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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이 예쁜 시평마을] 손영만-박정남 부부2020-05-12

[돌담이 예쁜 시평마을] 손영만-박정남 부부

 코로나로 외출을 못해 마당의 잡초를 뽑고 꽃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는 손영만-박정남 부부의 뒤로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내가 장가를 잘 갔어~"

귓속말로 아내 자랑

 

할아버지대부터 살아온 집 가꿔와

지금 이대로 행복

 

마을을 거닐다 유독 마당에 흐드러진 꽃들에 눈이 갔다. 손영만(80)-박정남(74) 어르신 부부의 집이다. 산을 가다가 길을 가다가 예쁜 꽃이 있으면 가져와 하나둘 심어놓은 것들이 어느새 정원을 이뤘다. 아내 박정남 어르신의 솜씨다.

난 꽃을 좋아해요. 향기도 좋고 예쁘잖아요. 여기 심어진 꽃들 이름을 다 알았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나네요. 요즘은 코로나 땜에 어디 가지도 못하잖아요. 잡초도 뽑고 꽃도 보고 그러면서 시간 보내는 거죠.”

이 집은 손영만 어르신의 할아버지 대부터 살아온 집이다. 원래는 이 너른 마당에서 온 가족이 모여 홀태로 알곡을 털었다. 그런 곳이 이제는 부부의 정원이 됐다.



할아버지가 우리 자식들을 키워주셨어요. 떡애기(어린아이)인 애들을 키워 주신 거죠. 혼자 공부하셔서 마을 사람들한테 침도 놔주고 약도 지어주고 그러셨어요. 할아버지가 심었던 약초가 하나 있는데 그게 신기하게 일 년에 한 번씩 우리 마당에 피어요.”

부부의 집은 참 깔끔하다. 마당도, 대문 앞도 쓰레기 하나 보이질 않는다. 아내도 아내지만, 남편 영만 어르신의 깔끔함 덕분이다.

우리 아저씨는 어떻게 된 게 나이가 들수록 더 깔끔해져요. 머리도 매일 감거든요. 방 청소도 내가 안 해요. 아저씨가 다 하지.”

나이가 들수록 몸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건 영만 어르신의 지론이다. “나이가 들면 한 번 누우면 쉽게 일어나지 못하거든요.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돌아다니고 해야 해요. 그래야 자식들이 걱정을 안 해요.”

부부는 대화 도중에도 여러 번 투닥이셨는데 오히려 그 모습이 정겹고 재미있다.

남자가 늙어서 밥 얻어먹으려면 아내한테 잘 해야 해요. 내가 참아야해. 우리 안 사람도 전에 해줬던 것을 요새는 잘 안 해주더라고.(웃음) 나도 잘 하려고 하지. 안 그려?”

아내 자랑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영만 어르신이 웃으신다. 쑥스러운 웃음이다. 그러곤 아내 몰래 귓속말을 하신다. 전부 아내 자랑이다.

내가 장가를 잘 갔죠. 우리 안사람이 참 잘해요. 예전에 내가 다리 수술을 했어요. 3년을 거동을 제대로 못했죠. 말이 3년이지 얼마나 힘들어요. 그걸 안 사람이 다 해줬어요.”

착실한 부부 곁엔 착한 아이들이 있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 때문에 자식들 교육에 많은 신경을 못 썼지만 하나같이 다 잘 커줬다. 그래서 고맙다.



우리가 사는 게 바빠서 자식들한테 신경을 많이 못 썼는데 다들 착하게 잘 컸어요. 부모 공경하지 다른 사람 존중할 줄 알지 가족 화목하지. 우리 생일이나 어버이날 같은 날은 꼭 연락을 하거나 찾아와요. 우리 사위들도 잘해요. 막내 사위는 아버님이 막걸리 좋아한다고 냉장고에서 막걸리가 떨어지지 않게 항상 채워놔요. 그게 말은 쉽게 들리죠?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정말 잘해.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긴 해요. 막내딸이 대학갈 때 입학금을 해달랬거든요. 근데 그걸 못해줬어요. 아직도 그게 마음에 걸려요.”

아내의 말을 듣던 영만 어르신이 한 마디 하신다.

후회하면 뭐해. 이제부터라도 잘 하면 되는 거야.”

부부는 욕심이 없다. 그 모습이 서로 많이 닮았다. 그래서 부부인가 보다.

우린 지금 이대로 행복해요. 돈이나 땅은 없어요. 그래도 쓸 돈은 있어요. 산에 올라가서 고사리라도 캐잖아요? 누구는 팔라고 해요. 근데 우린 그것도 팔질 못해요. 그냥 좋은 사람들끼리 나눠먹으면 그 마음이 참 흐뭇하더라고요. 자식들한테도 늘 말해요. 너보다 더 없는 사람들을 챙기라고. 사람은 그렇게 살아야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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