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기획특집

청춘, 비비정을 품에 안다 2013-09-21

청춘, 비비정을 품에 안다

 

비비정마을 농가레스토랑 앞에서 늦은 점심을 먹은 어머니 요리사들과 청년들이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희준 양조장 지킴이, 최순덕 어머니, 임정자 어머니, 류한승 비비안낙 카페지킴이, 김기정 농가레스토랑 매니저.
 
삼례 비비정마을은 지금 신문화공간을 창조해 가고 있다. 2~3년 사이 농가레스토랑을 비롯해 카페와 전망대, 공연장이 들어섰고 작은 양조장이 만들어졌다. 일자리가 생겨났고 마을엔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몇 명의 젊은이와 마을주민들이 함께 일군 성과다. 비비정 공동체라는 큰 틀에서 개인의 삶과 꿈을 그려가는 젊은이들을 만나봤다.
 
 
소외-가난의 땅에서 농촌활력의 상징으로
 
'신문화 공간'작업중인 비비정마을
 
한낮의 볕이 따갑다 한들 가을향기를 숨길 순 없다. 부담없는 친구에게 연락해 볕 좋은 카페에서 커피라도 마시고, 함께 음악 공연 한편 보고 싶은 날이 이어진다. 8월의 마지막 토요일 저녁녘. 한적한 농촌 마을이 드럼소리와 전자기타 소리로 들썩였다. 강바람을 타고 오는 선율은 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에 생기를 감돌게 했다.
삼례읍 4개 마을(비비정, 학동, 후와, 정산)이 비비정 언덕 공연장 주변에서 한냇골 야시장을 열었다. 국내외 인디밴드들의 흥겨운 공연과 공예작가의 예술 작품들이 전시됐다. 한쪽에선 착한 농부가 만든 효소차, 효소요거트, 청국장, 딸기요거트, 김부각, 쌀조청 등 각종 농산물이 푸지게 펼쳐졌다. 초가을 별빛아래 젊은이들과 마을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흥겨운 잔치를 벌였다.

비비정. 삼례의 작은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삼례천이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지어진 정자다. 옛날 ‘한내’로 불린 삼례천과 주변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떼를 비비정에서 바라보는 것은 ‘비비낙안’(飛飛落雁)이라 해 완주8경의 하나로 꼽힌다.
만경강이 시작되는 지점인 삼례천과 주변 금모래는 풍류를 더하는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마을의 가난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마을 자체가 언덕이어서 큰 농사를 지을 만한 땅이 없는 이곳에 한국전쟁 때 피난민이 모여들었다. 먹고살 방법은 강에서 잡은 물고기와 강 주변에서 파낸 모래를 내다파는 것밖에 없었다. 큰돈을 벌 수 없는 일이었다.
세월이 흘렀고, 주민들은 마을 가까이 생긴 공장으로, 가게로, 학교로 일을 나갔지만 형편이 쉬이 나아지진 않았다. 인심은 곳간에서 난다 했던가. 50여 가구밖에 안 되지만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을일을 함께 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런 비비정 사람들이 ‘비비힐-신문화 공간’을 만들어 가며 조금씩 변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비비정 마을은 농가 레스토랑(350㎡)을 비롯, 카페 비비낙안, 야외공연장, 전망대 등이 들어섰다. 특히 ‘농가 레스토랑’은 어머니들의 손맛이 깃든 시골밥상 한상차림으로 도시민과 지역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또 ‘한식다과 카페-비비낙안’에선 어릴 적 시골에서 먹었던 맛있는 식혜, 수정과 등 전통차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야외 공연장에서는 자라나는 청소년 및 대학생, 직장인 동아리 활동 등 각종 체험과 연계한 공연, 영화상영, 방과 후 체험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있다. 저수탑의 원래 모습을 살려서 조성한 전망대는 삼례읍 전경뿐 아니라 3개(완주, 전주 익산) 시․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비비정 만의 독특한 명소가 됐다.

사단법인 비비정의 소영식 사무국장은 “마을 어머니들이 중심이 돼 운영하고 있는 ‘농가레스토랑 비비정’은 운영 1년 만에 월 3000명, 연 4만명이 찾아오는 지역의 명품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는 음식에 대한 재능을 갖고 있던 어머니들이 본인들의 경작환경(냉이, 머위대 등 손수 채취) 등에 맞춰 ‘우리만의 음식’으로 자체 시장을 형성, 이를 이끌고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식당운영으로만 마을주민 7~8명의 일자리가 생겨나는 등 비비정 사업으로 주민 18명 이상의 직·간접적 일자리가 창출됐다”며 “특히 60대 이상 마을주민 6명이 4대 보험에 가입하는 등 마을 사업이 실험이나 기대치로 끝나지 않고 지역사회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식당의 식자재 소비도(월 1000만원 상당)의 20%가 마을에서 지출되며 지역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2.jpg
비비정마을에서 바라본 만경강 철교 위로 열차가 달리고 있다. 멀리 전주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마을에 각종 시설이 들어서니 이를 운영할 전문인력도 유입됐다. 비비정엔 최근 2년 사이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이 8명이 귀촌했다. 이에 소 국장은 “사람들이 와서 일을 하고, 마을을 지탱할 수 있는 힘으로 자리 잡혀 가고 있다”며 “특히 사업 시작단계에 중학생이던 마을 아이들이 이제는 대학생이 돼서 마을 사업의 한 주체로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경과 철교와 양수장, 정자와 뚝방길 등 경관자원을 활용한 문화 공연과 청소년, 아이들 생태교육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소 국장은 “인근 대도시와 읍내에 밀려 소외받고, 낙후됐던 지역주민이 작은 변화를 몸소 느끼며 자부심을 갖게 됐다”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공동체라는 이름아래 개인 삶과 꿈이 현실이 되는 장소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물론 마을레스토랑 건설 등 변화하는 과정 중 주민들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소 국장은 “크고 작은 갈등은 언제나 존재한다. 이 갈등을 주민들의 힘으로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지속가능한 농촌 활력사업의 한 축이다”며 “함께 일하고 수익을 내면서 재미를 느끼고,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민들이 앞장서서 설득도 하면서 스스로 일을 기획하고 책임지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눈을 감고 누워보세요” 몸과 맘이 재충전되는 시간 1초
다음글
비비정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