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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교마을 하숙촌] 하숙집 하예랑을 가다2014-12-07

[해교마을 하숙촌] 하숙집 하예랑을 가다

 

하숙집 젊은 아짐 푸짐한 밥상에 홀딱

 

하숙집 하예랑을 가다

 

이서 해교마을은 최근 몇 년 새 상전벽해만큼의 변화가 있었다. 혁신도시 지방행정연수원이 들어서면서부터다. 하숙촌은 이런 변화의 가장 직접적인 증거다. 해교마을 하숙촌은 대개 구획정리가 잘된 3층 다가구 주택들이다. 얼핏 비슷비슷한 모양이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마감재나 색상 등에서 집주인들의 취향이 드러났다. 마패나 연수원이야기, 모둘자리 등 고심해서 지었을 하숙집 이름들이 나름의 개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12월 2일 오후 6시. 하예랑 하숙생들이 하나 둘 식탁에 둘러앉기 시작했다. 하숙생들은 대부분 50대 초반의 5급 사무관 승진 예정자들과 혁신도시 조성과 관련한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예랑에는 모두 16명의 하숙생들이 머물고 있다. 짧게는 6주, 길게는 1년을 머무는 사람들이다.

 

가장 먼저 식탁에 앉은 이는 농진청 공사 현장 감리를 위해 서울에서 내려와 석 달째 하예랑에서 하숙하고 있는 김학기씨였다.

 

“식사요? 잘나오죠. 우리는 사실상 은퇴한 사람이니 집에선 푸대접 받는데 하숙집에서는 대접 받죠. 이집 젊은 주인이 반찬 간도 잘 맞춰요.” 김씨는 농반 섞인 말로 주인을 치켜세웠다.

 

“71년도에 서울에서 하숙을 했어요. 그때는 한방에 3~4명씩 몰아넣었죠. 무너진 와우 아파트 근처였는데 서울에도 초가집이 있을 땝니다.” 당시 하숙비가 한 달에 6,000원인가 8,000원했단다. “월급 1만5,000원 받아서 절반을 하숙비로 낸 겁니다. 옛날에 비하면 연긴 하숙집이 아니라 그냥 집이에요.”

 

김씨에 이어 대구 중구청에서 사무관 승진 예정자로 연수원 교육을 위해 하숙을 하고 있는 남순주씨가 식탁에 앉았다. 그는 연수원 10기로 교육 3주차다.

 

남씨는 “전라도 음식이 다 맛있지만 우리 하숙집 사장님 음식 솜씨는 특히 좋은 것 같다”며 “처음 전화 목소리만 듣고도 믿음이 가 바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청에서 온 유병옥씨와 이성희씨가 식탁에 앉자 식사가 시작됐다.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 수육과 굴 무침 보쌈, 갈치속젓, 오징어무국 등이 한상가득 올랐다. 이날은 쫑파티를 겸한 저녁식사로 예정돼 있었다. 6주 교육의 연수원생들은 3주마다 한 기수씩 교육원에 입소한다. 자연히 3주마다 6주간의 교육을 마친 하숙생들을 위한 쫑파티가 열린다. 이날은 밥을 안 먹는 사람들을 위해 술도 한잔 대접한다. 하지만 이날 상을 당한 하숙생이 있어 함께하지 못함에 따라 쫑파티는 생략했다. 그래도 가족처럼 둘러 앉아 풍성한 만찬을 즐겼다.

 

40대 초반의 하숙집 주인 서은경씨는 올 3월부터 하숙을 시작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지역신문 기자로 일했었다. “제가 좀 요리를 잘 해요. 원래는 임대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가만히 보니 잘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하숙 쪽으로 생각을 바꿨어요.” 식사를 하면 하숙이고 잠만 자면 원룸(임대)이다. 처음엔 방만 내줬다. 주방시설도 다 돼 있고 (하숙집에서)밥을 안 먹겠다는 사람도 있고 해서다. 그런데 하다 보니 자연스레 하숙생들이 밥을 원했다. 실제 하숙을 시작한지는 세달 밖에 안 된다.

 

은경씨의 하숙도 3층 다가구주택으로 방이 16개다. 방 하나당 1명씩이니 정원이 꽉 찬 셈이다. 층마다 조리가 가능한 주방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직접 요리해 먹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대부분 하숙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하숙비는 6주에 60만원인데 아침저녁 두 끼를 먹을 경우 30만원, 아침이나 저녁 한 끼만 먹을 경우 15만원이 추가된다. 하루에 한 번꼴로 장을 보고 반찬은 평소 8~9가지 정도 차린다. 하숙생들은 대부분 입소문을 들어 하숙집을 선택한다. 먼저 다녀간 기수 선배들이 귀띔도 해준다. 주말이면 하숙생들과 축제장이나 음식점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서은경씨는 하숙집 주인으로서의 새 삶에 만족하고 있다. “여유롭고 재밌어요. 직장생활 할 때는 느끼지 못한 거죠.” 새로운 사람들과 엮어가는 인연도 소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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