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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예술농부] 이 땅의 농부들을 위한 경의2021-01-30

[2020 예술농부] 이 땅의 농부들을 위한 경의


완주문화재단은 완주생강전통농업시스템이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3호로 지정됨에 따라 지역 고유의 유무형 농업자원의 기록을 지닌 생강농부의 자원화를 위한 예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2020예술농부사업을 통해 음악, 무용, 시각예술 분야 등의 6명의 예술인이 생강농부의 삶을 예술 콘텐츠로 담아내는 것이다. 봉동 쌍정마을과 낙정마을에 사는 두 농가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 땅의 농부들을 위한 경의



생강. 생강은 우리의 체온 1도를 올려주는 고마운 작물이다. ‘생강이라는 단어만 보아도 코끝을 스치는 알싸한 향기와 영롱한 노란빛이 그려진다. 생강이 지닌 따뜻함, 그리고 퍼져나가는 노란빛 향기로 농부의 삶을 빚어내고자 한다.

나는 한국 춤을 추고 짓는 무용수이다. 낙정마을 농가의 이태영, 조명자 농부님들의 삶을 이지희 작가님의 그림과 오정균 작가님의 음악 그리고 나의 춤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골 작은 마을 농부의 손녀로 태어난 나는 갓난쟁이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시골마을에서 자랐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일손을 도우며 농사의 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었다. 고된 농사 일 때문에 구부러진 허리와 손가락, 검게 그을린 피부, 그리고 항상 푹 젖어 있는 옷을 보며 농부의 삶을 감히 짐작하곤 하였다. 낙정마을을 방문해 이태영, 조명자 농부님들을 뵙고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단번에 떠올랐다. 농부이기 이전에 지극히 평범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생강 밭으로 자리를 옮겨 봉동생강의 일대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모양, , , , 향기, 수확 등 생강이 심어지고 다시 자라나는 과정과 효능에 대해 핏대를 세워가며 설명해주셨다. 이태영 농부님의 목소리에서 생강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생강 재배에 그치지 않고 생강 그리고 생강으로 만든 식품을 납품하는 데에 있어 굉장한 열정을 지니고 계셨다. 하지만 그 모습도 잠시, 고된 농사일에 지쳐보이던 조명자 농부님께 이렇게 힘드신데 왜 아직도 농사를 지으세요?” 라고 여쭈었다. “아휴, 나도 안하고 싶어. 근데 힘들어도 해야지 어쩌겠어.” 명료하진 않지만 명료한 답이 되어 돌아왔다. 바로 몇 주 전에도 나는 우리 할머니께 같은 질문을 했고 비슷한 답을 들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농사는 무엇일까, 그들의 삶은 무엇일까.

어쩌면 농사는 직업이고 일이기 이전에 삶을 마주할 수 있는 터전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밭에 뿌리를 내리고 풍파를 견디어 열매를 맺는 일이 농부들의, 또는 우리들의 삶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굳은 일을 견뎌내어 더욱 단단하게 자라나는 작물의 모습 또는 우리들의 모습이 마치 농부의 삶과 같다고 생각한다. 때론 억척같이 느껴지고 때로 고집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이 그들이 밭을 지켜낸 방식이자 그들이 삶을 대하는 방식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한 평생을 농사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농부의 삶, 그리고 그들의 터전에서 일어나는 노동의 값진 의미를 내가 하고 있는 예술, 춤으로서 담아내려고 한다. 농부들의 삶의 터전인 밭. 밭이라는 땅에서부터 시작되는 탄생과 죽음 또는 씨앗이 작물이 되고 수확되는 순환이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 땅에서부터 이루어지는 노동의 값진 가치와 끈임없이 순환되는 농부의 삶을 우리의 삶에 빗대어 무용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생강농부 이태영, 조명자 농부님들의 삶을 대변하는 것은 생강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강력하고 따뜻한 기운으로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의 삶이 생강농부의 삶에 스며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예술농부 프로젝트를 꾸리고 싶다. 오랜 세월 땅을 일구며, 농업의 가치를 몸소 실천해 온 낙정마을의 이태영, 조명자 농부님들, 그리고 이 땅의 농부들을 위한 경의를 춤으로 지어 생강향처럼 널리 전하고 싶다.

 

/홍도은은=

우리나라 고유의 한국적인 것과 움직임 활동에 중점을 두고 예술활동을 한다. 예술이 지닌, 춤이 지닌 가치로움으로 세상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예술가로 머물고 싶다.

) 제주도립무용단 상임단원, ) 청담무용학원 부원장, ) 평양검무 전승무용단원, )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 1호 평양검무 전수자, ) 한국전통춤협회 평안남도지부 회원, ) 한국춤 역사위원회 이사 2020.6~현재 양대초등학교 국악 강사, 20208~현재 매홀초등학교 타악(난타) 강사 2020 서울문화재단 서울예술지원 <예술창작지원_창작활동지원> 선정작 버티고 : VERTIGO’ 안무 및 기획, 2020 강원문화재단 예술지원 <무용> 분야 선정작 [가죽가방의 소녀] 출연, 2020. 9 충무로단편영화제 [가죽가방의 소녀] 본선진출 작 출연 등



농부의 두 손에서 시작되는 예술같은 생강의 삶

 


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 끝자락에 다다를 때쯤 완주에서 한 달 살기 참여 예술인으로 작업하던 어느 날, 완주 순지마을에 위치한 가정집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 집엔 넓은 마당과 텃밭이 있었는데 그중 특별한 화분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때 어머님께서 친절히 설명해주신 그 화분은 생강화분이였습니다. 생강의 본 고장 완주에서 본 생강화분은 그렇게 제 머릿속에 깊숙이 들어왔고 운명의 타이밍처럼 봉동 낙정마을의 어느 생강농가 부부와 함께 예술농부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일생을 생강농업으로 살아오신 낙정마을의 이태영, 조명자 농부님과 예술농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농가에 방문한 첫날, 조금은 쌀쌀한 가을의 날씨였고 그곳에는 생강의 향이 가득했습니다. 얕게 퍼지는 향을 쫓아 생강 밭으로 들어갔을 땐 더욱 깊은 향에 매료되었습니다. 그 밭에서 피어오르는 향기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습니다. 생강의 잎에서 나는 향, 생강에서 나는 향, 그리고 생강이 묻어 있던 흙에서 나는 향까지 모두 잊을 수 없었습니다.

농부의 두 손에서 시작된 생강은 땅속에서 끊임없이 파생되어 자라나는 과정을 지나고 우리의 식탁까지 오는 것입니다. 봉동의 토종 생강이 수확되는 그 날까지도 농부님의 두 손에서는 또 하나의 주름이 늘었습니다. 봉동의 첫 서리가 내리기 바로 전, 농부님께서는 한 해 동안 공들인 생강을 수확합니다. 올해 생강을 수확하는 날 저는 농가에 찾아 생강을 수확하는 체험을 했습니다. 직접 경험해보고 눈으로 본 생강은 농부님의 전부였습니다. 그분들의 손으로 완성된 작품은 예술가가 작품을 만드는 것과 무척 닮아있었습니다.

예술가의 손끝으로 작품이 완성하는 삶, 농부의 손끝에서 파생되는 생강이 수확되는 삶은 하나의 작품이 탄생되기까지 쏟아 붓는 열정과 땀이 같습니다. 전혀 다르게 볼 수 없는 이 두 직종의 삶을 돌아 볼 수 있는 저의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게 되었고, 결국 이태영, 조명자님과 저 모두 예술을 하고 농업을 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예술농부를 진행하며 가장 아쉬운 점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Covid19로 인해 농부님과의 만남이 제한적이고 그로인해 두 눈을 보며 그분들의 삶을 더욱 자세히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깝고 아쉬울 뿐입니다. 도시생활에 익숙한 저에게 생강 농업의 현장, 생강 농부의 삶을 체험하고 그것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어 정말 행복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로부터 벗어나 이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항상 친절하게 딸처럼 반겨주셨던 이태영, 조명자 농부님과 자주 소통하고 지낼 수 있길 바래봅니다.

 

/이지희는 =

자신의 정서를 바탕으로 눈앞에 펼쳐진 현재와 과거 어느 순간의 일상이 떠오르는 감성 활동을 콜라주(collage)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무의식 속에서 순간적으로 일어난 기억을 바탕으로 현재의 시선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사고와 활동 중간의 관계하는 시간에 호기심을 가지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박사 과정, 경희대학교 대학원 한국화과 석사, 북경 중앙미술대학 동양화과 학사 개인전_2019 ,도스 기획공모전(DOS Gallery, seoul), 2018 All the flowing things LEE JI HEE(A1 gallery, Seoul) 등 다수 그룹전_ 2020 Covid19 Art Donation (온라인전시, 켈리온 레드바이브), 2020 경화수월 鏡花水月 - 3인전 (Raw Gallery, Paju) 70회 다수 참여


천년의 향기

 


쌀쌀했지만 햇살이 쨍했다. 이파리만 스쳐도 향긋했던 그 녀석들이 오늘 땅위로 나오는 날이다. 그 사람은 흙속의 향기들이 온전한 자태를 드러낼 수 있도록 캐내고 캐어냈다. 그 손에 가득한 그 향기는 천년 전 그날도 2020년 그 날도 똑같은 것이다.

나는 완주에 살고 있는 음악가다. 노래도 몇 곡 내고 이리저리 완주를 쏘다니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생강그것에 대한 음악을 만들고 있다.

천여 년 전부터 봉동의 생강은 유명하여 임금에게 진상하는 용도, 혹은 임금의 하사품으로 사용되었다 한다. 농부님이 꺾어준 한줄기 이파리를 가지고 집에 왔을 때 그 향기는 내 집안에서 향기로웠다.

나에게 그 날은 천년의 향기라는 말로 남아있었고 그 말은 나의 입으로, 나의 기타로 소리가 되어서 이 세상에 다시 나왔다. 그 노래는 불러지고 연주되어 공기를 울리고 진동하여 또 다른 이의 마음으로 전해질 것이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누군가의 영감을 자극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하는 일은 대체로 비슷하다. 제 때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결과를 볼 수 없는 법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해왔기 때문에 쌀쌀했지만 햇살이 쨍했던 그 날의 흙속의 향기를 캐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결과에 집중한다. 그러나 나는, 우리는 과정에도 집중하는 사람들이다. 농부와 나,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과정이 없는 결과를 믿지 않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예술농부이다.

나에게 2020년은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참으로 변화가 많은 해였다. 그만한 변화에도 이리 휘청대는 내가 천년을 이어온 농부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조금 우습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기록을 남겨 놓는 것이 중요한 일이니 이태영, 조명자 농부님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글을 마무리 한다.

 

오정균은 =

Singer/Songwriter, Music & Film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 엔지니어, 작곡가, 음악 프로듀서, 디제이, 음악 연주가 (기타, 신디사이저), 컴퓨터 음악, 어쿠스틱/일렉트릭 기타, 우쿨렐레, 락밴드, 신디사이저 교육, 20192월 싱글 “How Are You Doing?” 발매 후 싱어송라이터 활동중.

2020 완주문화재단 예술로 방콕,예술로완주사업 선정 및 콘텐츠 참가, 2020 누에 포트락 콘서트비대면 콘텐츠 참가, 2020 누에 호버링 콘서트비대면 콘텐츠 참가 빅 베이비 드라이버, 김목인, 드라마 상속자들사운드트랙,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영화 쏜다사운드트랙, , 이지형, 뉴튼 등 다수 뮤지션 및 사운드트랙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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