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기획특집

[해교마을 하숙촌] 하숙집 아줌마들의 수다2014-12-16

[해교마을 하숙촌] 하숙집 아줌마들의 수다

“진상 하숙생요? 없을 수가 없죠”

 

하숙집 아줌마들의 수다

 

내 집 같이 편안한 집을 모토로 내건 이서 해교마을 하숙집 60여동이 성업 중이다. 손맛으로 혹은 상냥한 친절로 중무장한 하숙집 사장님 십 여 명의 수다를 들어봤다.

 

진상 하숙생 VS 착한 하숙생

 

“진상 하숙생요? 없을 수가 없죠.”

 

술 먹고 데리러 오라고 전화하는 경우는 귀여운 축에 속한다.

 

“연수생들이 한 3주쯤 묵고 나면 하숙집끼리 가격이나 서비스를 비교하게 되죠. 언젠가 5명이 한꺼번에 묵은 적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하숙비를 안내고 있다가 하숙비가 좀 저렴한 다른 집과 비교해서 그 가격만큼 빼고 준 적도 있었어요.”

 

이야기를 듣자마자 하숙집 아줌마들의 야유가 빗발친다. “그건 약과네. 전화로 예약하고 계약금까지 내고 찾아왔는데 바로 내 앞에서 다른 하숙집들 가격을 알아보고 다섯 명을 한꺼번에 데리고 갈 테니 하숙비를 깎아달라고 협상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갔냐면 그건 아니다. 같이 온 네 명이 잘 수습해 6주간 묵긴 했는데 그 때 전화한 그 선생님(?)은 하숙집 아줌마의 미움을 단단히 받았다는 후문.

 

하지만 40여일 매일같이 밥상 앞에서 마주하다 보면 가족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름도 인상도 낯설 던 하숙생들이, 휴대전화에 ‘밀양1’ ‘밀양2’ ‘밀양3’이던 사람들이 “우린 가족이야”란 말을 달고 살 정도가 된다.

 

“6주가 짧은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친밀감이 생긴다. 밥을 같이 먹기 때문에 가족처럼 정이 든다. 어떤 분은 떠나기 전에 편지를 건네거나 사과나 수십만 원하는 보리굴비 같은 특산품을 보내주기도 한다”고 고마웠던 기억을 꺼내놓는다. 어떤 집은 얼마 전에 딸이 고3 수능 시험을 봤는데 하숙생들이 만원씩 용돈을 걷어서 주기도 했다.

 

누구나 거치는 필수코스 ‘기 싸움’

 

하지만 고맙고 착한 하숙생과도 어쩔 수 없는 기싸움의 시기를 거친다.  그 기간이 보통 1~2주 정도. 대부분 다른 하숙집에 비해 없는 시설 등을 지적하는 건데 이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가격에 수긍하고 하숙집 분위기에 익숙해지면 그렇게 착해질 수가 없단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다.

 

 

두근두근 덜덜 첫 손님 받던 날

 

진경란씨(토마토)는 “처음으로 문의전화가 왔는데 정말 부들부들 떨면서 받았다. 계약금이니 하는 얘기는 미리 연습을 하긴 했지만 막상 닥치니 아무 생각도 안 났다. 내 집에 손님을 들이는데도 처음이라 내가 들어도 덜덜 떨리는 목소리였다. 경상도 분들이었는데 사투리까지 잘 들리지 않아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난다”며 “오픈하고 아직 첫 손님을 받지 못한 사장님들도 닥치면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웃지못할 기억을 털어놨다.

 

서은경씨(하예랑)는 “우리집 이름이 ‘하나님, 예수님 사랑합니다’를 줄인 하예랑인데 처음 손님이 장로님이었다.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안 믿겠지만 우리 집을 지켜주신다는 느낌을 받았고 실제로 지금까지 손님이 모자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숙생 받을 준비를 마쳤는데 아직 첫 손님을 받지 못한 강순복씨(잘 풀리는 집)는 답답한 마음에 점을 보러 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점쟁이 말이 내년부터는 이름처럼 잘 풀릴 거라고 했단다. 이 얘기를 들은 다른 사장님들이 “그 집이 잘되면 우리집도 잘 되겠다”며 다 좋아라한다.

 

아니 왜 여기서 꽃뱀을 찾아?

 

“하숙생 마중을 나갔는데 내가 젊으니 나를 꽃뱀인줄 알았다고 했다. 평범한 엄마들이 하숙을 치는 것 뿐인데 대체 꽃뱀이 어디 있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있다면 한번 보고 싶을 정도”라고. 사실 행정연수원이 수원 파장동에 있을 때 집을 떠나 홀로 지내는 연수생을 노리는 일명 ‘꽃뱀’이 기승을 부려 도마에 오른 적이 있어서 경계하는 분위기다. 연수원측에서조차 입소식 생활교육때 경각심을 줄 정도라고. 아침마다 ‘꽃뱀 조심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내는 여직원도 있단다.

 

“하지만 여긴 다 전북지역 사람들이 운영하는 하숙촌일 뿐이다. 근처 유흥가도 없거니와 혁신도시라고 하기에는 아직 갖춰야 할 것이 태부족인 곳이라 되레 부끄러울 정돈데….” 연수생여러분~ 꽃뱀은 풀밭에만 있어요.

 

좋아하는 반찬은?

 

의외로 콩나물국이나 미역국 같은 평범한 메뉴가 반응이 좋다. 아침은 맑은 국 위주로 가정식을 낸다. 50대 하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 그렇다고 가정식만 좋아하나? 물론 아니다.

 

신향란(45)씨는 “우리집은 스파게티나 피자도 제공한다. 외식문화가 발달해 이런 퓨전음식도 좋아한다”고 말한다.

 

반면 이향자(만나하숙)씨는 아직 건물을 올리지 않은 빈터에 채소를 키워 우거지 된장국이나 배춧국 같은 반찬을 상에 올린다. 주변에서 “비싼 땅에 키우니 더 맛있는 거다”며 한마디 거들지만 사실 알고 보면 정성이다. 하숙생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요리공부는 예사다. 하지만 기대가 어긋나기도 한다.

 

서은경씨는 “언젠가 탕수육을 야심차게 준비했는데 정말 한 젓가락도 안가더라”며 서운했던 기억도 있다. 어쨌든 요즘 하숙생들은 고기보다 야채를 즐긴다.

 

 

젊은 내가 하숙집 아줌마라 불려도 좋은 이유

 

“행정연수원이 생긴다는 정보를 듣고 땅을 사뒀다가 팔기도 뭐해서 하숙집을 지었는데 예상외로 이 일이 재미가 있어요.”

 

진경란씨(토마토)의 하숙생들은 퇴소할 때 남편도 함께 초청해 한정식을 대접하기도 하고 고맙다고 술 한 병을 놓고 가기도 했단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은 것은 전국적인 인적 네트워크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것도 고위 공무원들로다가. 놀러오라는 성화에 부산 답방을 하기도 했단다. 그럴 때 그간 쌓인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그렇지. 우리가 이 맛에 하숙집을 하지.’

 

이서 해교마을에 옹기종기 모인 하숙촌 60여 채. 그래! 친절로, 서비스로, 손맛으로 중무장한 하숙촌 아줌마들은 내년에도 고고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해교마을 하숙촌] 하숙집 하예랑을 가다
다음글
[해교마을 하숙촌] 이서 하숙촌은 어떤 곳?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