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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람 난다 거인마을] 이선례 할머니2019-11-13

[큰 사람 난다 거인마을] 이선례 할머니


"뭐든 함께 노나먹는 시골이 좋아"

 

이웃 간 담도 없고 허물도 없고

또래 친구도 많아 외롭지 않아

 

바스락바스락 마늘 쪼개는 소리가 들린다. 마당에 놓인 노란 수레에는 마늘 껍질이 수북이 쌓여있다. 이선례(80) 할머니는 12월 초 주말에 아들, 딸과 함께 마당에서 김장을 담기로 했는데 김장에도 쓰고 자식들에게 나눠 주려 마늘을 쉴 새 없이 쪼갰다. 김장 날 배추를 버무리는 것보다 그 재료들을 준비하는 게 더 힘들다.

버무리는 것만 애들하고 같이 하고 준비하는 건 나 혼자서 해. 배추 간 죽이고 마늘 까고 할 게 태산이야. 이거 마늘 까는 것도 김장할 때 쓰고 남는 건 자식들 쪼께 주려고.”



12월 김장준비를 벌써부터 한다는 이선례 할머니. 마늘도 들깨도 마당 한가득이다.


할머니는 60년 전, 스무 살 때 이곳으로 시집왔다. 그 땐 다 그랬다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온 선례할머니. 20여 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내고 마을을 떠나 전주에서 생활했다.

옛날에 힘들게 살았어. 콩 갈아 두부 팔아서 애들 학교 보내고 그랬지. 동네에서도 가져가고 가게에서 전화 오면 갖다 주고. 그걸로 우리 식구들 먹고 살았어.”

그렇게 전주에서 10년 동안 일하다 거인마을로 돌아왔다. 도시를 떠나 다시 돌아온 건 할머니의 큰 딸이 이곳에 와 장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10년만의 시골생활이 맘에 들었다. 여느 동네에서나 보이는 높은 담이 거인마을에선 잘 보이지 않듯 이웃 간에 허물도 없었다.

전주서 지낼 적엔 얼굴도 모르고 사는 경우도 있었어. 예전에 우리 앞집 아저씨가 돌아가셨는디 그것도 몰랐어. 말을 안 해주니까. 근데 시골은 그러지 않잖아. 시골은 그게 좋아.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노나 먹고 사는 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 심심할 법도 하지만 할머니는 괜찮다. 낮에 운동도 하고 경로당에 가서 커피도 한 잔 마신다. 동네에는 또래 친구들도 있어 외롭지 않다. 때마침 윗집에 사는 이길례(80) 할머니가 찾아왔다. “오늘 감 좀 많이 갖고 왔는디 좀 가져가라며 말을 건넨다. 이름도 비슷한 길례, 선례 할머니는 동갑내기 친구로 가까운 사이다. 선례 할머니가 전주서 다시 동네로 왔을 때 너무 기뻐 춤이라도 추겠다고 했을 정도다.

반겨주는 친구도 있고 때때로 조용한 이 마을이 좋다는 선례 할머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말수가 적어서 좋아. 서로 헐뜯지도 않고 위해주고 살아. 여기 사람들은 장사를 잘 안 해서 뭐 있으면 같이 노나먹어.” 그리고 마을을 감싼 산을 바라보며 그 이름을 읊어본다.

산에도 다 이름이 있어. 훅국골, 찬바람내기, 안뙤기, 거멍굴. 모두 이 주변에 있는 산이야.”


뒷산에 인사하며 걷는 동네산책, 친구들과 나누는 수다, 마당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선례 할머니가 요즘 좋아하는 것들이다. 다시 돌아온 마을에 애정이 깊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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