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기획특집

충북 옥천 안남면 배바우마을순환버스 타봤더니 2014-04-16

충북 옥천 안남면 배바우마을순환버스 타봤더니

4월1일 충북 옥천 안남면 배바우마을 순환버스에 탑승한 안남면 주민들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충북 옥천 안남면 배바우마을순환버스 타봤더니
 
 
아랫마을 윗마을 4차례씩 순환 … 단합으로 풀뿌리 자치 일궈
 
 
주민사업비로 버스 구입
주 6일간 무료 운행 … 시내버스 승객도 증가
 
 
4월 1일 오전 11시 충청북도 옥천군 안남면 소재지 배바우작은도서관 앞에서 마을 순환버스(이하 배바우버스)에 올랐다. 주민복지 정책으로 전국에 알려진 배바우버스를 취재하기 위해서다.
 
버스에는 흔한 행선지 표지판도 없었다. 도서관을 출발한 25인승 낡은 버스가 300여m 떨어진 면사무소 앞에 이르자 줄지어 서있던 승객 5~6명이 느릿느릿 버스에 올랐다. 모두 70~8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오전에 면에 나와 일을 본 뒤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낮인데도 많이 타시네.” 배바우버스 기사 주재결(63)씨가 인사를 건네자 승객들은 “볼 일 보고 집에 가는 길”이라며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버스는 등교시간인 아침시간대에 붐비고 낮에는 좀 한산한 편인데 이날은 날이 풀린 탓인지 승객이 많았다.
 
배바우버스는 2009년 6월 운행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5년째다. 버스는 도서관을 기점으로 안남면 지역을 ‘8자’ 형태로 한 번은 위쪽 한 번은 아래쪽 마을들을 오전 4차례 오후 4차례 돈다. 일주일에 이틀은 면사무소에서 열리는 어머니학교 수강생들의 등하교까지 책임진다.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간 운행한다. 명목상 도서관셔틀버스지만 실질적으로는 안남면 1,500여명이 이용하는 마을순환버스였다. 여기엔 현행법의 제약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숨어있다.
 
취재진이 올라탄 버스는 배바우도서관을 출발해 연주1(면사무소 앞)→도덕1리→도농2리→도농1리→화학1리→화학2리→청정리→배바우도서관을 순환할 예정이었다. 또 다른 노선은 배바우도서관→연주1리(면사무소)→도덕2리→종미리→지수2리→지수1리→연주1리(면사무소)→배바우도서관 코스다.
 
 
“인자 마을버스 없으면 우리 암것도 못혀”

“이거 없으면 죽지 시골에는 차도 없잖아. 이거 없으면 완전히 (발)묶여.” 배바우버스 자랑에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엄청 도움이 되지. 하루 어떨 땐 두 번도 타고 편하고 말고 버스시간 맞춰 버스타고 왔다가 편하게 집에 갈 수 있어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는 효자고 말고.” 도농리 황촌마을 황호연(70)씨는 “학생들도 많이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도농리 1구 농막마을 이기열 (73)씨는 “이런 혜택이 모두 안남면 지역발전위원들 덕분”이라고 했다.
 
배바우버스 운행에는 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의 역할이 컸다. 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 주교종 위원장은 “안남면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2007년 면민들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아이들, 할머니들, 어머니들 할 것 없이 1순위가 버스였다. 해서 주민지원사업비로 버스를 사게 됐다”고 말했다.
 
면소재를 출발한 버스가 구불구불 마을길을 따라 20여분을 달려 도농리 농막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2명이 내리자 면소재지 나갈 다른 승객들이 탑승했다. 내린 승객들은 오전 9시 15분에 마을을 출발하는 버스에 오른 분들이었다. 이 분들이 면에서의 볼일을 마치고 11시 20분에 마을에 돌아온 것이다.
 
운전기사와 승객들이 인사를 나눴다. 승객들끼리는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운전기사 주씨는 지나는 차량과 밭일하는 주민들과도 손 인사를 하느라 바빴다. 마치 마을사랑방에 온 듯 했다. 승객의 98%가 병원에 가는 어르신들이다. 주씨는 “이 차는 빨리 못 간다. 어른들이 많이 타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버스가 한 번 도는 거리는 17~18km가량 된다. 대략 40분 정도 걸린다.
 
처음에는 버스회사의 반대가 심했다. 주교종 위원장은 “참 많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지금은 서로가 기다리는 존재가 됐다. 주 위원장은 “농어촌버스의 손님이 늘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배바우버스와 농어촌버스의 지간선체계가 자연스레 이뤄진 것이다.
 
11시 정각에 출발한 순환버스는 도농리 청정리 11시 40분이 약간 지나자 면사무소에 도착했다. 버스는 다시 어머니학교 수강생들을 태우고 또 다시 마을로 향했다. 25인승의 작은 버스는 안남면 주민들의 행복지수를 확실히 높여주고 있었다. 안남면 주민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자치를 이뤄가고 있었다.

 
-----------------------------------------------------------------------------
 
 
“현행법 피하려 도서관셔틀버스로 운행”
 
 
주교종 지역발전위원장
 
 
안남면 대중교통 문제점은 뭐였나
 
해마다 막대한 예산이 버스회사로 들어간다. 하지만 버스회사들이 비수익 노선을 기피하면서 정작 대중교통이 꼭 필요한 어르신들과 초등생들이 혜택을 못 받고 있다.
오죽하면 시골에서 차 태워주는 사람들이 가장 고마운 사람이고 조합장 선거도 차 태워주는 사람이 될 정도다. 혈압약이나 당뇨약이 필요한 주민들, 농협에 볼일이 있는 사람들은 정말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배바우 마을순환버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시골마을에는 대중교통 노선을 잇는 마을버스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군은 예산 때문에 못한다고 해서 그럼 우리가 해보자하고 나섰다.
 
 
문제는 없었나.
 
현행법상 규칙적인 시간에 불특정 다수의 승객을 무상으로 받는 행위는 여객운수법에 위배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걸 피해가는 방법으로 공공시설인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한다고 해서 도서관셔틀버스라는 이름으로 운행하는 것이다.
정해진 코스로 정시성을 갖고 다니면 불법이다. 결국 법제처 질의를 통해 여객자동차운수법이 아닌 주민복지 차원으로 운행하게 됐다.
 
 
운영비 등은 어떻게 하나
 
차량 유류비, 보험료, 수리비 등은 주민지원사업비로 충당한다. 인건비는 군 지원을 받고 부족분은 면 후원금으로 한다.
 
 
아쉬운 점은 없나
 
차 출입구가 조금 낮으면 좋겠다.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차에 오르내리는 데 시간이 걸려 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못 태울 때가 있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어쩔땐 마트심부름도 합니다”
다음글
“면까지 택시비가 100원이라면 믿겠소?”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