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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별곡] GMO 작물이 전주 완주서 자라고 있다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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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이라고들 하는데 나한테는 벼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다.

엊그제는 볍씨를 담갔다. 온종일 비가 추적거리는 가운데서도 벼농사모임 열 명 남짓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먼저 소금물로 쭉정이를 골라내고(염수선), 섭씨 60도로 데운 물에 10분 동안 침지(열탕소독)했다.

 

그 볍씨는 지금 찬물에 잠겨 있다(냉수침종). 하루에 한 번 물을 갈아주고, 밤 시간에는 건져놓기도 하면서 눈을 틔우는 공정이다. 그렇게 닷새 쯤 흐르면 싹과 뿌리가 돋아난다. 이걸 모판에 담아 못자리에 가지런히 늘어놓으면 모 농사 단계로 접어든다. ‘모 농사가 반()농사라고, 한 달 남짓 정성껏 돌봐주면 쑥쑥 자라나 여기저기 논배미로 옮겨 심게 된다. 그 놈이 새끼를 치고, 몸피를 키우면 이삭이 패고, 나락이 여물어 마침내 한 그릇 밥으로 상에 오를 것이다

 

나는 이렇듯 벼를 길러 쌀을 빚어내는 농사꾼이다. 그런데 내 뜻과는 상관없이 벼를 닮았으되 벼가 아닌 괴생물체를 기르고, 쌀 모양이되 사람에게 해로운 성분이 담긴 먹거리를 만들어낼지도 모르게 됐다. 바로 유전자조작(GM)벼를 얘기다.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유전자조작농산물(GMO) 수입국이지만, 이 땅에서 재배되지는 않는 걸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2015년 이후 전국 7곳에서 10종의 GMO 작물을 시험재배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농민단체와 환경단체가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농촌진흥청이 밝힌 내용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가운데 들잔디, 유채, 국화, 감자, , 사과, 벼 등 7종이 전주와 완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GMO의 효능이나 문제점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그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몬산토 같은 거대자본의 돈줄을 동원한 압력과 통제 속에서도 GMO의 치명적 위험성은 각종 연구와 동물실험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GMO의 영향이 의심되는 피해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도 개발단계를 넘어 시험포를 가동하고 있다는 거 아닌가. 그것도 초국적종자기업이나 민간업체가 아닌 농진청이라는 국가기관이 앞장서서 말이다. 게다가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니 실로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는 노릇이다.

 

동물의 유전자를 식물에 접붙인 괴상한 생물체, 그것도 사람과 동물에 치명적일 수 있는 먹거리가 시험포라곤 하지만 우리 고장에서 버젓이 자라고 있다는 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진청 쪽은 오염될 가능성이 없다고 우겨대는 모양인데 미국 사례를 보면 천만의 말씀이다. 곤충이나 미생물, 예상치 못한 사고로 괴생물체의 유전자는 얼마든지 다른 농작물과 교잡될 수 있다. 설령 만에 하나라도 그러면 끝이다.

 

어찌 이를 두고만 보겠는가. 해서 전북도민들이 먼저 떨쳐 일어섰다. 어제는 완주군 이서면 전북혁신도시에 자리한 농촌진흥청 앞에서 전북도민 행동의 날집회가 열렸다. 유전자조작벼 상용화를 중단하고, GM작물개발산업단을 해체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당연히 우리 벼농사모임도 힘을 보탰다.

 

먹거리안전을 해치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스스로 마다하고 쓰지 않고 있다만 조작된 유전자는 그럴 수조차 없다. 전북에서 일어난 이 파문이 전국으로 물결쳐 ‘GMO 없는 세상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차남호(고산 어우리 사는 귀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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