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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ㅇㅇㅇ] ③ 나의, 널리널리 홍홍2019-12-10

[나의 ㅇㅇㅇ] ③ 나의, 널리널리 홍홍



나에게 힘을 주는 아름답고 이상한 가게

고산미소시장에는 널리널리 홍홍이라는 이상한 가게가 있습니다. 2013년에 오픈해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몇 안되는 가게 중 하나에요. 이렇게 꾸준히 버티고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죠? 예전에는 엄청 뛰어나고 훌륭한 것들만 대단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이렇게 오래오래 버티는 것이 진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고 보니 벌써 홍홍도 7살이 되었네요. 제 딸은 8살인데요. 절반쯤은 이 가게가 키웠어요. 처음 완주에 와서 아는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을 때, 첫 육아에 몸도 마음도 지쳐있을 때 집을 나와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끝이 없을 것 같았던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공간이 널리널리 홍홍이었어요. 제가 다시 일을 시작했을 때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 아이를 데려올 수 없을 때나 회사가 쉬집 않는 유치원 휴일 같을 때
홍홍 사장님이 저 대신 아이를 데려오고 돌봐주셨어요. 사장님은 아이들이랑 함께 노는 걸 정말 좋아해요. 몸은 어른이지만 아이같은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가끔은 그 어떤 아이보다 잘 까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뽐낼 때도 있어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요. 방안퉁수라는 말 아세요? 저는 여기 와서 처음 들어본 말인데요. 국어사전에도 없는 이 단어가 저는 참 좋아요.  


제 딸도 홍홍도 어린 아이에서 어린이가 되었네요.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홍홍 이모 보다 친구들과 유튜브를 더 좋아하는 새침떼기가 되었어요. 홍홍에 놀러오던 코딱지같은 어린이들이 지금은 어엿한 초등학생, 중학생이 되었고 고등학생이었던 친구들은 성인이 되었어요. 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손을 잡고 놀러오던 시절을 떠올리니 마음이 무척이나 뭉클해지네요. 사장님이 놀아주면 꺄르르 웃던 꼬맹이는 이제 매일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고요. 저는 여전히 홍홍에 와요. 오늘도 홍홍 한가운데 놓여 있는 책상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어요. 우리는 이 의자에 앉아 얼마나 많은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까요. 언제부턴가 사장님이 못오시거나 사장님보다 제가 먼저 도착하는 날에는 가게 문도 열고 불도 켜고 고양이 밥도 주고요. 손님 접대도 하고 물건도 팔아요. 홍홍 사무국장으로서 빗자루질도 하고 쓰레기통도 비우고요.




이 아름답고 이상한 가게가 저의 땡땡땡이에요. 제가 고산에서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자 저의 참새 방앗간. 저의 마을회관이자 고산농협. 혹시라도 가게 구석에 혼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사장님을 발견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볕이 좋은 뒷뜰에 의자를 놓고 밥을 먹으러 오는 고양이들을 지켜보는 일이 사장님이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 거든요. 가끔 홍홍의 5년후 10년후에 대해 상상해 보기도 해요. 이상한 가게 널리널리 홍홍은 어떤 청년으로 성장해 있을까요. 그때 사장님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이 글은 마을주민 이정은 씨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인 '널리널리 홍홍'을 직접 취재해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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