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다리를 놓다] 찾아가는 문화다양성 상영회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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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상관면은 또 다른 소성리”
상관주민들 영화보고 지역문제 토론
전쟁세대 공포에서 평화가치 되새겨
9월 25일 오후 상관면 신세계지큐빌아파트 관리사무소 옆에 위치한 주민공간 ‘공감’에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7시가 되자 공간의 불이 꺼지고 스크린에 영상이 펼쳐졌다. 완주문화재단의 ‘찾아가는 문화다양성 상영회’가 열린 것이다.
9월 25일 오후 상관면 주민공간 '공감'에 모인 주민들이 완주문화재단의 '찾아가는 문화다양성 상영회'에서 다큐멘터리 <소성리>를 감상하고 있다.
■ 마을의 문제가 주민을 변화시켰다
이날 상영작은 다큐멘터리 「소성리」(감독 박배일, 2017)였다. 영화의 배경은 경상북도 성주군 초전면에 위치한 작은 마을 소성리. 별이 지고 해가 뜨면 어제와 다름없는 하루가 시작되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랬다. 다니는 곳곳마다 왁자지껄 떠들썩한 도금연 씨와 ‘8부녀 회원들’과 재미난 일을 꾸리는 임순분 씨, 바지런한 몸으로 새벽부터 흙으로 향하는 김의선 씨는 여느 시골주민과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의 삶에 처음 보는 이상하고 낯선 물체가 들어온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마을엔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른다.
“와 우리를 이래하노.”
사드가 들어오고 카메라에 잡힌 마을풍경은 달라져 있었다. 곳곳에 사드 찬성, 반대 현수막이 나부끼고 사드반대 모자를 쓴 소성리의 어르신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길에 누웠다.
이를 지켜본 상관면 관객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사드 문제가 한창일 때 온 국민의 관심사가 들었다가 어느 순간 잊힌 성주 소성리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상관 주민들의 마음을 두드린 것이다.
■ 영화를 보고 우리를 되돌아보다
상관 주민들은 지난 9월 어느 날 신리역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주민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촛불을 들고 나섰다. 상관에 있는 레미콘 회사 옆에 들어설 콘크리트 공장 건립을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은 작은 소망을 적은 비행기를 접었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요.’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우리 마을에 들어오지 말아요.’
주민들은 미세먼지로 인한 공해가 공장 건립으로 심화될 것을 우려했다. 특히 공장 위치가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중학교 인근이기 때문에 걱정이 더했다.
이날 상영을 신청한 상관면 문화이장 이선영 씨는 “촛불집회 때 많은 주민들이 참여했다. 애들 어른 할 것 없이 촛불을 들고 콘크리트 공장 인근까지 행진을 했다. 오늘 상영회를 신청하고 이 영화를 먼저 봤는데 우리 상관면이 맞이한 현안과 비슷했다. 주민들이 이걸 보면 공감할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봉면은 돼지농장이 들어오는 것으로 주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이서면도 헬기장 이전 문제로 고충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고 진행해야 할 것 같다. 정작 살고 머무르는 건 주민들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상관면은 문화소외 지역 중 하나이다. 이번 영화 상영을 통해 주민들은 문화다양성 영화를 접할 기회를 갖고 인식을 환기시키는 자리가 됐다. 영화가 끝나고 주민들은 감상을 나눴다.
강경은(44)씨는 영화 내용을 잘 모르고 왔는데 보고나니 많은 생각에 잠겼다고 말했다. “사드에 대해서도 크게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영화 속 한국전쟁을 겪은 할머니 세대들은 사드 배치로 인해 또 한 번의 전쟁을 연상하며 공포를 겪으신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나라에 전쟁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과 평화로운 나라를 꿈꾸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어요.”
최성주(42)씨도 사드에 대해 방송으로 본 적이 있지만 크게 와 닿지 않았었다. “‘힘들겠다’ 이 정도였어요. 영화를 보면서 내가 사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한편을 본 것인데 하나의 강의를 들은 것 같아요.”
이날 토론을 진행한 이선영 씨는 지역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다문화가정이 십만에 달한다는 기사를 본적 있어요. 각 나라별 문화가 다양한데 한 나라의 문화만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문화소외 지역인 상관면에 다양한 문화가 꽃필 수 있도록 조금씩 활동을 펼쳐가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