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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노래] 4. 집들이와 피아노2021-01-30

[사람의 노래] 4. 집들이와 피아노

피아노를 매개로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규정과 형식을 파괴하는 기쁨을 누리기를 바란다는 김민경 씨의 독특한 집들이.


피아노 갖고노는 집들이에 초대하오

집들이와 피아노


화산으로 옷가지 몇개와 컴퓨터를 싸들고 들어온지 네달이 지나간다. 방바닥에 젖어든 장마비로, 찌는 듯한 더위에 대응방법을 알 수 없는 역병까지 손발이 반쯤 묶인것 같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이 부르는 끊임없는 노래는 1월 한 겨울 작은 난로가 방을 데우듯 서서히 나를 채운다.분명 내가 떠나온 서울에도 사람들은 많았고, 그들도 스스로를 노래하며 살고 있는데 왜 나는 그들의 노래를 전혀 듣지 못했을까? 내가 코흘리던 시절부터 동네를 지키시는 통장님은 아직도 새벽 5시면 빗자루를 들고 골목을 쓸고 계시며, 한달에 두세번씩 성범죄자 전입 알림고지를 통해 일방적인 인사를 나누던 나의 이웃들은 심지어 나에게 자신의 키와 몸무게, 사진까지 보여주며 자신의 과거까지 알려주었지만 그들의 노래는 내게 들리지 않았다. 왜 서울에서는 못 들어본 노래가 화산에서 들리기 시작하는지, (모든 원인은 나에게 있겠지만) 해답을 찾기보다는 지금 이곳에서 들리고 보이는 노래들이 좋고, 나는 그것을 즐기기로 했다. 그 즐거움에 대한 감사 인사로 나는 피아노를 갖고 노는 재미진 집들이를 기획하였다. 잘 삶은 돼지고기와 뜨끈한 찌개 대신 앞 마당에 놓인 번듯한 피아노를 내 마음대로 갖고 놀며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규정과 형식을 파괴하는 기쁨을 향유하고자 한다.



물론, 정부의 5인이상 집합금지 조치에 따라 한날 한시에 함께 모이는것은 불가능하게 되었지만,  4인 이하라면 누구든지 개별적으로 올 수 있는 퍼포먼스 집들이로 틀을 바꿔 지난 12월 28일 첫 문을 열었다. 화산에 위치한 문화아지트 빨래터 대표 최미경씨와 나는 모법생처럼 자랑스러운 얼굴의 피아노 건반위에 조그만 나무조각들을 올려놓고 불을 지폈으며, 최대표는 의자 위 높은 곳으로 올라가 불과 움직이는 손을 촬영했다. 뜨거운 불길 옆에서 즉흥연주의 마지막 음이 사라지고 높은 곳에서 불길과 매케한 연기 속에서 녹화종료 버튼을 누른 최대표는 발그래진 얼굴로 “재밌다, 재밌어!! 이거 재밌네~”를 외치며 피아노에 물을 끼얹었고 그녀의 얼굴에 시원한 듯 지어진 꽤 큰 미소를 보았다.며칠 뒤 또 다른 친구는 피아노 줄을 뜯어보고 싶다며 한참 분해를 하다가 구조이해 부족으로 결국은 실패하고는 피아노를 퉁퉁 몇대 때리고 가기도했다.  완두콩 지면을 빌려 완주분들을 집들이 퍼포먼스에 초대하고 싶다.• 위치: 문화아지트 빨래터(완주군 화산면 화산로 702)• 가능인원: 1인-4인(각 5분)• 피아노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행위 가능• 자신의 퍼포먼스(놀이)를 위한 도구 지참• 안전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음• 사전연락 필: 연락처(김민경 010 4240 0668)항상 좋은 곳에만 앉아있던 피아노에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묵힌 스트레스를 풀어도 좋고, 코로나의 책임을 물어봐도 좋고, 반갑다고 뽀뽀를 해주어도 좋다. 모든 노래는 스스로가 부르는것이다. 눈을 맞으며 서있는 피아노가 사그러지는 날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민경(완주문화재단 한달살기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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