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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의 완주이야기 30] 봉실산 아래 ‘은하리’2016-12-06

[이승철의 완주이야기 30] 봉실산 아래 ‘은하리’

은하리(隱下里) 이야기 거리가 많다.

▴봉실산 ▴고인돌 ▴정자나무 ▴장관 나온 마을 ▴죽은 사람 동네가 산 사람 마을 된 곳 ▴같은 이름 다른 동네 ▴너른 들판 ▴생강 굴 ▴절…

이런 마을에서 다투며 살 필요 없다. 은하리는 매력 넘치는 이름이다. ‘나서지 않고 조용히 묻혀 산다.’는 점잖은 뜻이다. 평화주의 선포나 다름이 없다. 장기리(場基里)는 ‘장터’, 장터는 시끄럽고 이해관계에 부딪히면 냉정하다. 이에 비하여 은하리는 봉실산에서 나무 해 때며 앞 들 논농사를 짓고 틈나면 학림사(鶴林寺)를 찾아 만수무강 부귀다남을 비니 평화로울 수밖에 없다. 봉실산을 ‘봉황(鳳凰)’으로 보고 사는 삶이다.


봉황은 워낙 깨끗하여 썩은 고기를 먹지 않고, 아무 나무나 앉지 않으며 오직 오동나무에만 앉는다. 그리하여 대한민국 대통령 문양(紋樣)을 ‘봉황’으로 삼았다. 이래서 청와대(靑瓦臺)는 깨끗해야 한다. 봉황에서 ‘봉(鳳)’은 수컷, ‘황(凰)’은 암컷을 가리킨다. 은하리와 봉동은 남자든 여자든 대통령 나올 고장이다. 봉실산을 한자로 ‘봉실산(鳳室山)’·‘봉실산(鳳實山)’ 어찌 쓰던지 간에 봉황은 ‘대나무 열매’를 먹고 산다니 ‘열매 실자’ 봉실산(鳳實山)도 너그럽게 받아 들여야 한다.


여기 출신 윤건중(尹建重)은 1공화국에서 농림부장관을 했다. 이 마을에는 교회가 유독 많다. 조용히 숨어살며 기도하는 이 정성을 비평할 일 아니다. 우산마을 이병우 씨는 전주이씨 귀한 족보를 가지고 있으며, 시제 때마다 토지지신(土地之神) 산신제(山神祭)에 온갖 정성을 다하기에 웃으며 호(號) “‘토산(土山)’이 어떠냐?” 하니 픽 웃으며 좋아 한다.


복지센터 자리는 원래 공동묘지. 묘를 옮기고 예비군 교육장을 비롯하여 여러 시설을 갖추니 죽은 사람 마을이 산 사람 동네가 된 것이다.

봉동읍 북쪽 제내리(堤內里)에 ‘방죽안’, 은하리에도 ‘방죽안’이 있으니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불가마에서 몸을 풀고 주변 음식점에서 후루룩 칼국수를 먹으며 후식으로 생강과자 생강차를 들면 얼굴이 화끈하다.


생강 굴에 들어서면 누구나 놀란다. 사람 오래 전부터 산 사실 고안돌이 말해준다. 정자나무 아래에서는 해 뜨는 쪽 인심, 해지는 서편 사람 이야기로 꽃피워 볼만하다. 풍수가와 주민들은 “완주군청을 봉실산 앞에 지었더라면 만경강과 어울려 좋았을 걸!” 이런 지적을 아직도 한다.


추수경 장군은 명나라 사람 임진란 때 원군으로 건너와 정착한 백성이다. 추동 묘역은 후손들이 잘 나(건설부장관 등) 이수성 전 국무통리가 비문을 지었고 담장, 삼문, 봉분, 건물이 새로워졌다. 1970년대 초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개똥밭이었다.    


쌀 한 가마 14만일지라도 봉동 논 값이 비싸 왈칵 겁내지지 않는다. 완주산업단지가 이웃이라 내 놓으면 서로 차지할 업자가 많단다. 밭둑의 야생 ‘갓’ 맛이 좋다. <개약장아찌> 만들기를 묻더라. 이게 봉동 맛 자랑감이다. 한때 시민교회 김희중 목사는 ‘사회복지 봉동재가 노인복지회’를 운영하여 소외 계층을 안아 주어 사회복지 발전에 이바지한 선구자이다. 못나 숨어 사는 게 아니라 신선 닮고 싶은 마음이어서였다. 북악산 아래 봉황새는 왜 울어야 하나! 봉황재노(鳳凰在笯:봉황이 ‘새장에 갇혔다’는 뜻)? 봉상(鳳翔)은 봉황이 ‘높이 나른다.’는 뜻.  



/이승철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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