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기획특집

[주경야독 농부들] 주경야독 산실 농업기술센터2014-07-27

[주경야독 농부들] 주경야독 산실 농업기술센터

 

치솟는 수강 열기 올해도 정원을 훌쩍 넘겨
환경농법에서 마케팅까지…다양한 커리큘럼 운영

 

주경야독 산실 농업기술센터

 

1일 오후 5시 완주군농업기술센터 순환농업대학 강의실. ‘일반채소과’ 과정 수강생들이 하나 둘 강의실을 채웠다. 손잡고 교실을 찾은 부부 영농인, 혈기 왕성한 청년 농사꾼, 은퇴 후 귀농한 연세 지긋한 어르신까지 나이도 경력도 제각각이었다. 일찍 온 수강생들은 간식을 먹으며 한 주간에 일어난 채소재배 에피소드로 동기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동진씨는 “요즘 매일 토마토 밭에서 산다”고 했다. 이곳에서의 수업이 끝나면 바로 토마토 밭으로 달려가 배운 걸 적용해보는데 계산대로 하루가 다르게 커 나가는 걸 보면 절로 신이 난다고.

 

순환농업대학은 완주군농업기술센터가 농업·농촌 핵심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지역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농업 이론 및 현장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7년 첫 선을 보인 뒤 농업을 배우려는 수강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

 

7월 1일 완주군농업기술센터 세미나실에서 농업대학 일반채소과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봉동 이형섭씨는 농업대학을 3년째 다니고 있다. “귀농 3년차부터 다녔어요. 첫해부터 교육을 받았으면 더 빨리 자리를 잡았을 것 같아요.” 이씨는 첫해에 친환경농업을 배워 유기농기능사를 땄다. 재작년에는 경영유통을 배웠다. 그는 “초창기에는 물건 팔려 그냥 시장으로만 갔는데 이때 마케팅을 배우면서 판로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가 바뀌었다”고 했다.

 

농업대학 과정은 고설딸기과, 발효식품과, 일반채소과 3개 반으로 구성돼 있는데 매년 지역 실정에 맞게 커리큘럼에 변화를 줘 호응도가 높다. 수업은 1주일에 한차례 3~4시간 과정으로 운영되고 3~12월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한 반당 정원이 30명인데 늘 이 인원을 넘긴다. 올해도 3개 반 110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농업대학 도입 당시에는 농민들의 낮은 관심으로 머릿수 채우기에 급급했다. 당연히 수업도 제대로 진행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변했다. 안전한 먹거리에 눈을 뜬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친환경농법이니 과학영농이 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걸 농민들도 알기 때문이다.

 

고추 상설교육에 참석한 어르신 농업인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완주군농업기술센터 자원개발과 송기중 주무관은 “시작 당시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금은 다양한 농업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농민들의 참여로 열기가 뜨겁다. 특히 농가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커리큘럼으로 더욱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완주농업기술센터는 농업 대학 프로그램 외에도 온라인 쇼핑몰, 블로그 등을 통해 농민들의 판로개척을 도모하고자 E-Business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전문 영농인 육성을 위해 품목 중심으로 연구 과제를 만들어 내고, 문제점을 도출해 연구하는 품목연구회 반, 향후 전망이 높을 농산물 생산이력제 대비반, 지역 농민들의 필요와 요구에 맞게 탄력적으로 상시 개설하는 상설교육 프로그램 등을 별도 운영하고 있다.

 

송 주무관은 “친환경은 보편화 됐기 때문에 그 다음을 대비해야 한다. 사람을 육성하고,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비해 온라인 환경과 생산이력제 부문에 힘을 실어 지역 농민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 추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잔류농약성분검사실에서 연구원들이 검사를 하고 있다.

 

알짜 농산물 뒤에는 농기센터의 숨은 노력 있어요

 

깐깐한 농약 검사로 안정성 높여주고

 

완주군 농업기술센터 박만기 주무관은 매주 월요일마다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향한다. 잔류농약을 검사하기 위해서다. 그는 마치 손님처럼 각 매장을 돌며 15~20여 품목을 무작위로 구매해 농업기술센터 잔류농약성분검사실로 돌아온다.

 

잔류농약성분검사실에서는 시료량, 균질화, 원심분리, 농축, 정제 등의 단계를 거쳐 제초, 살충, 살균제 등 246가지 성분 검출이 가능하다. 평균 1~2일이 걸린다.

 

실험실에서 일하는 김점숙 연구원은 “로컬푸드 직매장에 출하된 모든 농산물의 잔류농약을 검사하는 곳인 만큼 그 책임도 막중한 곳”이라며 “우리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채소를 소비자들이 언제든지 믿고 찾을 수 있도록 그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곤란한 점도 있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농약성분이 검출되면 그 결과를 설명해 주는 일도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기술보급과 인증지원계 황선영 연구원은 “성분결과를 가지고 농가지도를 나갔을 때 부정하시는 분을 만나면 좀 난감해진다. 결과적으로 안 나올 때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세자 계장은 “농가들을 대상으로 한 농약 안전성교육을 수시로 한다. 농약 안전성 기준만 지켜주면 식약청이 제시한 기준을 초과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간혹 검출이 되는 사례를 보면 고령농이라 희석배율을 잘못하는 실수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검사에서 부적격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어떤 조처가 취해질까? 즉시 매장에 연락해 해당 상품을 빼도록 하고 농가를 찾아 경위를 설명한 뒤 재교육 등의 입체적인 조처가 취해진다.

 

로컬푸드 인증제도는 생산단계에서 농가들이 인증을 받는 것인데 인증제도 자체가 전국에서유일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굉장히 부러워한다고 한다. 인증제도는 농가는 농약을 안전하게 쓸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는 안전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완주 로컬푸드가 지속가능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료 토양 검정으로 생산성 높여주고

 

“완주에서 검증 받지 못한 농경지가 0(제로)이 되게 할 겁니다.”

 

올해로 12년 째 농경지 토양 검정을 맡고 있는 완주군농업기술센터 이세자 계장의 목표다.

 

토양 검정은 각 토양에 어떤 작물 재배가 적합한지 과학적으로 검증해 주는 과정이다. 농업기술센터는 각 지역 농가로부터 의뢰받은 토양 혹은 직접 채취한 토양의 퇴비량과 비료량을 측정해 각 토양에 맞는 처방을 내려 준다.

 

농가는 센터로부터 받은 시비처방서를 토대로 필요한 만큼의 공급을 통해 경제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또 적정량의 영양 공급을 통해 보다 수월하게 친환경농법을 구현할 수 있다. 한 번이라도 검정을 받은 토양은 농업기술센터의 흙토람 홈페이지(http//:soil.rda.go.kr)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완주군농업기술센터는 25년 전부터 토양 검정을 실시하고 있다. 초기에는 큰 호응이 없었지만 교육과 홍보, 그리고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토양검정 수요도 늘었다.

 

특히 2~3년에 한 번씩 담당자가 바뀌는 타 지역과 달리 완주는 한 명의 담당자가 10여 년째 관련 업무를 맡아 체계적인 토양 관리를 가능케 했다.

 

이세자 계장은 “점차 농약은 없어지고 무농약 체제로 농법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친환경 농법이 유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친환경 농업을 위해서는 토양의 적절한 진단과 처방이 필수인 만큼 향후 토양 검정을 받지 않은 토지가 제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병충해 예방’ 미생물 매주 수요일 공급해요

 

매주 수요일 이른 아침 8시면 어김없이 완주농업기술센터 배양실 앞은 빈 물통을 든 농민들이 줄지어 선다. 센터에서 지역 생육 조건에 맞게 직접 배양한 미생물을 얻기 위해서다.

 

미생물 보급은 햇수로 9년째다. 농민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 이곳은 늘 대만원을 이룬다.

 

완주 지역 최고의 연구원들이 만들어낸 지역 맞춤형 미생물이니 그 품질은 물론이요, 가격 또한 공짜라 하니 반하지 않는 농민들이 있을까?

 

하지만 정책 초기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친환경 농업 확산을 위해 타 지역 어느 곳보다 먼저 시작했는데 미생물이 남아돌아 사업이 없어질 뻔 했다. 지역 농민들 사이의 인식 부족으로 호응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기센터는 지역 채소와 축산 농가별 특성, 지역 환경에 맞게 미생물을 개발하고 농가 무료 보급 및 친환경 농업의 중요성을 적극 알렸다. 강사를 불러 미생물 활용교육도 가졌다. 이런 9년간의 노력이 빛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고산에서 유기농 딸기를 재배하는 김상구씨는 “병충해가 예방되고 한우는 출하도 한 달 이상 빠른 걸로 알고 있다”며 “토양개선 등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했다.

 

완주군농업기술센터 강병철 주무관은 “최근 친환경 농법을 선호하는 농민들이 늘고 있으나, 이들이 미생물을 활용하기란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센터에서는 국비 확보 등을 통해 기술 개발에 힘써 지역 환경에 잘 적응하는 미생물로 농민들이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주경야독 농부들] 좌충우돌 농사꾼서 ‘농업박사’된 이내성씨
다음글
[내집짓기] 고산 서봉리 엄성복씨 흙집 안애낙원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