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공동체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웃어라 공동체

> 이달 완두콩 > 웃어라 공동체

[로컬푸드 食이야기] ⑮ 얼음동동 식혜2020-05-12

[로컬푸드 食이야기] ⑮ 얼음동동 식혜

조움농산 식혜는 보리로 직접 싹을 틔워서 엿기름을 만들어 사용한다. 싹을 틔우는 과정에는 매일 씻어주면서 깨끗하게 말리고 관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직접 농사지은 재료 아낌없이

이제 곧 얼음동동 식혜의 계절

 

식혜는 달콤하고 시원한 음료로 소화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어 남녀노소 호불호가 별로 없는 음식이다. 대중적 인기에 비해 만드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복잡해서 명절이 아니면 좀처럼 우리 식탁에 오르내리지 않던 음료였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캔음료로 런칭하면서 평소에도 우리의 일상에서 꽤 흔해졌다. 전통음식을 대기업에서 유통하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좋은 점도 있지만, 효율화를 위해 제조 공정이나 재료가 변형되면서 고유의 맛과 특색을 잃기도 한다. 엿기름과 곡물의 당분으로 소화효소가 많은 음료였던 식혜가 설탕이 가득한 음료수로 오해받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로컬푸드에서 구입한 조움농산의 얼음동동 식혜는 공장에서 만든 제품의 가벼운 단맛이 아닌, 부드럽고 구수한 단맛이 일품이었다. 식품 제조 공장을 취재하면서 매번 공장에서 만든 것 같지 않은 제품을 찾는 것은 어찌보면 모순인데, 원칙을 고수하며 만드는 수제 음식이 건강한 먹거리라는 기준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생산자에게는 힘든 요구를 하는 이기적인 소비자일 수 있겠지만 미안한 마음을 대신해 그들이 만드는 음식을 집어드는 것으로 그들을 응원한다. 각설하고, 집에서 먹던 맛 그대로, 담백하면서도 친근한 단맛을 내는 식혜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조움농산을 찾아가 어떤 원칙들로 만들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송광사 옆에 자리한 조움농산을 찾아간 날에는 엿기름 물에 고두밥을 넣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40시간이 걸리는 식혜의 제조 과정 중 중간 단계에 속한다. 발효식품의 특성상 외부 물질의 침입이 조심스러워 내부를 자세히 취재할 수는 없었지만 한눈에 봐도 깨끗하게 만들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움농산의 최경아 대표는 평범한 주부로 아이들을 키우며 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봉동이 고향인지라 어렸을 때부터 쌀, , 생강 등 우리 먹거리와 친근했다. 주부로 생활하면서 엿기름을 직접 만들어 식혜를 만들기도 했고, 생강을 달여 수정과를 만드는 비법도 알고 있었다. 음식 맛은 집집마다 비결이 다르니 내가 최고라고 자신할 수 없었지만, 어렸을 때 집에서 보고 자란대로 재료를 아끼지 않고 건강하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2014년 조움농산을 설립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 전부터 지리산이나 진도, 괴산 등을 다니면서 전통 발효식품을 배웠다.

 

장 사업은 누구나 쉽게 시작하지만 몇 년 동안 묵혀두면서 투자해야 하는 일이라 쉽지 않아요.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10년 동안 배우러 다니면서 나만의 장맛을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이제야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어요. ”


 

조움농산의 주력상품인 된장과 간장이 익어가는 장독대.


조움농산의 주력 상품은 된장, 간장 등 전통장류다. 지난 10년은 나만의 장맛을 찾기 위한 시간으로 이 시간을 버티기 위해 다른 수익원이 필요했다. 직접 농사짓고 만드는 재료들로 엿기름, 미숫가루, 식혜, 수정과, 볶은 서리태 등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조움농산의 대표상품이 됐다.

 

보리로 직접 싹을 틔워서 엿기름을 만들어 사용해요. 싹을 틔우는 과정에는 매일 씻어주면서 깨끗하게 말리고 관리하죠. 우리 얼음동동 식혜는 직접 만든 엿기름을 아낌없이 넣고, 쌀도 많이 넣어서 오래 삭히니까(당화과정) 설탕을 많이 넣지 않아도 단맛을 충분히 낼 수 있어요.”

 

정제설탕의 단맛과 천연 재료의 단맛은 분명 차이가 있다. 단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상식으로 인해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단맛을 기피하지만, 정작 달지 않은 음식은 맛이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맛의 기준은 생산자의 의지와 선택에 달렸다. 어려운 선택이지만 이 과정을 잘 통과하면 자기만의 비법이 생기기도 한다. 오랜 시간을 거쳐 천연재료 자체에서 갖고 있는 성분으로 만들어진 식혜는 목넘김이 특히 부드럽다. 보통 갈증이 나서 음료수를 마시면 더 갈증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는 정제당과 각종 첨가물이 잔뜩 들어가 있어, 혀를 자극하고 몸에 바로 흡수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최경아씨는 안 달아서 맛있어요. 집에서 먹던 맛이랑 같아요.” 라고 말해주는 소비자를 만나면 자신의 이런 노력과 과정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아 더욱 반갑다고 말한다.


 

조움농산의 제품들을 들고 웃는 최경아 대표 부부.


발효되는 과정을 보는 게 재밌어요. 겨울에는 집에 안 가고 계속 이곳에서 자면서 새벽에도 변화를 보고 있어요. 어떤 비율로 해야 더 효율적이면서도 맛을 낼까 끊임없이 보고 있는데, 요즘에도 계속 발견하는 게 있어서 재밌어요


새로운 것을 알아내는 게 재밌다는 말을 연신 되풀이하는 최경아씨는 현재 전북대학교 생명자원융합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다. 전국으로 다니면서 실습하면서 배웠지만 이론적으로도 더 많이 알기 위해 직접 입학했다. 새벽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매일 고된 일과가 반복되지만 배우는 과정이 재밌지 않았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haccp 시설 구축, 음식디미방 작업 등 올해도 해야 할 일이 많지만 매 순간이 즐겁다는 최경아씨를 보면서 시도와 물음, 그것이 나의 모든 행로였다.’라고 한 니체의 말이 생각났다. 시도하는 자는 질문을 하고, 질문하는 자는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한다. 답을 찾을 때까지 시도하는 사람은 그 과정 만으로 이미 즐겁다. 시도가 곧 그의 행로, 삶이 되어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식스토리는 식품을 다루지만 취재를 마치고 집에 오면 제품보다 그 사람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만드는 이의 마음은 늘 음식에 깃드는데, 오랜 시간 발효를 거치는 음식이라면 더더욱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할 것이다. 올 여름 얼음 동동 식혜와 수정과를 마실 때마다 나는 더 좋은 맛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늘도 쉬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움직이고 있을 최경아 대표님이 생각날 것 같다. 그리고 음료를 마시는 내내 그녀의 건강한 에너지를 떠올리며 나는 내 삶에서 어떤 시도와 물음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을 것이다.


/글·사진= 조율(조율은 2017년 말 완주로 귀촌, 고산미소시장에서 가공품을 판매하는 상점, 율소리에를 열었다)




[관련 정보]

얼음동동 식혜 500ml 2500, 1l 5000

얼음동동 수정과 500ml 2500, 1l 5000

구입처 : 완주 로컬푸드 매장

문의 : 010-3062-3638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① 보물섬
다음글
[웃어라 공동체] 다리목마을에는 우애좋은 삼형제가 산다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