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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에 옥포마을] 10남매 키운 임순이 할머니2019-10-14

[가을날에 옥포마을] 10남매 키운 임순이 할머니




노질하고 배타고 그랬네, 지금은 편안혀

 

일 많이 했지만 힘들단 생각 안 해

지금도 두 딸과 고양이와 여섯 식구


 


천천히 마을길을 걷다 세 마리의 고양이가 눈에 띄었다. 조심스레 마당으로 들어가니 경계심 많은 고양이들이 후다닥 낯선 사람을 피한다.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 곳은 임순이(88) 할머니의 집이다.

배추가 더 커야 되는데 썩어가지고 오늘 그놈으로 먹을 거 좀 담글라고.”



옥포마을에서 10남매를 키워낸 임순이 할머니. 그는 낙천적인 성격으로 모든일을 긍정적으로 풀어낸다.


쿵쿵. 순이 할머니는 마늘을 찧고 있었다. 썩은 잎을 골라낸 배추는 소금에 절여 이미 수돗가에 내놓은 상태. 오늘 저녁식탁에 올릴 김치는 함께 사는 두 딸과 먹을 반찬이다.

내가 10남매를 낳았어. 옛날에는 생기는 대로 낳았잖어. 그 중 딸 둘이랑 같이 살고 있는데 좋아. 청소도 해주고 밥도 해주고 다 해주거든. 내가 편안혀. 여기서 내가 손주도 키웠거든. 손주도 다 컸어. 늙은이들은 그런 낙으로 사는 거야.”

서울 사는 큰 아들 나이가 69, 함께 사는 막내 딸 나이가 49. 열이나 되는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순이 할머니는 일을 많이 했다.

아저씨도 꽤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어. 그래서 내가 애들 키울라고 노질하고 배도 타고 농사도 많이 지었어. 배타는 건 이웃들한테 배워서 둘째 아들이랑 고기 잡고 그랬어. 혼자 살 땐 마을 저수지에서 새우 잡아서 애들 교통비 챙겨줬지.”



살기 위해 배를 타기 시작했다는 순이 할머니는 배 타는 건 바람만 안 불면 하나도 안 무서워라며 웃으신다.

순이 할머니는 인상이 좋으시다. 웃음도 많다. 18세에 화산 와룡리에서 시집온 이후 일을 많이 했지만 그것도 싫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다.

나는 밤낮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 교회도 다녔었는데 요새는 힘들어서 못가네. 우리 시할아버지도 95세까지 사셨어. 옛날엔 다들 그러고 사는 거라 생각했었으니까 크게 힘든지도 몰랐어. 우리 10남매 키울 때도 병원 한 번 안 갔어. 애들이 건강해서 수월하게 키운 거지. 나는 힘들어서 운적도 별로 없는 거 같아. 정신없이 살았는데 지금은 편안해. 자식들이 다 컸잖아.”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중간에도 마당에 노란색 고양이들이 어슬렁 돌아다닌다. 이름은 나비.

돌아다니는 고양이 한 마리한테 밥을 줬더니 걔가 여기 와서 새끼를 세 마리 낳았어. 그 중 한 마리는 죽고 두 마리가 남은 거야. 우리랑 똑같아. 나도 딸들이랑 셋이 사는데 쟤들도 세 식구야. 나비라고 부르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다 이리와.”





순이 할머니가 집 뒤에 있는 백년도 더 된 감나무에서 딴 홍시를 건네신다. 올해 처음으로 먹는 홍시다. 달다.

맛있지? 더 먹어. 더 따면 되니까. 김치 담글라면 시간 좀 걸리는데 그때도 올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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