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기획특집

장대로 감 따는 하헌모씨2013-11-25

장대로 감 따는 하헌모씨

 

동상 대아수목원 7부 능선 해발 400여m 숲속에는 비탈면을 따라 심어진 커다란 감나무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다. 산천마을 하헌모(54)씨는 그런 감나무 꼭대기 가지 위에서 연신 장대로 감을 땄다. 장대를 이용해 감을 따는 건 요새 흔치않은 풍경이었는데 쳐다만 봐도 아찔했다.
 
하씨는 요즘 감나무 위에서 생활하다시피 하고 있다. 곶감을 깎기 위해서는 감이 물러지기 전에 서둘러 수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곶감농가) 경우에는 홍시는 다 내버릴 수밖에 없어요. 무른 감은 곶감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죠. 홍시를 따서 운반하고 판매할 수 있는 인력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감이 익기 전에 서둘러 수확해야 하니 시간과의 싸움이죠.”
 
하씨는 10월 중순부터 감나무 위에서 생활한다. 이곳은 대아수목원 내에 있기 때문에 함부로 길을 낼 수 없어 기계장비를 댈 수가 없다. 때문에 오로지 장대질로 감을 수확할 수밖에 없다.
 
“땅 딛고 걸어 다닐 때는 땅 고마운 줄 모르죠. 감나무 위에서 한나절 있다가 내려오면 땅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
 
한창 바쁠 땐 날만 새면 감나무 위에 올라갔다 점심때가 돼서야 내려오고 점심을 먹은 뒤엔 다시 올라가 또 한나절을 보낸 뒤에 내려온다. 감 농가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한 달간이 가장 바쁜 때다.
 
하씨가 감나무 위에서 장대질로 감을 따 망태를 내려 보내면 이종사촌 박수배(50·서울)씨는 망태에 담긴 감을 플라스틱 상자로 옮겨 지게에 지고 100여m 거리를 내려와 트럭에 싣는 작업을 한다. 박시는 곶감철이면 해마다 내려와 하씨의 일손을 돕고 있는데 “벌써 5년째”라고 했다.
 
장대감.jpg

 
한 때 서울에서 객지생활을 한 하씨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대를 이어 곶감농사를 짓고 있다.
 
“아마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감 망태 받으러 다녔을 거예요. 아버지가 지게지고 산에 가면 따라가서 그걸 망태에 담아내려 보냈죠. 그때만 해도 전지가위가 없어서 손으로 감을 끊었어요. 감을 다시 지게 바닥에 주워 올리는 일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힘이 없으니 짚으로 만든 망태에 감을 내려 보내면 무거워서 들지 못하고 끝을 쳐들면 감이 쏟아진다. 쏟아진 감을 지게에 주워 올리는 게 어린 하씨의 임무였다.
 
“곶감은 1년 농사예요. 퇴비 뿌려줘야지 어린 감나무 전지작업도 해줘야지, 6월부터는 제초작업도 해줘야 해요. 한 마디로 1년 내내 감나무를 보살펴야 합니다.”
 
하씨는 봄철에 잠깐 벌을 치는데 이도 4월부터 5,6월까지 아카시아 꿀만 따고 벌은 다시 임대를 준다. 곶감 농사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는 곶감 판매 가게도 냈다. 농사만 잘 짓는다고 다 잘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작년엔 13동을 했는데 올핸 작황이 좋지 않아 곶감 10동을 계획하고 있다. 그래도 하씨는 “큰 소득은 아니지만 밥은 먹고 산다”며 “앞으로도 하늘이 주는 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게 소박한 목표”라고 했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하길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곶감 이야기
다음글
완주감생산자협동조합을 아시나요?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