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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겨울 돌산과의 사투 … 땅 속 보물을 캐다2014-02-11

찬 겨울 돌산과의 사투 … 땅 속 보물을 캐다

 

야생회 회원들이 1월 7일 칡을 캐기 위해 플라스틱 운반용 도구에 삽 등의 장비를 싣고 산을 오르고 있다(왼쪽). 김찬희씨가 캐낸 칡을 운반용 도구에 싸매고 있다(오른쪽).
 
 
 
찬 겨울 돌산과의 사투 … 땅 속 보물을 캐다
 
올 첫 산행 나선 야생회원들
 
동상 밤티마을 뒷산으로 출동
종일 삽·곡괭이질로 기진맥진
한 가득 수확물엔 피로 싹~

 
1월 7일. 매섭던 추위가 한 풀 꺾여든 이날 다섯 명의 사람들이 이른 아침 고산에 모였다.
 
자연인야생회(대표 문길자) 회원들이다. 자연인야생회는 자연에서 나는 것을 채취하거나 낚아 생활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다.
 
인사를 나눈 사람들은 차 2대에 나눠 타고 대아리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올 들어 갖는 첫 산행이었는데 목적은 칡이었다.
 
굽이굽이 동상 밤티마을에 도착한 일행은 다시 마을을 지나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길은 쌓인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웠다. 차량들은 간혹 헛바퀴를 돌며 힘겹게 산길을 올랐다.
 
비탈길을 한 참 오르고 나서야 차량이 멈춰 섰고 회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장비를 챙겼다. 장비라고 해야 삽과 괭이, 작은 도끼, 톱, 그리고 플라스틱 운반용 도구가 전부였다.
 
이제부터는 차가 갈 수 없는 길이었다. 회원들은 눈이 쌓인 길을 잡아 오르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눈을 밟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카메라만 들고 뒤를 따르는데도 숨이 차올랐다.
 
“산이 비탈지고 돌이 많으니깐 다들 조심하고.”
 
야생회 회장 심은택씨가 회원들에게 간단한 주의사항과 작업할 위치를 지정해주자 일행은 각자 위치로 흩어졌다. 이날 작업을 위해 심씨는 미리 산주인의 허락을 받았다. 허락 없이 칡을 캐는 건 안될 일이다.
 
일행이 자리를 잡는 걸 본 심씨 자신은 더 응달진 곳으로 향했다. 눈이 발목까지 빠졌지만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다. 그는 8부 능선까지 올라서야 작업 위치를 잡았다.
 
가장 먼저 작업에 들어간 건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김찬희(68)씨다. 지정받은 위치에서 굵은 칡넝쿨을 발견한 김씨는 일행 중 가장 먼저 삽을 빼들었다.
 
“어휴, 완전 돌밭이네. 오늘 작업 쉽지 않겠는데요. 게다가 캐는 것도 문제지만 나르는 것도 일이겠어요.” 그는 삽으로 나뭇잎을 걷어낸 뒤 삽과 야전삽을 이용해 땅을 파기 시작했다.
 
얼마나 돌밭을 헤쳤을까.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그래도 삽질을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안으로 먹어버리면(뻗어버리면) 어떻게 캐.” 조금 떨어져 작업하던 안정현(38)씨가 칡이 땅 깊은 곳으로 뻗어있자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게다가 작았던가 보다. “작아, 작아. 그래도 밑으로 가니 좀 굵어지네.” 얼마 후 칡의 가지가 나왔다. 안씨는 “가지가 나오면 끝”이라며 “이후부터는 고생만 하는 거”라고 했다. 그가 작업하던 칡을 톱으로 잘라냈다. 사실상의 마무리다. 생각보다 작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칡은 파봐야 안다. 줄기가 커도 몸통은 작을 수 있다.
 
야생회원들1.jpg

 
부자가 함께 온 팀도 있었다. 김정희씨와 그의 첫째 아들 세진(고3)군.
 
“가끔 아들 녀석과 함께 와요. 마침 방학이어서 운동도 시킬 겸 함께 가자고 했지요.”
 
완주에서 태어나 객지 생활을 한 뒤 10여 년 전 귀촌한 김씨는 요즘 산을 오르는 재미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좋죠. 산에 오면 일단 마음이 편해요.”
 
한 삽 한 삽 파들어 갈수록 칡뿌리가 굵어졌다. 경사진 곳에 위치한 터라 작업도 비교적 편했다. 평지는 흙을 다 떠 올려야 하지만 비탈은 긁어내릴 수 있어 힘이 덜 든다. 게다가 김찬희씨의 작업 터와 달리 돌도 별로 없었다. 김정희씨는 “돌이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면서 밑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위로 갈수록 돌이 적다는 걸 산사람들은 잘 안다.
 
김씨는 “뇌두를 보면 칡의 굵기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역시나 칡은 캐봐야 안다고. 다행이 부자가 잡은 칡은 상당히 컸다. 줄기가 나무보다 더 두꺼웠다. 김씨는 칡이 밑이 아닌 옆으로 뻗었길 바라면서 작업을 이어나갔다.
 
심은택 회장 부부가 자리한 터는 무릎까지 눈이 올라오는 그늘진 곳이었다. 그는 “며칠 전 봐 놓은 자리”라고 했다. 하지만 응달에선 칡이 잘 자라지 않는다. 다른 회원들을 배려한 마음이 엿보였다.
 
오전부터 시작된 작업은 점심을 지나서도 계속됐다. 오후 2시쯤 각자 가져온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 일행은 땀이 식기도 전데 다시 삽을 들었다.
 
“한 번 산에 오면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어요. 까딱하다가는 해가 저물 수 있기 때문이죠. 하던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서두를 수밖에 없어요.” 심 대표는 다시 연장을 챙겨 칡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회원들은 이날 오후 4시까지 작업해 모두 300kg의 칡을 캤다.  이렇게 캔 칡은 즙을 내거나 통으로 판매한다. 회원들은 각자 캐지만 공동으로 판다. 야생회는 고산시장에서 노점을 운영하고 있다.

Tip. 칡 사포닌
칡에는 사포닌이 들어 있는데 서리태보다 30배 이상 많다. 냉성 사포닌으로 인삼하고는 다른 사포닌이다. 해서 칡 냉면은 열성인 생강이나 설탕을 좀 넣어 만들면 좋다.

 
 
칡  한봉지 천원! 돈 없으면 알아서 드시오~
 
자연과 삶을 지키는 자연인야생회
 
고산미소시장 광장 한 편에 눈길을 사로잡는 판매대가 보였다.
 
자연인야생회(회장 심은택)가 운영하는 무인 칡즙판매대였다. 판매대에는 칡즙이 수북이 쌓여있고 옆에는 돈 항아리가 놓여 있었다. 주변 음식점에서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간간히 천 원짜리 지폐를 넣은 뒤 칡즙을 가져갔다.
 
자연인야생회(이하 야생회)는 주로 칡이나 산약초, 민물고기 등을 채취해 판매하는 공동체다. 이들은 채취한 산약초 등을 직접 팔아 소득을 올리기 위해 작년에 힘을 모았다. 전체회원은 50여명 되는 데 정회원이 21명이고 농한기 때 참여하는 준회원이 30여명 된다. 정회원이 되려면 전문적으로 산에 다니거나 내수면어업허가가 있어야 한다.
 
회원들은 각자 갖고 온 물건에 스스로 가격을 매겨 파는데 판매액의 10%는 수수료로 떼 공동체 운영에 쓰고 있다.
 
야생회는 최근 고산미소시장 노점허가를 받고 광장에 판매대를 설치했다. 칡을 보관한 냉장고는 폐기물로 버려지는 폐냉장고를 정비해 재활용했다. 구상만 1년 걸린 역작(?)이다.
 
생 칡즙은 심사를 거쳐 엄선한 것만 판매한다. 야생회는 이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정했는데 위생시설을 갖춰야 하고 칡 외에는 다른 게 들어가면 안 된다. 심은택 회장은 “칡 30kg을 투입해 칡즙 190여 봉지가 나와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야생회원들은 봄에는 두릅, 고사리, 봄나물, 돈나물, 멜라취, 여름에는 산삼, 도라지, 가을에는 상황이나 능이 등 버섯류, 그리고 겨울에는 칡을 주로 캐고 있다.
 
하지만 이때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는데 “모든 약초나 산나물은 국내 자연산 토종만을 취급하고 너무 어린 것과 생장기간 채취는 피한다. 칡은 캐다 그냥 두면 썩을 수 있기 때문에 끝까지 캔다. 그리고 산사태가 날 염려가 있는 곳은 다시 메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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