고, 시간 날때마다 달마도를 그리신다.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들이 낮에 커피를 마시면 팔자좋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는다고 말하던 페미니스트는 신경질이 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세상 해맑은 얼굴로 이쁜 말을 하는 친구는 너무나 이국적인 정원을 가꾸며 항상 라벤더 걱정을 했다.

완주에서 겪는 모든 일들을 사춘기 아이처럼 신이나서 받아들이는 어떤 이는 돌아오는 겨울에 불에 태워버릴 피아노를 찾아다니는 중인데 그건 나다.

 

내가 살던 서울에서보다(고향이라는 명칭은 나에게 아직도 남의 단어다.) 사람을 더 만난건 아닌것 같은데 이곳에서 만난 이들과는 함께 숨을 쉰 느낌이랄까. 그래서 정말 많은 사람을 알게된것 같은 생각이든다.

시골 할머니들이 안녕하시냐는 인사 한마디에 백마디어치 당신의 하루를 쏟아내시는건, 혹시 그들이 무료해서는 아닐까 생각했었다. 지친 몸 위에 쌓인 무료함이 자신에 대한 관심에 허기지게하고, 그 감정이 인사건내는 이가 어쩌다 아직 결혼을 안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지는게 아닐까.

어르신들의 너무나 사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말로 풀어내야하고, 사는게 힘들다는 밤 넋두리에 마음이 함께 아퍼도, 그래도 사람을 만나는건 좋은 일이라는것을 완주에 와서 배웠다. 나를 위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이 아니라면 모두 조건과 배경에 맞추어 사람을 대하며 가슴에 쌓아뒀던 외로움은, 지나가며 듣는 안부인사 몇마디들이 겹치고 겹쳐 어느새 거의 다 녹아버린듯하다.

시골사람은 서울사람 코베어 간다고 하고, 서울사람은 시골사람 앞 뒤없이 무서운 사람들이라 하지만 완주에서 내가 느끼는 요동없는 깊고 열린 마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김민경 (완주문화재단 한달살기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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