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기획특집

[돌담이 예쁜 시평마을] 정만순 할머니2020-05-12

[돌담이 예쁜 시평마을] 정만순 할머니


정만순할머니는 혼자 살지만 다정한 이웃들 덕분에 외롭지는 않다고 말한다.



혼자지만 이웃들 덕에 살만하다오


"또 태어나면 일찍 간 남편과 더 살고파"

 

내 나이가 몇이더라.”

정만순(84) 할머니 집을 찾아갔을 때 마당까지 커다란 텔레비전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할머니는 불이 꺼진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참이었다. 나이를 여쭈니 정말 기억이 안 난다는 표정이다. 한참을 같이 계산을 해본다. 할머니는 올해 84. 열일곱에 이 마을로 시집을 와 지금 이 집에서 살기 시작했으니 벌써 70여년이 됐다.



할머니는 동상면 사람이다. 면소재지에서 시평마을로 시집왔다. 그때는 인민군이 있던 시절. 할머니는 눈에 띄지 않게 어두운 밤에 이 마을로 왔다. 남편의 가족들이 걸어서 데리러 왔으나 할머니의 작은 어머니가 만류했다.

걸어서 어떻게 데려가냐고 작은 어머니가 말렸어. 그래서 지나가던 장작 실은 트럭을 얻어 타고 이 마을로 왔어. 밤이었지. 도착하니 캄캄해서 이 마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도 못했어.”

할머니는 혼자 보낸 시간이 길다.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났다. 혼자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고생도 많이 하셨겠건만, 할머니는 힘들었다는 말을 아끼신다.

우리 남편이 아이들 낳고 떠났지. 고생? 글쎄 하긴 했겠지. 근데 기억이 잘 안 나네. 자슥들이 커서 지들이 나가서 공부했어. 지금은 전주도 살고 광주도 살고 여기 한 번씩 와. 우리 손주가 경찰이야.”

할머니 집 마당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많이 피었다. 할머니가 직접 심은 왕벚꽃나무는 동상의 추운 날씨 때문인지 아직 꽃망울을 환하게 터트리지 않았다. 두 그루의 왕벚꽃나무가 꽃을 터트리면 할머니 집은 정원이 된다.

저 꽃이 얼매나 예쁜데. 마을 사람들도 지나가다 예쁘다고 사진 찍어가고 그려. 꽃 이름은 다 모르지만 난 꽃이 좋아. 꽃이 피면 이렇게 마당에 나와서 보기도 하지. 꽃이 지면 텔레비전 보러 들어가.(웃음)”



할머니가 자신의 지팡이를 보여주신다. 모두 선물 받은 지팡이다.

내가 혼자 사니까 이웃들이 잘 챙겨줘. 저 나무로 된 지팡이는 우리 마을 저 위에 사는 아저씨가 준거야. 지금 쓰는 쇠지팡이는 저번에 동상면장님이 우리 집 오더니 하나 주더라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외롭고 심심할만한데 할머니는 크게 괘념치 않는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노라면 이웃 이야기를 하실 때 가장 즐거운 표정을 지으신다. 어제는 앞집 노인회장과 같이 전주로 나가 미용실을 다녀왔다.




내가 머리가 기니까 우리 앞집 노인회장이 날 미용실에 데리고 갔어. 같이 머리 자르고 왔지. 얼마 전에는 이장이 우리 집 와서 한참을 놀다 갔어. 우리 이장이 내가 혼자 있으니까 자주 살펴봐. ‘누구 아줌마’, ‘할머니라고 부르는 것도 아니고 어머니라고 불러. 사람이 참 좋아. 그뿐이간. 나는 심심하면 앞집에 가서 놀기도 하고 옆집도 가고 그래.”

할머니가 집 마당에 앉아 남편이 묻힌 산소가 있는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우리 아저씨 산소가 저 산 위 골짝(골짜기)에 있어. 저번에 손주가 할아버지 산소 쪽을 보더니 할아버지가 할머니 오래오래 사시라고 말씀하시네요라고 하더라고. 난 다시 태어나는 건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만약에 태어나면 아저씨랑 그냥 또 살려고. 건강해야지. 내가 아프면 자슥들이 고생이잖아.”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돌담이 예쁜 시평마을] 손영만-박정남 부부
다음글
[돌담이 예쁜 시평마을] 노인회장 윤옥림 할머니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