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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짓기] 가족을 담고 나를 닮은 집짓기2014-09-03

[내집짓기] 가족을 담고 나를 닮은 집짓기

 

돈 보다 가족과 소통해야 집 짓는 과정이 행복해요

 

집을 왜 지으세요? 라고 물으면 건축주 대부분은 “오랜 시간 집짓기를 꿈꿨다. 이집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오래도록 살고 싶다”고 답한다. 그렇다. 집을 짓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가족의 행복이다. 이 집에서 가족과 함께 오래도록 행복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집짓는 과정을 지켜보면, ‘가족’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예산’이란 이름의 ‘돈’이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 돈! 물론 중요하다. 돈이 있어야 땅도 사고 집도 짓는다. 하지만 집을 짓는 일은 물건을 사는 일이 아니다. 집짓기를 통해 돈이 가진 사회적 가치가 가족의 행복으로 교환되는 일이다. 진심으로 집중하지 못한다면 이미 지어진 집을 사는 편이 훨씬 행복할 것이다.

 

집짓기는 가족이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이 집에서 가족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대화를 나누며 계획하고, 설계하고, 지어지는 전 과정을 가족들의 축제로 채워갈 수 있다. 

 

그런 다음 가족이 해야 하는 일은 모든 결정의 순간에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아닌 ‘가족의 행복’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실이라는 공간에서 ‘우리가 이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본질이지, 공간이 넓거나 혹은 적거나, 바닥 마감재가 장판이거나 대리석을 깔거나 하는 부분은 부차적이다. 하지만 집짓기 결정과정을 보면 ‘그렇게 하면 싸다’ ‘그렇게 하면 비싸다’는 돈에 대한 단어들만 주로 오고가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모임에서 남들보다 싸게 집을 지었다며 자랑하는 사람을 보았다. 자신이 집을 한 채 짓고 나니 싸게 짓는 방법을 알겠다며 도와 줄 테니 지어보라고 부추기고 몇몇은 솔깃해한다. 나는 내심 그의 집짓기가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라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멀리서 잠깐씩 보아온 그의 집짓기는 불안해 보였다.

 

집을 짓겠다고 결심한 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언제나 ‘돈’이었다. 설계비가 뭐 그렇게 비싸냐며 설계는 건너뛰고 인허가만 대행했다. 시공은 남들보다 저렴하게 지어준다는 업체를 만나 대부분을 위임한 듯 보였지만 신뢰관계는 없어 보였다. 뭐 그리 추가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지 모르겠다고 집짓는 내내 툴툴거리며 언제나 화난 사람처럼 보였었다.

 

반면 집짓기 과정이 행복인 사람이 있다. 집짓기 과정마다 세심하게 가족과 의견을 나누고, 그것들을 정리하여 건축가에게 보여주고, 나아가 건축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집짓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배우자와 더 많이 대화했고 가족이 그 만큼 서로 깊어지고 있다고 행복해 한다. 

 

당신이라면 어떤 집짓기를 하고 싶은가. 집짓기를 보면 그 사람의 삶에 대한 태도가 보인다. 집짓는 과정에는 건축주의 삶이 그대로 묻어난다. 집의 품격은 형태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집을 짓는 전 과정에서 차곡차곡 쌓여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 집의 품격이다.

 

/강미현(건축사사무소 예감 대표, 완주군 마을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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