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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청년] 고산시장서 햄 만드는 27살 허율씨2014-09-15

[완주청년] 고산시장서 햄 만드는 27살 허율씨

 

“내년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

 

고산시장서 햄 만드는 27살 허율씨

 

스물일곱 청년 허율씨는 고산시장에서 햄과 소시지를 만들어 판다. 그가 손수 만드는 제품은 요즘 입소문을 타고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더 바빠졌다.

 

“하루 돼지고기 40kg 정도를 뽑는데(가공) 물량이 달리네요. 몇 개월 전만 해도 다 팔리지 않아 남았거든요.”

 

지난해 8월부터 고산시장에서 ‘햄스토리’를 운영하고 있는 허씨는 올해 대학을 졸업했다. 8월 22일 오후 4시 가게를 찾았을 때 허씨는 하얀 조리복을 갖춰 입고 저울에 뭔가를 재느라 여념이 없었다.

 

“소시지, 떡갈비에 들어갈 향미료를 재고 있어요. 떡갈비에는 파, 마늘, 양파 생야채 3가지가 들어가지만 소시지는 채소류를 가루형태로 만들어 사용하거든요.”

 

허씨는 일정한 양으로 담은 향미료를 차곡차곡 정리한 뒤 바로 돼지고기 손질에 들어갔다. 고기를 손질하는 손놀림이 능숙해보였다.

 

“자의 반 타의 반이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배회하고 있을 때 부모님께서 ‘고산 쪽에 좋은 거 알아 놨다. 경영수업 한 번 해봐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한 거죠. 아들 하는 일에 관심이 많으시거든요.”

 

우석대 조리학과를 졸업한 그가 시골장터에서 수제햄과 소시지 장사를 하게 된 이유다. 그 역시 다른 동기처럼 큰 호텔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대기업 입사를 희망했죠. 여기 와서 처음에는 고민하고 못 낼 화도 많이 냈었어요.”

 

그런데 자신의 이름 걸고 하다 보니 욕심도 생기고 자연스레 공부도 하게 되고 그러더란다. 본래 가장 잘하는 요리는 따로 있었다.

 

“이탈리아요리, 특히 파스타에 미쳐 있었어요. 6개월 동안 삼시 세끼 파스타만 먹고 산 적도 있었죠.”

 

막상 해보니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적성에 많았다. 일할 때 일하고 놀 때 노는 게 딱 자신의 스타일이라고.

 

“소시지가 내 새끼 같고 그런 게 있어요. 성취감이 있는 거죠. 무엇보다도 햄, 소시지가 잘 나오면 기분이 아주 좋아요.”

 

반죽하고 충진하는 게 허씨의 하루 일과다. 가루내서 반죽기에 넣고 페이싱, 즉 소시지 껍질을 입히는 건 데 손이 많이 간다.

 

소시지는 굉장히 까다로운 음식이다. 온도 하나에 맛이 좌우되는데 재료가 조금만 덜 들어가도 쓴맛이 난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6개월 동안 고기 200kg을 썼다. 덕분에 살도 많이 쪘다.

 

“제가 만드는 햄과 소시지는 지역 농축산물만 쓰고 있어요. 돼지고기는 소양치예요. 발색제도 넣지 않아 색이 하얗습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진 않지만 건강에 좋은 음식입니다. 발색제는 보존료 역할도 하는데 저는 자연에서 나오는 식물추출물(자몽)을 넣기 때문에 시중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다릅니다. 물론 방부제도 안 쓰고요.”

 

허씨는 고산가게를 열면서 전주에서 용진면으로 이사 왔다. 처음엔 조금 걱정됐다. 지금은 아주 만족한다고 할 순 없지만 나쁘진 않다. 수입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로컬푸드와 건강한밥상, 공공급식센터에 제품을 내면서부터 운영비와 세금 등을 밀리지 않고 낼 정도는 됐다.

 

“어쨌든 내년 설날 즈음해서 부모님으로 부터 경제적 완전 독립을 계획하고 있어요. 마흔 살 전에 연매출 10억을 달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허씨는 차근차근 꿈을 다져가고 있다. 타의 반으로 시작된 지역살이지만 분명한 목표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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