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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① 보물섬2020-05-12

[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① 보물섬



다문화공동체 보물섬 김정례 대표(왼쪽에서 세번 째)와 직원들.


지역사회 에서 보물이 되기까지 10

 

카페로 시작해 학습지원 등 활동영역 확장

다양성으로 건강한 문화 토대 만들어

 

완주군 옛 봉동읍사무소에 다문화공동체 보물섬이 있다. 커피와 음료를 파는 카페면서 베트남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이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이곳에서 활동을 하는 모든 이들이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이 고향인 다문화 여성들이라는 것이다. 보물섬이 활동을 시작한지 올해로 딱 10.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들은 지역에서 스스로 문화 사절단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보물섬 김정례 대표가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문화여성 한글교육에서 시작된 인연

다문화공동체 보물섬의 시작은 김정례 대표의 개인적인 활동에서 시작됐다. 2006년 완주군에서 다문화여성 한글 교사를 모집했고, 김 대표가 봉동읍 교사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김 대표와 다문화여성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각 가정을 방문해 한글 교육을 시작하면서 그들의 가정사를 알게 됐고, 다문화 여성들에게는 유일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이자 언니가 생긴 것이었다.

가정방문을 하다 보니 집집마다 가정사를 알게 됐죠. 의지할 사람도 없고 가정에 문제가 있는 여성들이 많았어요. 말할 사람이 없다보니 그 친구들이 저를 찾기 시작했죠.”

군에서 지원하는 다문화여성의 방문 교육 기간은 6개월. 그 기간이 끝나면 소통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 아쉬웠던 김 대표는 그때부터 자신의 교회에서 다문화여성들과의 모임을 시작했다. 같이 요리를 했고 서로의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집에 혼자 있던 친구들이 함께 모이기 시작하니까 활력이 생겼어요. 그러던 중 완주군에서 음식품평회를 열었는데 우리가 잘 하는 요리를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대회를 나가게 됐죠. 월남쌈을 준비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지역 사회에서 우리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계기였죠.”

이후 지식경제부와 당시 완주커뮤니티비지니스센터의 공모 사업을 통해 20113월 현재의 자리에서 보물섬 문을 열었다. 당시엔 한국인 2명과 다문화여성 2명이 거의 봉사 수준으로 보물섬을 지켰다. 콘셉트는 북카페. 처음엔 창고 같았지만 완주의 도서관과 지역민들에게 기부 받은 책들로 채우니 그럴싸한 공간이 탄생했다.

다문화 친구랑 학원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광주나 서울에 가서 헌책을 정리하는 것도 배웠어요. 제가 한글을 가르친 1호 제자가 보물섬의 초기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딘티투(한국이름 이하은)예요.”

 

보물섬은 '세계음식축제', '베트남을 말하다'등 자체적인 축제를 열어 지역주민과 꾸준히 소통해오고 있다.


다문화는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현재 보물섬에서 활동하는 완주의 다문화여성은 30~50명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안팎으로 열심히 활동한다. 지역의 축제장에서 자국 음식이나 음료 등을 판매하고, 다문화가정 자녀 학습지원, 한글 교육도 한다. 완주군 평생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문화공유 활동도 펼치며 다문화이해강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세계음식축제’, ‘베트남을 말하라등 자체적인 축제를 통해 지역주민과의 소통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사회활동 뿐 아니라 다문화 여성이 한국이라는 낯선 곳에 적응하기 위한 내부적인 프로그램도 필수였다. 김 대표는 부부교육, 엄마·아이 정서교육 등도 꾸준히 진행했다.


우리의 공간을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우리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정말 무엇이든지 해왔어요. 그랬더니 지역 사회에서 조금씩 우리의 존재를 알아주기 시작하더라고요.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이곳으로 견학을 온 적도 있어요. 내부적으로는 한국 음식을 배우기도 하고 함께 국내를 여행하기도 하며 1년에 3~4개 정도의 프로그램은 꾸준히 진행했어요.”

최근에는 이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요리를 통해 더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완주군청 옆 복합문화지구 누에에 위치한 누에살롱에서 8개월간 음식을 판매했고 이달부터 6월까지는 완주청년키움식당에서 보물밥상이라는 이름으로 음식 판매에 들어간다. 베트남 요리는 물론이고 이번엔 김치찌개, 김밥 등 한국 요리도 선보인다. 이러한 활동은 다문화여성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준다.

이번엔 한국 음식을 배운 다문화여성들의 한식에 도전해 보려고요. 다문화여성들이 한국의 맛을 제대로 낼지 걱정도 되지만 매일 연습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다문화여성으로 살아가기

김 대표는 처음 다문화여성들을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요새는 외국인 유학생이나 이주노동자들도 많아졌지만 십 수 년 전만 해도 그런 경우가 드물었다.

다문화가정을 보면 남편이 장애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다 대다수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요. 강압적인 시부모가 있는 경우도 많아요. 다문화가정 한글교육을 위해 집을 찾아다녔을 때 놀랐던 부분이 그들의 집이 너무 시골이라는 거였어요. 당연히 외출이 힘들고, 그러다보니 고립되는 경우가 많은 거죠.”

보물섬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사람들의 시선도 잊지 못한다. 마치 우리 안에 있는 동물을 보는 시선이었다. 어느 나라 출신인지, 몇 살인지, 남편은 무슨 일을 하는지 등 무례한 질문을 쏟아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 질문을 받는 다문화여성들의 나이가 거의 20대 초반이었어요. 어린 나이에 그런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겠죠. 우리를 그들과 다른 존재로 보는 편견들이 가장 큰 벽이었어요.”

지난 10년간 동분서주 열심히 활동을 한 결과 일까. 이들을 향한 단단한 벽이 보이지 않게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지역 축제 등지에서 자주 얼굴을 보고, 각 마을이나 학교를 찾아 다문화에 대한 교육을 펼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언어는 다르지만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 이것이 김 대표가 강조하는 바이다.

한국사회에 다문화가 들어온 지 20여년 된 것 같아요. 아직 갈 길이 멀죠. 여전히 가정불화나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가정이 많지만 이들의 밝은 면을 볼 필요가 있어요. 다문화는 우리 가족이에요. 보물섬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성실하고 꾸준하게 노력할거예요. 시간이 지나 다문화 친구들이 이 활동을 이어받아 더 많은 이들이 정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요.”


<완주문화재단 무지개다리 사업>

완주문화재단은 2020년 무지개다리 사업을 통해 '존중의 가치'에 대해 이해하고 소통하며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완주문화재단이 주관하고 문화체육 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무지개 다리 사업은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한 지역 순회 강연회 '풀씨' 외에도 완주문화 다양성발굴단 '소수다', 세대 간 소통을 위한 연극 콘텐츠 제작, 젠더 문화프로그램, 농인-청인 문화프로그램, 문화다양성 정책 논의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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