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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노래] 7. 나이가 들면 어떤 얼굴을 갖게 될까2021-05-11

[사람의 노래] 7. 나이가 들면 어떤 얼굴을 갖게 될까


박화자, 이영설 어르신


완주문화재단의 한달살기가 끝날 무렵, 곧장 서울로 돌아가기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한두 달 정도만 여유 있게 더 있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지역 특성상 머물 수 있는 곳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별 수 없지 뭐, 처음 계획처럼 서울로 돌아가야겠다고 맘을 먹을 때 쯤, 박화자, 이영설 어르신을 만났다. 자식을 길러낸 큰 집을 보여주셨고, 집안에는 가족사진이 어느 벽 하나 비워두지 않고 가득 붙어있었다. 활짝 웃는 얼굴로 컵 한 가득 물 한 잔을 주시며 맛보라고, 참 달다는 말씀에 마을과 집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게다가 번듯한 집에 비해 너무나도 착한 가격에 계획한 두 달 후에는 잠깐씩 와서 쉬어도 좋겠다는 생각에 연세로 집에 들어오게 되었다.

사람들은 집 구하기 힘든 화산에서 참 운이 좋다고 말했지만,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은 집을 구한 것뿐이 아니었다. 한달살기를 마치고 이곳으로 작은 짐들을 옮기니 날이 슬슬 추워졌고 방을 좀 데워볼까 하고 들어간 보일러실에는 기름이 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어르신이 새로 사람 들어온다고 난방기름과 부엌에서 쓸 가스를 준비해주신 것이다. 관계를 계산에 의해서 생각하던 나는 상상도 하지 못 할 일이었다. 지금 생각에 나이 먹은 처자가 혼자 머물 곳을 찾는다니 자식생각하며 안쓰러운 마음으로 미리 챙겨주신 것 같다. 그런 마음은 마주칠 때마다 항상 활짝 웃는 얼굴로 맛난 음식과 채소를 나눠주시고 불편함 없는지 항상 돌봐주심에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보살핌에도 계산적인 생각을 쉽게 버릴 수 없고, 게으르기까지 한 나는 잠깐 머무는 곳이라는 생각에 남의 집에 피해만 주지말자라는 생각으로 집을 대했다. 그럼에도 어르신들은 오며가며, 이것 좀 치워라, 여기가 좀 지저분하네 등 잔소리를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항상 웃는 얼굴로 집에서 심심하지 않은지, 어디를 나가는지, 일찍 들어오라는 따스한 말들만 하셨다.

전입을 결심했을 때 시골사람들이 세상 제일 무섭다는 서울친구들과 부모님의 말씀이 맞는 면도 있겠지만, 우리집 어르신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내가 어린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은 일에도 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고, 하나라도 더 주시며 사랑을 표현하시는 모습을 보며 어르신들의 자녀들이 모두 잘되어 바쁜 와중에도 수시로 부모님 집에 와서 함께 지내는 모습이 당연히 여겨지고 동시에 부러운 생각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르신들 살아오신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으셨을까. 자신이 이루어낸 것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남을 믿지 않고, 가정 또한 사라지게 방치하는, 내가 아는 가진 것 많은 사람들의 삶과 그 과정이 그리 다르지 않았을 텐데, 이분들이 마음의 평안과 가정을 지켜내신 힘과 지혜가 정말 존경스럽다.

이영설 어르신은 며칠 전에도 드럼통을 지게에 메시고는 느릿느릿 산으로 오르셨다. 산에 이리저리 자라는 나물과 열매들을 헤집어놓는 멧돼지를 잡아야겠다며, 잡히면 같이 고기를 나누어먹자고 하신다. 한시도 쉬지 않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면서도 어르신~”하고 부르면 언제나 너무나도 반가운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뒤를 돌아보신다.

사진을 한 장 찍자는 요청에 우선 계란과 참외를 내 입에 넣어주시고는 며칠 전 어버이날을 맞아 자식이 선물로 준 한없이 고운 옷을 챙기시며 나이든 사람 찍어서 뭐하게하시지만 이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사셨는지 한번에 느낄 수 있는 환한 웃음은 사진을 뚫고 나온다. 어르신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진을 보며, 나는 나이가 들면 어떤 얼굴을 갖게 될까, 이분들처럼 행복하고 평안한 얼굴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에 잠기게 된다.

 

/김민경(완주문화재단 한달살기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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