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별곡] 꽃망울 대신 터진 건


꽃망울 대신 터진 건



여느 해 같으면 꽃잎을 열었어야 할 뜰앞의 매화가 아직 저 모양이다. 망울이 좀 부풀긴 했지만 며칠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러는 사이 터지라는 꽃망울은 안 터지고 난데없는 포탄이 마구 터지고 있어 걱정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두고 하는 얘기다.

미국의 기만적인 기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엇보다 끔찍한 건 초등학교를 미사일로 폭격해 2백명 가까운 아이들이 애꿎은 목숨을 잃은 사태다. 날이면 날마다 국제깡패 팔뚝자랑에 여념이 없는 트럼프가 이를 이란의 자작극으로 몰아가려다가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양아치같은 면모를 드러냈다.

미국만 문제냐고? 미국의 실제목표가 중국견제니, 석유확보니, 국내정치용이니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공습 자체가 명분이 없어 보인다. ‘핵개발 저지를 내세우지만 그 근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이란 민주화와 정권교체를 들먹이지만 대체 미국이 무슨 자격으로?

세계 주류사회가 플라톤과 함께 최고의 철학자로 떠받드는 칸트는 2백년도 더 전에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의 헌정체제와 통치에 폭력적으로 간섭해선 안된다고 언명한 바 있다.(1795, <영구평화론>) 신권통치와 최근의 인권탄압 등 이란의 정치체제가 후진적인 건 분명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란인 스스로 풀어야 할 몫이다. 유명한 프랑스 정치사상가 토크빌(실제로는 메스트르라고 한다)도 그랬다지 않은가.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어디 이란뿐이겠나. 트럼프에게 정권을 넘긴 미국도 그렇고, 우리 또한 지금 남의 나라 얘기하고 있을 처지는 아니지 싶다.

어쨌거나 이번 전쟁의 피해는 이란과 중동권에만 그치지 않고 전세계로 파급돼 우리에게도 그 불똥이 튄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산업과 서민생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당장 농사철을 코앞에 둔 농촌에도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요즘 농사 농기계 없이 돌아갈 수 없으니 기름값이 오르면 고스란히 생산비로 옮아가게 돼 있다. ‘관행농의 경우 비료는 필수재인데 질소비료 제조공정의 주원료가 바로 천연가스다. 그 천연가스가 이번 전쟁 여파로 공급쇼크를 일으켜 가격이 65% 급등하는 양상까지 보였다고 한다. 이 또한 비료값에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하지만 국내 쌀값이며 농산물 가격은 이런 생산비 증가를 반영하는 구조가 못 된다. 그러니 울며 겨자 먹기로 적자경작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얘기다.

그러니 이 노릇을 어찌할 것인가. 단언컨대 세상에 정의로운 전쟁따위는 없다. 하여 오늘 당장 이 전쟁이 끝난다 해도 이미 때늦은 일이 되는 것이다. 나아가 하나의 전쟁이 아니라 모든 전쟁을 영원히 끝내야 한다. 칸트는 이런 맥락에서 평화조약이 아닌 평화연맹이라는 조직적 대안을 제시했다. 칸트는 애초 모든 민족을 아우르는 국제국가로서 세계공화국을 상정했지만 현실성 면에서 국제연맹을 제시했고 이것이 오늘의 국제연합(UN)으로 이어졌음은 알려진 대로다.

그러나 그 유엔은 평화구현과 멀기만 하다. 미국의 몽니 앞에 허물어져 제구실을 못 하는 게 현실 아닌가. 그러니 한낱 변방의 농사꾼인 나로서는 평화연맹보다 차라리 존 레논이 처연하게 부른 <이매진>에 실린 그 세계가 훨씬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꿈꾸어보자. 신의나라도 지옥도 하늘도 국가도 죽음도 종교도 가진자도 탐욕도 배고픔도 없는 세상을. 그리고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함께 꾸면 꿈은 이루어지리라.”



/비봉 염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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