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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노래] 3. 쌍정마을의 생강농부2021-01-11

[사람의 노래] 3. 쌍정마을의 생강농부


아픔도 속내도 생강향처럼 있는 그대로


쌍정마을의 생강농부


처음 도착한 화산을 달리는 길에는 앞으론 두세겹으로 겹쳐진 산, 양옆으로는 짙은 녹색의 밭이 항상 같이 달리고 있다. 그 중 봉숭아처럼 낮은 키에 대나무처럼 뾰족뾰족한 잎이 풍성한 밭은 그 모습이 마치 현대 조형물 같아 보이기도하고, 동시에 상쾌한 향이 날듯 말듯 코끝을 스치어 지나는 길마다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가을이 시작할 무렵 완주문화재단의 예술농부프로젝트에 작곡가로써 함께 하게되어 봉동에서 나고 자란 농부를 만나 그 멋진 모습으로 상쾌한 향을 내뿜던 잎들이 생강 잎이라는것을 배웠다.

앞으로 두달동안 완주문화재단의 예술농부에 관한 글을 완두콩에 올린다는 소식에 여리여리 고운 박선영작가의 정갈한 글/그림과 함께 내가 들은 어르신들의 노래를 같이 그려내려한다.



쌍봉마을에서 만난 전준기, 조성자 어르신들은 토종생강잎을 뜯어보여주시고, 코에 대어주시고, 생강과 강수를 씻어서 입에 넣어주시며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예술가들에게 귀찮은 내색 한 번 없이 항상 기꺼운 기운을 내주셨다. 어린 손주 등에 업고 바쁜 며늘아기를 위해 군불을 지펴주시려던 시어머니의 이른 배려에 젊은 부부의 작은 집이 불에 타버린 기억부터 하루종일 품을 팔아 품삯 대신 얻은 종강이 다음 해 풍작으로 돌아와 새집을 사는데 큰 밑거름이 된 시절의 이야기까지 매일 아침 마당 수돗가에 앉아 온갖 채소를 다듬어 로컬푸드에 내시는 자리에는 이야기가 줄줄 흘러나왔다.

생강밭의 코끝을 스치던 청량한 향처럼 두분에게서는 건강한 내음새가 풍기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내비추시면서, 아픔을 이야기 하시면서 혹은 함께 무릎대고 앉아 생강을 닦고 무게를 재는 반복 속에서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드리고 내보이는 청량하고 건강한 기운을 느낄때마다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 밭떼기를 못한 생강을 등에 이고 팔러나가 한톨도 팔지 못해 1년키운 내 생강을 묻어버리고 돌아오는 길, 짐이 없는 가벼운 모습에 생강이 다 팔린 줄 알고 기뻐 뛰어나오던 동생들의 표정을 그리시면서도 그 회한을 웃음으로 풀어내시는 모습이 마치 비바람을 다 맞고 새로운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있는 고목같이 느껴졌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아이들이 치기쉽고 듣기도 쉽다. 있는 그대로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모차르트의 본능적인 순수한 인성이 그런 특징을 만든것 아닌가 싶다. 동시에 거장들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 음악으로 모차르트의 음악을 꼽는 경우도 빈번하다. 모든것이 다 드러난 꾸밈없는 감정이야말로 가장 표현하기 힘든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를 노래하시는 쌍봉마을 어르신들의 노래가 모차르트의 그것과 닮은 듯하다.

성공에 취하고, 아픔에 닳고, 부에 흥분하고, 건강에 치이는 많은 사람들의 삶과 많이 다를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것으로 평생 지워지지 않는 큰 상처를 남기고 움켜잡은, 그래서 어디에서나 그 상처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그런 삶이 아닌 서로를 무던히도 사랑하시고 믿으시며 낯선 예술가들에게 조차 있는것을 그대로 내보여주시는 모습이 문뜩문뜩 흥얼거리게 되는 모차르트의 선율처럼 어르신들의 노래 또한 나의 귀에 오래 들릴 것 같다.


/김민경(완주문화재단 한달살기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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