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공동체]삼례도서관 1인1출판 프로젝트2019-05-03
[웃어라공동체]삼례도서관 1인1출판 프로젝트
소소한 기록, 책이 되다
나만의 책 꿈꾸는 사람들 독립출판 도전
혼자만의 개인적인 기록이 책이 될 수 있을까. 어린 시절이 담긴 일기장, 일터에서 거래처를 적어놓은 수첩 같은 아주 사소한 기록 말이다. 완주군립삼례도서관에서 새롭게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는 그 궁금증을 풀어준다. 바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진행될 ‘1인 1출판 프로젝트’다. 이름 그대로 누구나 작가가 되어 독립출판물을 제작해 나만의 책이 나오는 거다. 기간은 3월부터 11월까지며 도서관 회원을 대상으로 하나, 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완주군민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지난 3월 독립출판 관련 특강을 열고 4월 24일 첫 정기모임을 가졌다.
삼례도서관 '소소한 기록, 책이되다' 1인 1출판 프로젝트에서 밥장이 강의를 하고 있다.
‘1인 1출판 프로젝트’는 기성출판 체계와는 다른 형식으로 예비 작가들과 함께 서로 머리를 맞대며 차근차근 풀어나가고자 한다. 이날 정기모임에서는 작가 밥장(장석원)이 진행하는 글쓰기 강의와 출판계획서 자문이 이루어졌다. 그는 강의에서 “책이란 자신의 속에 있는 이야기를 글로 써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나를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남 앞에서 옷을 벗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보여주기 싫고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남 앞에 꺼내놓는 게 좋은 글의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책을 낼 예비 작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전주에서 온 조수형(42) 씨는 “평소에 도서관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가는데 공지를 보고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고 참여 계기를 밝혔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거창하게는 아니어도 나만의 글을 쓰고 싶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책을 만들 수 있다 해서 끌렸다”고 말했다. 그는 출판하고자 하는 책에 대해 “현재 키우는 아이가 둘 있는데 그중에 둘째 아들이 겁도 많고 감정표현에 솔직하다. 이 아이가 느끼는 감정과 성장하는 과정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한다”며 아들이 실제로 한 말에서 따온 ‘내 감정은 스마트폰이 아니야’라는 제목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현재 작가지망생인 김강산(29) 씨는 “이전에 웹소설, 단편소설을 써왔는데 이번에는 좀 더 다양한 분야의 글을 써보려 한다. 보통 독립출판물은 생소한 분야가 인기가 있기도 하다”며 새로운 도전 의지를 밝혔다. 이어 “말장난을 활용한 시집을 내고자 한다. 시마다 한 가지 자음을 탈락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ㄴ’을 탈락시킨다 하면 그 시에는 자음 ‘ㄴ’이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이다. 그에 따른 화자가 느끼는 상실감도 함께 표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말장난뿐만 아니라 그 안에 이야기도 담아낼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예비 작가들의 출판물 기획을 자문한 밥장은 “오늘은 기획과 구상에 대한 얘기를 했지만 앞으로 구체화 될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다. 글이라는 게 술술 써지는 게 아니라 힘들다”며 “글이라는 것은 앞뒤가 맞아야 해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이지 않는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임을 통해서 서로 소통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이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말들이 있는데 앞으로 그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례도서관 사서이자 1인 1출판 프로젝트 담당자인 신선영 씨는 “이 프로젝트는 여러 사람들과 책을 써보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저처럼 책을 쓰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혼자하기 두려운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예비 작가 모집공고를 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연락을 해왔다고.
신 씨는 “1인 1출판 프로젝트가 사람들에게 ‘취향의 네트워크’가 되길 바란다”며 “사람들이 용기를 얻어서 인생의 첫 책, 그 다음 책도 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ISBN(국제표준도서번호) 또는 바코드가 없으면 뭐 어떤가. 최종 목적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자기만족을 바탕으로 한 자아실현이지 않은가”라며 사람들에게 책 쓰기를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