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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곶감 이야기 2013-11-15

하길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곶감 이야기

“예서 나고 자라 곶감 농사로 육남매 키웠지”
 
 
하길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곶감 이야기
 
하길수(82) 할아버지에게 곶감은 이젠 옛 이야기가 돼 버렸다. 집 마당 한 편에는 말라빠진 나무기둥과 색 바랜 슬레이트 지붕의 텅 빈 감 덕장이 쓸쓸하게 서 있었다. 할아버지는 10년 전에 곶감농사를 놓았다. 치매를 앓는 할머니(77)를 돌보면서부터다.
 
“대간했제(힘들었지). 여자들은 (감을) 머리에 이고 새끼를 꽈 옆구리에 차고 왔어.”
 
할아버지 부부는 곶감농사로 아들 넷에 딸 둘을 키워냈다.
 
“내가 나무로 올라가 짚으로 만든 망태에 감을 따서 내려 보내면 아들(헌모씨)이 밑에서 망태끝을 기울여 땅에 쏟은 뒤 빈 망태는 다시 올려 보내고 땅에 떨어진 감은 꼭지를 따서 지게 바작에 하나씩 쌓았어.”
 
당시엔 전지가위가 없어 일일이 손으로 가지에서 감을 분리해야 했다. 이렇게 해서 세 망태를 쌓아야 한 바작이 됐다. 두 동(2만개)을 걸려면 이 일을 몇날며칠 반복해야 했다.
 
당시 할아버지의 감나무는 지금의 수목원 자리로 금낭화 단지가 있는 곳에 있었는데 따는 시간보다 감을 지고 집까지 가는 시간이 더 힘이 들었다. 오전에 한 바작 해와 점심을 먹고는 할머니에게 감을 깎으라 하고 할아버지는 또 오후 한 바작을 위해 지게를 지고 산으로 갔다.
 
“저기 저 감덕장(마당에 오래된 감 덕장을 가리키며)이 두 동반 걸리거든. 우리 감을 사고 나서 다른 사람 감을 샀지. 가격도 잘 쳐줬고.”
 
할아버지는 감은 딸 때 잘 따야 한다고 했다. 꼭지가 빠지거나 상처가 나면 상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잘 따고 잘 깎고 잘 건조시키는 게 좋은 곶감의 핵심이다. 딴 비결이 있을 리 없다. 할아버지는 “이젠 하루 일과가 아픈 안식구 수발드는 게 전부지만 그래도 행복하다”고 했다. 자식들 다 키웠고 자신의 일도 다해 할머니 건강만 나아지면 더 바랄게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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