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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짓기] 이화자씨의 660일간 손수 집짓기2014-08-08

[내집짓기] 이화자씨의 660일간 손수 집짓기

 

“내 생각대로 지은 집 무모했지만 후회 없어”

 

이화자씨의 660일간 손수 집짓기

 

시멘트 하나 쓰지 않은 말 그대로 흙으로만 집을  짓고 싶었어요
가능하면 나 혼자만의 힘으로요
서까래 올리는 것, 보일러, 전기배선 작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혼자 해냈지요

 

운주 금당리 이화자씨가 편백나무 지붕을 얹었던 때를 회상하며 흙집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2009년 3월부터 혼자 힘으로 흙집을 짓기 시작해 2010년 12월 입주하기까지 마을에서 ‘혼자 집짓는 할머니’로 불린 이화자 목사(68·운주면 금당교회).

 

“시멘트 하나 쓰지 않은, 말 그대로 흙으로만 집을  짓고 싶었어요. 가능하면 나 혼자만의 힘으로요. 서까래 올리는 것, 보일러, 전기배선 작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혼자 해냈지요. 머릿속에 생각했던 대로 지어졌기 때문에 아쉬운 건 하나도 없어요.”

 

이 목사가 일반 평범한 남자들도 언뜻 도전하기 쉽지 않은 일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녀 나이 일흔네 살. 목회활동을 하는 교회인근의 땅 350평을 1,500만원에 구입해 밭을 제외한 150평 대지에 30여평(실평 약 23~24평 남짓)의 농가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둥근 원 두 개를 마주 댄 듯 한 모양에 남동향의 거실, 침실 1개, 건식 욕실, 주방, 다용도실로 나누었다. 손품, 발품 팔아 얻은 정보로 기본으로 머릿속에 그려온 집을 스케치한 뒤 설계사무소 직인이 박힌 설계도로 건축신고를 한 뒤 본격적인 그녀의 집짓기가 시작됐다.

 

이화자씨의 집안에 설치돼 있는 벽난로.

 

밭이었던 대지를 골라 그 안에서 나온 커다란 돌들로 기초 뼈대를 만들고 작은 돌들로 남은 공간을 막아 벽을 세우기 위한 기초를 만들었다. 비슷한 방법으로 바닥도 다졌다. 벽은 흙 포대로 이글루처럼 쌓아올려 만들고 미장은 네다섯 번 반복했다. 이중 유리로 만든 아치형 창문을 내리라 생각해둔 대로 나무와 합판을 이용해 아치형 창틀을 잡고 흙포대 벽을 마저 올려 고정했다.

 

외부 미장은 황토에 우무가사리, 석회를 섞어서 마감하고 내부는 밀가루로 쑨 풀에 백토를 섞어 발랐다. 이 작업만 100일 넘게 매달렸다. 인부를 썼으면 500만원은 훌쩍 넘었을 작업이다.

 

벽은 제재소에서 가져온 두께 1센티 이하의 가느다란 나무를 엮어서 외부를 막은 뒤 사이공간은 보통 쓰는 시멘트 대신 짚과 황 토를 섞은 짚버무리를 넣어 만들었다. 바닥은 편백나무를 사다가 직접 못질을 해서 마루를 만들었고 마감재도 직접 발랐다.

 

기술과 힘이 필요한 지붕 서까래작업은 원하는 바를 요구하고 전문 목수의 손을 빌렸다. 대신 편백나무 피죽을 올린 너와지붕은 온전히 이 목사가 담당했다. 일일이 껍질을 벗기고 지붕 위로 올려 못질했다. 힘들 것 같았던 지붕작업은 의외로 재미있었다. 현관 옆과 다용도실 격자문 6짝은 지인에게서 얻은 재활용자재다.

 

대나무환기구.

 

누군가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흙집 짓기를 위한 이런 정보들을 어디서 얻었을까? 이미 흙집을 완성한 선배들을 찾아 충북제천 등으로 현장학습을 다녀오고 ‘목촌 흙집’같은 책도 참고 했다. 인터넷 세상이니 비슷한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카페에서 얻은 정보는 용기를 주기도 했다. 이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싶으셨단다.

 

다음엔 게스트하우스 도전?

 

6평 정도의 손님방을 추가로 지을까 고민 중이다. 더 늙어서 혼자살기 싫을 때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두고 친구를 초청할 수도 있겠다 싶다. 일흔 여덟 여름. 조만간 다시 황토를 밟고 있는 이 목사를 만날 것 같은 예감이다.

 

창호지 문(왼쪽), 제재소에서 본 순간 마음에 들어 사온 목재 3개는 주방 입구가 되었다.

 

 

이화자씨의 집짓기 팁

 

집의 중심 벽난로 : 거실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벽난로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이미 유명세를 탔다.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국 곳곳에서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 연통이 막혀 지난해에 새로 만들었는데 연통, 외부 마감석재, 내화벽돌, 재료비만 100여만 원이 들었다. 내화벽돌을 크기에 맞춰 자르는 작업은 힘에 부치고 먼지가 많이 날려 힘이 들었다. 벽난로연구회 실습생들이 힘을 조금 보탰다. 벽난로 외벽은 원적외선이 많이 나온다는 환희석으로 마감했는데 이 돌은 집 짓기 전에 욕심을 내 미리 사둔 것이다. 안방 바닥도 이 돌로 마감했다. 입주 첫 해 사놓은 150만원어치 나무는 아직 3~4년은 쓸 만큼 남아있다.

 

남는 공간 활용, 벽장과 다락 : 수납공간 부족은 침실 벽에 벽장을 만들어 해결했다. 철지난 옷가지나 이불 등을 보관하는데 쓴다. 건식욕실 천정도 외부에 문을 두어 다락처럼 사용하고 있다. 책에서 얻은 정보로 도전한 것 : 대나무 환기구와 소주병 채광창은 수집한 정보 중 집지을 때 접목한 것이다. 대나무 환기구는 통대나무를 벽 쌓을 때 같이 박아 환기구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는데 올해는 아직 크게 더위를 느끼지 않아 사용하지 않았다. 환기를 하지 않을 때는 솜을 넘은 스타킹으로 막아둔다. 소주병을 이용한 채광창은 벽을 올릴 때 주둥이를 외벽 쪽으로 해서 눕혀 놓으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햇볕에 병 궁둥이들이 유색보석처럼 환한 빛을 투과시킨다.

 

집짓기 정보 얻은 곳 : 흙포대로 벽 쌓기 (건축네트워크) / 볏짚 활용 (스트로베일 하우스) / 그 외 생태건축 관련 사이트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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