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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예술농부] 봉상(峯上)에 오르다, 할미생강2021-01-11

[2020 예술농부] 봉상(峯上)에 오르다, 할미생강



완주문화재단은 완주생강전통농업시스템이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3호로 지정됨에 따라 지역 고유의 유무형 농업자원의 기록을 지닌 생강농부의 자원화를 위한 예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2020예술농부사업을 통해 음악, 무용, 시각예술 분야 등의 6명의 예술인이 생강농부의 삶을 예술 콘텐츠로 담아내는 것이다. 봉동 쌍정마을과 낙정마을에 사는 두 농가가 그 주인공들이다.

 

 

봉상(峯上)에 오르다.

 

농부 전준기, 조성자 + 예술인 박두리

농사를 짓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은 서로 전혀 다른 영역의 일인 것처럼 보여 지지만 굉장히 많은 유사한 지점들이 있다. 나는 그 닮은 두 노동의 과정에 대해 어떠한 호기심이 발동하여 이번 완주문화재단의 예술농부 사업에 참여한 것 일지도 모른다.

 

나는 예술농부 사업을 통해 예술과 농사의 유사지점을 살펴보고자 생강농사를 짓는 봉동 쌍정마을의 전준기, 조성자 부부의 농가를 찾았다. 친할머니 댁이 완주지역이었기 때문에 농가의 모습은 친근하였으며, 기억 한편에 있던 감성들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풍경들이었다. 농부님의 농사짓는 과정과 생강 농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것은 내가 하는 예술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신할 수 있었다. 토종생강에 대한 자부심, 농사를 짓는 각자의 방식, 사람이 사는 이치와 농사의 이치. 공동체에 대한 중요성 등 농부는 농사라는 예술을 하는 예술가임이 확실하다 생각하게 되었다.


 


<봉상(峯上)에 오르다.>라는 프로젝트 이름은 완주 봉동의 옛 이름인 봉상(鳳翔), 완주에서 생산되는 봉상생강에서 따왔다. 농부와 예술인은 생강과 작품이라는 예술품을 만들어 내어 각자의 [봉상(峯上); 산봉우리의 꼭대기]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산봉우리의 꼭대기는 각자의 자아실현의 만족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농부는 농사라는 예술 활동을 위해 정성을 들이고 수많은 변수와 인내하는 과정을 거친다. 농부는 개인의 가치관과 철학에 따라 농작물을 키우는 방식을 달리한다고 한다. 땅을 가꾸고 씨를 뿌리고 작물을 돌보고 수확하고 판매까지 예술 활동과 다름없는 과정을 거친 후 농작물을 완성시킨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가변적 상황을 만나고 선택을 하며 그 선택과 과정에 따라 맛과 모양이 다른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나는 이 예술 농사의 과정에서 농부의 행위와 농작물에 대한 감정을 페인팅 애니메이션을 통해 기록하였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나는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관찰한 후 극대화 할 수 있는 재료와 표현방식을 선택하고 작품을 완성시킨다. 이 과정에서 많은 변수와 상념들이 스쳐지나가고 찰나의 선택에 따라 작품은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런 창작활동은 농부가 농작물을 돌보고 생산해내는 과정과 닮아있다.

 

나는 전준기, 조성자 농부님들이 생강농사를 짓는 장면들을 그림으로 옮기면서 농작물을 바라보는 그들의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박두리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일반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지만 현재는 오일, 아크릴, 애니메이션 작업 등 재료 및 장르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개인전 2020 사부작 4부작(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19 Fragile취급주의(구 경성방직 사무동, 서울) 등 다수, 그룹전 2020 난립예정지(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외 다수에 참여, 2020공공미술프로젝트 '우리동네미술'(완주문화재단), 2020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선정(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2019 전북청년 2019 선정작가(전북도립미술관), 2018 19회 신세계미술제 신진작가상(신세계갤러리, 광주신세계) 등 다수에 선정, 수상.

 


 

할미 생강

농부 전준기, 조성자 + 예술인 박선영

    

: 토종생강과 중국편강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인가요?

 

할아버지: 향기지! 옛날에 텃밭에서 토종생강 키울 때 도둑이 밤에 도둑질 하려면 생강을 뽑아야겠지?

그럴라믄 생강 이파리를 만져야혀. 근데 그걸 뽑을라고 만지면 아주 향긋한 냄새가 나. 그 향기가 텃밭에서 집안까지 들어와 후딱 나갈 수 있을 정도지.

 

: 생강을 부르는 이름이 종강, 생강, 무강, 강수 등 많았는데 각각 무얼 뜻하나요?

 

할아버지: 생강은 3월에 심는거여. 심는 생강을 종강이라 혀. 종강은 겨우 내내 따숩게 관리를 잘해야 혀. 종강을 심으면 거기서 새파랗게 새로 싹이 나오는 것을 생강이라 부르고, 원래 있던 종강 그것을 무강이라고 혀. 이것이 다 자라서 캐면 내다 파는 것을 생강, 내년에 심을라고 보관하는 것을 종강이라 부르는겨. 생강을 보면 수염처럼 기다랗게 붙은 뿌리가 있어. 이걸 강수라고 혀. 강수는 우리 봉동사람들만 알어. 아주 향긋혀. 이걸 깨끗이 씻어 단지에 담았다 먹어. 신건지 담듯이 1,2달 담갔다가 먹어. 이건 젊은 사람들이 귀찮아서 잘 안하고 먹은 노인들만 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강을 다듬는 손을 촬영 한 적이 있다 당시 촬영하면서도 생강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했지만 할아버지가 입에 넣어주시는 토종생강을 먹어보고 그 향긋함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내가 모르던 맛이었다.

봉동 사람들은 생강을 부르는 이름도 참 많단다. 생강, 종강, 무강, 강수, 편강.

나의 그림 속에는 그들이 있다.

평생 흙 속에서 향기를 건져 올리신 조성자 할머니의 두 손, 그리고 생강, 무강, 강수가 있다. 단단하게 얇은 껍질로 쌓여있고 반들반들 윤기 나는 무강. 핑크 돌기를 머금은 뽀얀 속살이 아직 채 껍질로 덮이지 않은 생강. 통통한 아기 고사리처럼 삐죽 뻗어 나온 강수. 그리고 무강보다 더 강인하고 강수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봉동 할머니의 손. ‘할미 생강’.

 

/박선영은 화화,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복합적으로 매체를 다룬다. 그녀는 냉전, 젠더, 문화충돌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으며, 다른 작가나 소규모 커뮤니티와 협업하여 작품을 만들어왔다. 4.3을 주제로 4차례 전시를 기획 하였다. Show&Tell에서 <동백꽃 피다>(2019), 복합문화공간 소네마리에서<섬의 얼굴>(2019), 아트스페이스C에서<100 마이너스30>(2018), 이중섭 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에서 <섬의 얼굴1> (2018)을 기획하였다. 2014~2015년에는 볼티모어에 있는 노숙인을 위한 비영리 집단 프로젝트 플레이스에서 집과 집 없음을 주제로 2차례 전시를 참여 하였고, 2015년 볼티모어의 한인 타운에 소재한 서울떡집에서 이민을 주제로 주민협업 작품을 전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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