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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의 5일장] 삼례시장에서 만난 사람들2014-11-10

[완주의 5일장] 삼례시장에서 만난 사람들

“익산으로 가는 길목 … 옛날엔 굉장했지”

 

삼례시장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 가면 금마 가고
고리 가면 고산 가요

저리 가면 전주 가고
이리 가면 이리 가요

 

정순량 시인의 시 ‘삼례 장날’ 중 한 구절이다. 삼례의 지리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저리 가면 전주, 이리 가면 이리(익산의 옛 지명). 가는 곳마다 길이 열리는 교통의 요지. 어디서든 접근이 편리한 지리적 이점은 물론 너른 들판과 주변을 감싸는 산, 동요 없이 차분히 흐르는 만경강 물줄기까지. 오곡백과 풍성한 결실이 한데 모이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곳이 바로 삼례다.

 

매달 3일과 8일에 열리는 삼례장을 찾았다. 매일 열리는 상설시장이지만 3·8일 오일장날에는 더욱 분주하다. 보통의 오일장이 소소하고 아담한 느낌이라면 삼례장은 그득하다. 조그만 고무다라이(통)에 소복하게 쌓아 올린 텃밭채소, 뭍에서도 여전히 팔딱팔딱 뛰는 싱싱한 해산물, 등산복, 수제 어묵, 센베이과자, 좀약, 이태리타올에 이어 염소, 토끼, 개, 닭, 병아리 등 주종을 불문한 가축들까지. 온갖 것이 모여 뿜어내는 기운이 삼례장에는 있다. 동네 골목까지 비집고 들어온 마트의 아성에도 오일장은 여전히 꿋꿋하게 살아 움직인다.

 

 

삼례의 특산품이라 하면 딸기를 떠올리기 쉽지만 한번쯤 읍내 주변을 둘러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유독 자주 눈에 띄는 닭집들을. 시장 사거리에 한 줄로 길게 늘어선 생닭집 뿐 아니라 곳곳에 닭을 튀겨준다는 점포와 맛좋기로 소문난 단골 통닭집이 몰려있다는 사실을. “닭장시 하나는 끝내 주게 잘뒤야~”라며 30년간 시장에서 양품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한 마디가 이를 뒷받침 한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집에서 키우던 가축을 몰고 나와 거래하던 옛날의 장날 풍경이 고스란히 남은 터 일테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갖은 파동과 단속, 불경기 등의 이유로 전에 비해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고. 대량으로 유통되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수입산 닭에 비하면 토종닭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는 점 때문에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닭집 골목을 벗어나자 색이 고운 파라솔 아래 촘촘히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구간이 제법 길다. 천천히 걸으며 살펴보니 채소며 과일, 약초 등으로 풍성하다. 한참을 그렇게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살벌한 망치와 함께 검붉은 빛깔을 띤 원석 같은 덩어리가 눈에 들어온다. 갱엿이다. 마땅한 간식이 없던 시절 달달한 갱엿 하나면 부러울 게 없었다고. 간식은 물론이요 민간요법으로 감기에도 특효약이란다.

 

바깥을 돌고 시장 안쪽을 살펴본다. 생필품이 가득한 천냥마트를 지나 각종 반찬을 파는 찬가게, 구운 아몬드 냄새가 고소하게 풍기는 견과를 거쳐 온갖 과자로 즐비한 가판 앞에 선다. 강낭콩 모양의 과자 ‘돈부’와 이가 얼얼할 정도로 단단하고 짭짤한 맛의 옥수수콘 과자, 씹으면 호박엿 맛 꿀이 터지는 쫀드기, 밤맛 앙금으로 속이 꽉 찬 ‘만주’까지. 검은 봉다리에 한가득 담아온 추억의 과자를 오물거리며 집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삼례장도 현대화의 바람 앞에 서 있다. 완주군이 삼례시장 현대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현대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 먹는거 여그서 쬐깨씩 파는거여”

 

삼례장서 만난 할머니

 

삼례장에서 만난 고산 할머니(성재리에서 농사짓는 내외).
주 품목은 대파와 도라지. 비단 보자기로 싼 보따리 속이 대파로 가득하다. 물건 사고 모아둔 검은 비닐봉지까지 알뜰히 챙겨 나온, 장에 나온 지 이제 막 보름이 됐다는 새내기 내외. 일렬로 길게 늘어선 오일장 채소 행상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있는 부부를 만났다.

 

주로 나가는 장이 어디인가
전주로는 아중리 아파트 주변도 가고, 고산 장날엔 거기 나가고 여그 삼례장도 나온다.

 

교통편은
아저씨 자가용 타고 와.

 

장날에 사람(손님) 좀 있나
있지. 많아.

 

보통 나오는 시간은
아침 7시쯤 나와서 해 넘어까지 하고 물건 다 팔리면 들어가.

 

로컬푸드에는 납품 안하나
그냥 복잡혀. 여그서 쬐깨씩 내다 파는 게 나아.

 

오일장 다닌 지는 얼마나 됐나
여그(삼례장) 온지는 세 번쯤 됐나. 고산장은 그냥 허고. 농사 지은 거 우리 먹고 남아서 재미로 조금씩 팔다가 이번엔 조금 많이 심었어.

 

 

삼례시장 50년 만에 시설현대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

 

삼례시장이 50년 만에 시설현대화에 들어가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난다. 1964년 개장한 삼례시장은 지역의 대표시장으로 자리해왔지만 시설이 노후화 되고 인구가 줄면서 20여 년 전부터 침체돼 왔다. 또 주변에 크고 작은 마트가 우후죽순 들어서 어려움이 가중돼 현재는 30여 점포만이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완주군은 수년전부터 지역경제 활성화와 시가지 정비를 위해 노력해왔다. 전통시장 활성화 수준 평가분석에서 국비신청이 가능한 D등급을 얻기 위해 2011년부터  상인들과 함께 노력해 2010년 E등급이었던 시장을 2012년 D등급으로 끌어올렸다. 그 후 2013년 2월에 시설현대화사업을 신청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개년 사업으로, 총사업비 77억3000만원을 확보했다.

 

현대화사업은 부지를 둘러싼 현지재건축과 이전여론이 팽팽히 맞서면서 답보상태에 빠졌다가 올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친 전문가 의견 수렴과 토론회, 10월 2일 주민설명회를 통해 현 부지에 재건축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시설현대화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층은 주변상권과 중복되지 않는 특성화된 시장과 읍민광장을 만들어 삼례문화예술촌, 비비정, 예술가로 등과 연계한다. 2층은 시니어클럽과 청소년, 여성 등이 활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확보하고 지하주차장을 만들어 주차난도 해소할 생각이다. 논란이 된 이전부지는 향후 삼례읍 도시계획 및 주변 개발상황 등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 삼례 상권은 물론 도시기능까지 확장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활용할 계획이다.

 

삼례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은 내년 6월까지 설계를 완료하고, 7월 착공 및 2016년 12월 완공 후, 2017년 1월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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