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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독 농부들] 학구파 농사꾼 강봉춘 할아버지2014-07-08

[주경야독 농부들] 학구파 농사꾼 강봉춘 할아버지

 

“배움은 끝이 없어…하기는 힘들고 안하기는 너무 아쉽지”

 

학구파 농사꾼 강봉춘 할아버지


일흔 넘어 발동 걸린 주경야독
운전면허-유기농기능사 자격증
공부란 공부는 다 쫓아 다녔지


경천 원가천마을 강봉춘(80) 할아버지의 대추농장에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완주 대추연구회 회원들이었다. 완주군농업기술센터에서 오전 모임을 가진 뒤 천연농약인 황토유황 제작법을 배우기 위해 할아버지를 찾은 것이다. 강 할아버지는 이 연구회의 회장이다.

할아버지는 간단한 설명을 후 능숙한 손놀림으로 큰 고무통에 유황, 황토분말, 천일염 등을 넣고 저었다. 뙤약볕이 내리쬔 초여름 한낮이었다. 할아버지는 자세가 꼿꼿하고 힘이 넘쳤다. 팔순이란 게 믿기지 않았다.

“여기 온 사람들 모두 한 번씩 유황 섞는 일을 해보세요. 직접 해봐야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겁니다.”

할아버지는 회원들을 독려하면서 시멘트 섞는 기구를 활용해 황토와 유황을 섞는 일을 해보도록 했다. 그렇게 30여분이 지나자 유황 천연농약이 만들어졌다. 이후 할아버지의 현장 강의는 대추밭으로 옮겨져 오전 토론시간에 나온 순집기로 이어졌다.

경천면은 원래 대추농사를 많이 하는 곳이었다. 할아버지는 밭두렁 논두렁이 다 대추였다고 한다. 언제가 빗자루 병이 돌았을 때는 나무에 테라마이신을 주사하며 수확했다고 한다.

“젊을 적 처음 대추농사 지을 때는 생대추 400가마를 수확하곤 했어. 그때는 종류가 토종대추였는데 공부도, 인증제도 없던 시절이고 어쨌든 대추가 열리면 다행이었지. 척박했던 때로 전지도 안했어. 전지 해놓으면 새 순 뻗느라 대추가 안 열렸거든.”

하지만 할아버지가 체계적으로 대추농사를 짓기 시작한 건 완주군농업기술센터를 통해서였다. 그 전까지는 관행적인 농사였다.

“대추연구회가 큰 힘이 됐지. 대추연구모임 회원끼리 농기센터를 통해 교류했어. 나름 적극적으로 활동했지.”

대추연구회원은 30명 정도 되는데 자신이 좋아서 해보려는 사람도 있고 재배하면서 개선점을 찾으려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정보를 나누고 전문가를 초빙해 기술교육도 받았다. 할아버지는 회장을 맡으면서 더 큰 책임감을 갖고 활동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자 책임을 가지면 같이 가는 사람들이 회장을 바라보는 경우가 있어. 나는 새로운 걸 얻어다 제공하는 게 회장 책임이라고 생각해. 여기서는 우리 농장이 본이 되는 농장이야. 내가 직접 재료사다가 관수시설도 만들었지. 대추밭에 보리도 심었어. 유기물질을 얻기 위해서야.” 할아버지는 대추나무 3000평, 묘목 2500평을 가꾸고 있다. 그루 수는 400주 정도 된다.

할아버지의 주경야독은 일흔이 넘어 발동했다고 한다. 운전면허증을 따면서부터였다.

“내가 70살에 운전을 배웠어. 그때부터 김제 백구에 있는 전라북도 농업인력개발원에 다녔지. 처음에는 컴맹이었어. 날마다 곶감을 깎아놓고 공부하러 다녔는데 얼마나 힘들었나 몰라. 그 후로 공부란 공부는 다 쫓아 다녔지.” 컴맹이었던 할아버지는 완주군 사이버 회원이 됐고 인터넷 블로그도 운영한다. 젊은이들처럼 왕성한 활동은 못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재배한 대추, 곶감을 판매하고 홍보하는 정도는 활용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2008년 유기농기능사도 땄다.

“그때 농업인대학에 유기농 기능사반이 생겼어. 그래서 공부했는데 나이가 젤로 많았나봐. 선생님이 합격했다고 알려줬을 때 되게 행복했어.”

하지만 이젠 어느 것도 쉬운 나이가 아니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으니 일하고 나면 다음날 쉽지 않아. 게다가 배움은 끝이 없어 안하기는 너무 아쉽고 하기는 너무 힘들어.”

그래도 할아버지는 알고 있는 걸 누군가에게 고스란히 알려주고 싶다. “가지고 있는 뭉털거리를 없애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가르치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 대문에는 이 같은 글이 걸려있다.

‘유기농업기능사로, 천연농약 설계사로 자연을 닮은 사람들에게 자연을 닮은 농장을 가꾸는 방법을 배워 자연이 숨 쉬는 농장을 가꿉니다.’

팔순의 학구파 농사꾼 강봉춘 할아버지는 영원한 현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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