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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 가는데 반나절… 전주 오가면 한나절 훌쩍 2014-04-06

읍내 가는데 반나절… 전주 오가면 한나절 훌쩍

화산면 종리 마안·하용마을 앞에서 한 주민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읍내 가는데 반나절… 전주 오가면 한나절 훌쩍
 
 
오지 않는 버스에 속타는 어르신들
 
 
운주 먹방마을에 사는 신금순(79) 할머니는 1일 이른 아침 면소재지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할머니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는 700여m 이상 떨어져 있어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에 의존한 할머니의 걸음으로는 20분이 걸렸다. 할머니는 버스정류장에서 8시40분 겨우 버스를 탔다. 하지만 곧바로 운주면 소재지로 가는 버스가 아니라 고산방향으로 가는 버스였다. 할머니는 다시 인근 수청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운주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면소재지로 가는 버스는 9시30분이 지나서 도착했다.
 
할머니는 4km 남짓 거리의 면소재까지 가기 위해 버스타는 곳까지 20분을 걸어야 하는 등 두 번의 버스를 갈아 타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할머니는 곧바로 오는 버스를 타지 않는 한 똑같은 여정을 되풀이해야 한다.
 
큰 도로 중심 획일적 노선
화산 예곡 등 깊은 마을은 3~4시간에 1대꼴 운행
 
마을간 순환버스 없어
옆마을 가는 데도
고산까지 나가 갈아타기 예사
 
장날 보따리장수 경천 이씨 할매
오가는 차비만 8천원
“채소값도 안나온다” 하소연

 
이같은 사정은 신 할머니 뿐만 아니다. 버스노선이 지나지 않는 자연마을 주민들 누구나 겪는 불편함이다.
 
완주는 전북도에서 최초로 2011년 7월부터 상관면에서 마을버스(25인승)를 운행했다. 올해 2월부터는 소형승합차(11인승)을 도입해 운행지역을 소양, 용진, 이서, 구이 등 4개면, 18개 마을로 확대했다. 기존 운행지역인 상관면까지 포함하면 총 5개면, 25개 마을을 운행한다.
 
하지만 아직도 완주군 마을 상당수가 버스 정류장까지 1㎞ 이상 떨어져 있고, 마을 진입로가 협소해 버스가 들어가지 못한 오지다. 운주면 금당리 옥배마을 한 주민은 “취나물이 유명해 팔러 나가고 싶어도 버스가 오지 않으니 생활자체가 힘들다”며 “소형버스, 승합차, 콜택시 등 산골오지에도 다양한 교통수단을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방 이러고 앉아서 3시간은 기다렸나봐”
 
지난 3월29일 오후 1시. 완주 고산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김옥임(76) 할머니는 3시간째 집에 들어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기경(구경)하고, 뭐 샀나 물어도 보고 그러면 시간은 금방가” 할머니는 애써 괜찮은 척 했지만 작고, 딱딱한 대합실 의자가 불편한지 길게 앉아 있지 못했다.
 
화산면 예곡마을에 산다는 김 할머니는 고혈압 약을 타러 전주예수병원에 가기 위해 아침 7시10분 첫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화산에서 고산터미널까지 40분,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전주 모래내 시장에서 내린다. 그 뒤에 병원까진 택시를 탄다. 일주일분 약을 지으면 같은 방식으로 고산까지 버스를 탄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1시에 도착한 할머니는 장터에서 국수 한그릇을 드시고, 4시까지 터미널 대합실에 앉아 있었다. 고산에서 할머니 집인 화산 예곡마을까지 하루에 다섯 번 버스가 오간다. 4시 버스를 놓치면 7시30분 막차를 타야 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하루에 2번(오전 9시30분, 저녁 6시) 밖에 안 다녔으니까 많이 나아졌지” 버스 기다리는 데 도가 튼 할머니는 하루에 다섯 번이고, 네 번이고 상관없이 다녀 주기만 하란다. 지난 겨울 감기 몸살로 동네 사람들이 다 죽어 가는데 버스마저 폭설에 멈춰 고생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고산 공용버스터미널 대합실은 오랫동안 켜지지 않은 전등 탓에 어두컴컴하고, 고약한 화장실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김 할머니와 같은 처지의 어르신 3~4명이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터미널 한켠에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경천 화암사 앞 마을에 살고 있는 이복순(71) 할머니의 보따리에서 나는 냄새였다. 이 할머니는 고산장날을 맞아 직접 캔 냉이와 쑥을 내다팔고, 그 돈으로 기름을 짜고, 몸빼바지(일복)를 줄이기 위해 아침 7시 버스를 타고 나왔다.
 
할머니는 “버스비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버럭 화부터 냈다. 할머니에게 마을버스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도구나 다름없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고질적인 관절염과 허리 통증 등으로 고산 한의원을 찾아야 한다. 또 장날이면 직접 캔 채소들을 내다팔아 약값과 손자들 용돈에 쓰고 있다.
 
할머니는 “고산까지 나오는데  4000원이 넘게 든다”며 “한번 왔다 갔다 하면 그날 판 채소값도 안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6월 전주-완주 통합논의가 한창이던 때 요금 단일화가 완주군 전 지역에 시행되면서 군민들은 거리에 상관없이 시내버스 요금 1100원만 내고 전주시를 오갔다. 하지만 전주·완주 통합이 무산되면서 요금단일화가 전면 중단됐다. 이전대로 추가로 지불해야 할 구간요금은 운주지역이 동상지역이 2500원을 더해 3600원을 내고, 고산도 1760원이 추가된 2860원을 부담하고 있다. 
 
 
“버스가 순환되지 않아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옮겨 다닐 수가 없어요”
 
지난해 완주로 귀촌해 봉동에서 살고 있는 이은숙(43)씨. 이씨는 매주 2차례 고산면 삼기리에 있는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에 교육을 받으러 간다. 센터까지 가기 위해선 봉동에서 고산으로, 다시 삼기리행 버스를 타야 한다. 하지만 고산읍내에서 삼기리를 가는 버스는 50분에 한 대 꼴.
 
이씨는 “버스 시간표도 안 붙어 있고, 언제 온다고 확실하게 그 시간에 오는 것도 아니고 봉동에서 센터까지 가는데만 2시간이 걸렸다”고 하소연 했다.
 
또 버스 노선이 고산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되어 있다 보니 면에서 면을 움직이려면 반드시 고산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크다. 실제 바로 옆 마을인 경천에서 화산(직선거리 15㎞)을 가려고 할 때도 고산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버스로 오고 가는 데만 걸리는 시간은 반나절을 훌쩍 넘긴다.
 
비봉 내월리 동리마을 박준식(41)씨는 “순환버스가 없다보니 마을과 마을, 면과 면의 교류 자체가 힘들다”며 “농산물의 이동부터 각종 교육 프로그램의 참여까지 대중교통 설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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