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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나이 있나요] 완주 해피붐붐 실버밴드2014-10-21

[배움에 나이 있나요] 완주 해피붐붐 실버밴드

“하모니카 헛바람만 … 그래도 재밌어”

 

완주 해피붐붐 실버밴드

 

65세 넘은 15명 어르신들로 구성
처음엔 엉망진창, 이젠 환상의 화음

 

봉동 율소리 김일례(74)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이 기다려진다. 완주 ‘해피붐붐 시니어 밴드’ 강습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할머니는 올해 노인밴드인 ‘해피붐붐 시니어 밴드(이하 해피붐붐)’에 들어가 지금껏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할머니는 본래 드럼이 치고 싶어 밴드에 들어갔는데 타고난 노래실력을 숨길 수 없어 지금은 싱어를 맡고 있다. 해피붐붐 회원은 15명이다.

 

9월 17일 오후 해피붐붐 시니어 밴드가 연습 중인 삼례 문화키움터를 찾았다.

 

 

“하나 둘 셋 넷~ 궁짝~ 궁짝~ 궁짝~ 궁짝~ 궁짜작~ 궁짝~ 사랑은 아무나 하나? 사랑은 아무나 하나?”

 

전자오르간과 드럼소리가 연습실에 울려 퍼지고 할머니들의 구성진 노랫가락이 이어졌다.
“노래할 때 인상 쓰지 마시고요.” 밴드운영을 맡고 있는 완주 평생학습협의회 안연실 대표가 밴드를 지도했는데 나이 든 할머니들은 손에 쥔 가삿말을 놓칠 새라 긴장했다. 이들은 지난 6월 활동을 시작한 초짜들이다. 안연실 대표는 “처음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는데 어르신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워낙 강해 많이 안정됐다”고 했다.
그래도 대부분 일흔 이상인 어르신들에게 밴드활동은 녹록치 않다.

 

“나는 본래 하모니카를 배우려고 했는데 이가 안 좋아 헛바람만 나서 못하것더라고. 그래서 좀 쉬었지. 난중에는 노래를 헌개 쉽더라고. 나오라고 해서 쉬다 나왔어. 나이가 연만하잖여.” 고산 화정리 이칠월(76) 할머니가 처음 의욕 넘치게 도전했던 하모니카가 쉽지 않았던 사연을 털어 놓았다.

 

봉동 율소리 임지순(82) 할머니도 “하모니카 선생님이 일러줬는데 나이가 많다보니 숨을 들이 마시는 게 어렵다”고 했다. 그래도 할머니는 “자식들도 좋다고 혀. 어머니 놀지 말고 그런디 나가셔야 한다고 해서 한 번도 안 빼먹고 밴드 강습에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해피붐붐 싱어 삼례 후상마을 한순자(78) 할머니는 “엄청 놀기를 좋아하는데 허리가 꼬부라져 자신이 안서. 한심하기도 하고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다가도 여기 오면 노인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니 고맙더라”고 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에요. 그동안 억누르고 살다가 너무 너무 하고 싶어 참여한 분들이죠.” 안연실 대표는 “어르신들이 다들 너무 잘하고 계시다”고 뿌듯해 했다.

 

밴드를 처음 결성할 때 하고 싶은 악기를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줬는데 드럼에만 9명이 몰렸다. 그만큼 어르신들의 호기심이 컸던 것. 그 대표적인 사람이 싱어를 맡고 있는 김일례 할머니다. 다른 사람이 치는 걸 봤는데 참 재밌게 치더란다. 해서 저거 배우면 참 재밌겠다 싶어서 배우게 됐다. “드럼을 배우니 기분이 좋아요. 집에서도 시간만 있으면 젓가락으로 치곤했어요.” 

 

“그 전에는 어르신들이 다른 데는 관심이 없어서 노래하는 사람만 쳐다봤다고 해요. 지금은 드럼 치는 사람, 기타 치는 사람 등 자신이 맡은 부분의 연주자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말씀을 하시곤 해요.” 안 대표는 “어르신들이 하나씩 해나가면서 이제라도 할 수 있구나, 무대에 설 수 있구나 하는 성취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피붐붐 시니어밴드는 11월 1일 2014 평생학습축제한마당에서 데뷔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이후 경로회관 위문공연 등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집에선 냄비 놓고 연습”

 

드럼치는 전귀동 할아버지

 

봉동 용암리 전귀동 할아버지는 해피붐붐 실버밴드에서 드럼을 맡고 있다. 올해 여든 둘로 실버밴드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다. 요즘 드럼에 푹 빠져 있다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떤 일 하시나
벼농사 좀 짓고 집에서 먹을 양파, 마늘 심고 산다.

 

실버 밴드를 하게 된 이유는
노인대학에 갔는데 안연실 단장님이 실버밴드 단원 모집한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 내가 원래 농악 같은데 소질이 있다. 장구치고 꽹과리 다룰 줄 안다. 순발력이 좋아 잘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나이 먹어서 우둔하긴 하다.

 

자녀들의 반응은
2남 3녀를 뒀는데 애들은 늙은 사람이 이런 거 하는 것 운동도 되고 좋다고 한다.

 

밴드참여 후 삶에 변화가 있었나
원래가 집에서 노는 사람이 아니다. 전국노래자랑 출전도 여러 번 했다. 매주 화, 목, 금요일 봉동 시우회관에서 ‘청산~’ 그런 식으로 하는 시조경창을 가르치기도 한다.

 

드럼을 치면서 어려운 점은
드럼이 악단을 이끌어간다. 제대로 박자를 맞춰서 치려니 힘이 든다. 이번에 맞춰서 해봤는데 맞는 것 같다. 소질이 예능 쪽에 있는 것 같다.

 

집에서도 연습을 하나
물론이다. 드럼은 없고 장구가 두어 개 있는데 하나는 세우고 하나는 자빠트려 놓고 탬버린은 내가 좌대 만들어 냄비 놓고 한다. 내가 시조 연습도 하고 노래 연습하는 방이 하나 있어 집에서 뭐라고 안한다. 늙어서 건강하게 지내니깐 그런 것 같다.


해피붐붐이 궁금해
해피붐붐은 : 완주군 실버밴드다. 전라북도에서 평생교육 진흥사업 공모해서 전라북도에서 50%, 군 50% 지원사업이다.
어떤 분들인가 : 완주군의 65세 이상 남녀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재능있는 분도 있지만 대개 좋아하시는 분들이 오신다. 지금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주요 활동은 : 축제 연습도 하고 위문공연도 할 예정이다.
어르신들 수준은 : 처음에는 콩나물 대가리도 몰랐는데 지금은 하모니카도 불고 드럼도 치신다.

 

완주 평생학습 프로그램 뭐가 있나
2011년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완주군은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 지원에 나서고 있다. 완주군은 올해 평생학습동아리 18곳, 어울문해마당 21곳, 마을학당 13곳 등 모두 52곳의 평생학습 프로그램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학당
읍, 면 추천으로 지원하는 마을학당은 어르신들의 선호도에 맞게 실버댄스를 비롯해 노래교실, 판소리, 난타, 민요, 밴드, 한지공예, 생활체조 등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어울 문해마당
한글을 깨치지 못한 어르신들을 위한 어울 문해마당은 지역별 수요에 따라 복지관, 노인대학, 면사무소를 비롯해 마을 경로회관에서 열린다. 현재는 완주채움학교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봉동읍 4곳, 구이면 4곳, 삼례읍 2곳, 용진면 2곳, 이서면 2곳, 운주면 1곳을 비롯해 봉동장애인복지관, 용진노인복지관, 소양면사무소, 화산청춘대학, 구이노인대학 등에서 열리고 있다.

 

평생학습 동아리
평생학습 동아리는 일정한 숫자의 주민들이 모여 프로그램 지원을 신청할 경우 선정해 지원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올해는 18곳에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주요프로그램은 목공예를 비롯해 우쿨렐레, 동화구연, DIY(가구만들기), 사진촬영, 도예, 발효연구, 아로마테라피, 힐링카페, 스포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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