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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시흥시장이 완주에 온 이유는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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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기도 시흥시의 시장과 공무원이 완주군을 방문했다. 삼례, 고산지역의 마을사업과 공동체창업 사례들을 견학했고 경천의 농촌사랑학교에서 하루 자면서 진지한 토론을 이어갔다. 그런데 시흥시의 공무원들이 토론한 주제는 시흥시민을 준비시켜 완주군으로 이주하는 시흥시의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시흥시장이 자기 지역의 인구를 빼앗기는 일인데 구지 이런 일을 고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전에 경남 하동에 귀촌한 방송국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다. 농사라고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밭도 갈고 배추씨도 뿌리고 무도 심었었다. 오래간만에 하동에서 만난 저에게 농사를 지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유기농에 대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을 보면 뺨을 한대씩 때려주고 싶다는 말을 했다. 아마 농사가 얼마나 고되고 성과가 없는 일인 줄 실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유기농업을 하시는 분들을 다시 보게 되었고 존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안 먹던 김치 국물의 양념까지 아까워 밥을 말아먹는 버릇까지 생겼다고 하니 농사의 고된 경험을 제대로 한 모양이다.

 

일본에서는 어그리-라이프(Agri-Life)라고 하는 운동이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이 운동은 누구나 농업을 경험하고 농촌을 느끼며 농민과 친근해지도록 하는 것인데 도시 내에 텃밭을 만들어 경작하는 것을 도와주고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하고 도시인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시설을 농촌에 만들었다. 또한 귀농을 돕기도 하고 영농조합이나 영농회사에 취업을 돕기도 한다. ‘인생 이모작이라 하여 퇴직 후에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도 한다. , 도시에 살고 있더라도 우리의 삶은 농업과 연계되어 있으며 농촌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항상 느끼게 하는 운동이다. 우리말로 구지 옮긴다면 농업에 그 근본을 둔 삶정도가 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농산물 개방과 관련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 우려의 목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면 십년 했던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고 그 때 마다 정부는 농업, 농촌에 많은 정책자금을 지원했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별반 없어 보인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그 지원금을 농촌에만 투자했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농업과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 오히려 거꾸로 도시에 투자하면 어떨까. 농업과 농촌에 꼭 필요한 투자를 도시로 돌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농업과 농촌을 발전시키는 일에 농민뿐만 아니라 도시 소비자들을 동참시켜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농업은 매우 중요한 산업이고 농촌은 매우 소중한 공간이며 농민들은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고 존경해야 할 사람들이라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 방법만이 급변하는 농업 외적인 변화에 농업과 농촌을 든든히 지켜줄 수 있는 방패막이 될 수 있다. 기능성 쌀을 만들고 포장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규모화로 농산물의 생산비를 낮추는 일보다 이 일이 훨씬 더 근본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인근에서 농사짓는 일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농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도시의 삶이 농촌의 삶과 같고 농촌에서의 삶이 곧 도시의 삶과 같아졌으면 좋겠다. 양념까지 아까워하는 하동의 초보 농군과 같은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시흥시장이 완주군을 방문한 이유는 어그리-라이프를 시흥시민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게 시흥시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고 시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시장의 의무라는 것이다. 도시에 아그리-라이프를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도시와 우리 지역에 다양한 일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임경수(귀촌인. 논산희망마을지원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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