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마을 안쪽 입구, 파란 대문을 지나 마당에 들어서니 철쭉과 봉숭아, 채송화, 양귀비 등 다양한 꽃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 꽃을 좋아해 마당 곳곳에 꽃을 심고 가꾼다는 박영희(85) 어르신. 허리가 아프고 몸이 예전 같지 않아도 작은 밭을 오가며 작물을 가꾸는 일은 여전히 일상의 한 부분이다.
“습관이 돼서 다섯 시면 눈이 떠져. 계란 두 개 삶아 먹고 밭에 나와서 일하지. 혼자 있으니까 풀이라도 뽑고,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는 거야.” 박 어르신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처럼 새벽에 눈을 뜨면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밭으로 향한다.
넓은 밭은 아니지만 팥과 들깨, 토란, 양파, 마늘 등 여러 작물이 자란다. 먹을 만큼씩 심어 가꾸는 밭이라 농약도 사용하지 않는다. 작물마다 필요한 손길을 보태고, 주변에 자란 풀도 뽑으며 밭을 돌본다. 서봉마을에서 나고 자란 어르신은 젊은 시절 벼농사와 밭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농사은 오랫동안 일상의 일부였고 작물을 심고 거두는 일에도 익숙하다.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허리가 많이 굽었지만 밭을 돌보는 일까지 놓지는 않았다. 실버카를 끌고 밭에 나와 몸이 허락하는 만큼 풀을 뽑고 작물을 가꾼다.
예전처럼 마음껏 움직일 수는 없어도 손수 심은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살피는 일은 지금도 계속된다. 자식들은 이제 일을 그만하라며 걱정한다. 하지만 박 어르신에게 밭은 단순히 농작물을 기르는 공간만은 아니다. 직접 키운 것을 먹고 조금씩 나눠줄 수 있다는 점도 밭일을 이어가는 이유다.
“자식들은 일하지 말라고 해. 그래도 내가 먹을 거 조금씩 심어서 나눠주면 좋잖아. 그게 기쁨이지.” 밭에서 작물을 가꾸는 일이 일상의 한 축이라면 마당의 꽃을 돌보는 일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철쭉부터 봉숭아와 채송화, 양귀비까지 좋아하는 꽃을 하나둘 심다 보니 마당 곳곳에 꽃이 자리 잡았다.
꽃을 바라보며 계절의 변화를 살피고, 직접 가꾸는 재미도 누린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 몸을 움직이며 밭을 돌보고, 자신만의 일상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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