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특집 · 2026.10.20

황금물결 출렁이는 고산 서봉마을

행복한 집 국문호·김평순 부부

“가을 되니 거둘 것도, 할 일도 한가득”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6.10.20 15:09 조회 4 댓글 0
목록으로 돌아가기

마을회관 뒤쪽에 난 골목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나오는 ‘행복한 집’이 있다. 뒤로는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앞으로는 푸릇한 잔디 마당, 더 나아가 가을이면 탁 트인 황금빛 들판이 보이는, 그야말로 전망 맛집이다.

귀촌하며 지은 집 앞에 세운 행복한 집 비석
귀촌하며 지은 집 앞에 세운 행복한 집 비석

서울에 살던 국문호(68)·김평순(65) 부부가 8년 전 이 전망에 반해 서봉마을에 발을 들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오래전 화산에서 고산으로 향하던 마을버스에서 시작됐다. 같은 화산면 출신이지만 사는 동네가 달라 버스에서 서너 번 마주쳤을 뿐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열여덟 살 평순 씨가 서울로 취직하러 가던 버스에 문호 씨가 올라탔다. “버스가 정류장에 섰는데 노란 보따리가 계단 위로 턱 올라오는 거야. 그게 우리 아저씨 짐이었어.” 당시 문호 씨는 서울에 방을 구해놓고 고향에서 살림살이를 챙겨가는 길이었다.

서울 지리를 모르는 평순 씨에게 터미널에서 공장까지 길을 안내해 주겠다고 나선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이후 평순 씨가 아무 말 없이 다른 공장으로 직장을 옮기자 문호 씨는 이전 공장 직원들에게 수소문해 새 직장까지 찾아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했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행복이를 안고 웃고 있는 김평순 씨
행복이를 안고 웃고 있는 김평순 씨

서울에서 오랫동안 장사하며 살아온 부부가 완주로 돌아온 것은 문호 씨의 건강이 나빠지면서다. 가게를 아들에게 맡기고 캠핑카를 타고 여행하던 부부는 고향 근처에 집을 마련하기로 했다. 여러 곳을 둘러보다 서봉마을의 한 주택을 보러 왔지만 캠핑카를 세우기에는 마당이 좁았다.

돌아서려던 참에 부동산에서 위쪽 빈 땅을 소개했다. “여기는 감나무만 잔뜩 있던 빈 땅이었어. 그냥 구경이나 하자고 올라왔는데, 둘이 동시에 ‘여기가 좋네!’ 하고 합창을 했다니까.” 그렇게 한눈에 반한 땅을 덜컥 마련하고 집까지 지었다.

처음에는 그저 건강을 돌보며 쉬어갈 생각이었지만, 지금 부부의 일상은 서울에서 살 때보다 더 분주하다. 평순 씨는 “처음에는 할 일이 없었는데 우리 아저씨가 건강해지고 나니까 농사를 얼마나 많이 짓는지 모른다”며 웃었다. 벼와 콩만 빼고 다 짓는다는 말이 농담 같지만 사실이다.

집 아래 들깨밭에서 만난 국문호 씨
집 아래 들깨밭에서 만난 국문호 씨

마늘과 양파를 심고 가지를 따고, 김장철이면 직접 기른 배추 80~90포기로 김치도 담근다. 객들에게 잘 자란 대추를 골라 맛보라며 건넨 평순 씨는 자식들과 지인에게 보낼 가지, 고구마 등 온갖 먹거리를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파크골프 회원이지만 요즘 같은 가을에는 더더욱 바빠 운동하러 갈 시간조차 없단다. 건강을 돌보러 내려왔다가 이제는 농사일에 쉴 틈이 없어진 두 사람. 오늘도 너른 마당과 밭을 오가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현장 사진

행복한 집 국문호·김평순 부부 사진 1 행복한 집 국문호·김평순 부부 사진 2 행복한 집 국문호·김평순 부부 사진 3

첨부자료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