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순(73) 어르신을 따라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면 대복마을의 가을 풍경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마을회관을 지나 밭으로 향하는 길, 어르신은 익숙한 듯 걸음을 옮기며 밭마다 자라는 작물을 하나씩 알려준다. 들깨밭에 들어서면 올해 농사가 잘됐다며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올해는 들깨 농사가 유난히 잘돼 수확한 것은 직거래로 모두 팔았다. 씨를 뿌리고, 자란 작물을 돌보고, 때가 되면 수확하는 농사의 과정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우리 마을은 단합도 잘되고 너무 좋아. 정말 살기 좋은 마을이야.
들깨도 심고 참깨도 심고 배추도 심었는데, 올해는 들깨가 참 잘됐어. 수확한 것도 직거래로 다 팔았고. 배추는 아직 잘 자라고 있으니까 겨울에 김장할 때 따려고 해.” 농사일을 이어가는 한편, 배움의 즐거움도 만났다.
2024년 완주군진달래학교에 다니며 한글을 배웠고, 글을 배우는 일이 무척 재미있어 1년 만에 한글을 익혔다. “한글을 모르고 살았는데 진달래학교 덕에 글을 배웠어. 글을 배우니까 그렇게 재미있더라고. 남편도 내가 학교 다니는 걸 엄청 좋아했지.
매일 학교 등하교도 시켜주고 내가 상을 타면 자기가 받은 것처럼 좋아하고 자랑도 엄청했지. 글도 배우고 사람들도 만나고 그러니까.” 학교에 다니는 어르신을 곁에서 지켜보던 남편은 지난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 떠난 뒤 적적한 마음에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두 살배기 쭈쭈와 복실이가 함께 지낸다. 마당 한쪽에는 청계 두 마리와 토종닭 한 마리도 있다. 밭에 나가 농작물을 돌보고 집에 돌아와 강아지와 닭을 챙기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남편이 가고 나서 처음에는 많이 허전했어.
시간이 지나니까 이제 조금씩 실감이 나. 혼자 자는 것도 처음에는 참 어색했는데 이제는 좀 익숙해졌고, 농사도 혼자 하다 보니까 조금씩 요령이 생기더라고. 아직은 남편 생각이 많이 나지만, 내가 할 일 하면서 지내야지. 남은 인생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면서 가족들이랑도 잘 지내고 싶어.
지금처럼 농사도 짓고 사람들도 만나고, 건강하게 사는 게 제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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