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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넓이만 서마지기 반 2013-08-05

그늘 넓이만 서마지기 반

그늘 넓이만 서마지기 반
 
화산 봉황마을 느티나무
 
 
“응 거기 느티나무 있는디?”

사람들은 화산면 봉황마을을 말하면 으레 느티나무를 얘기했다. 일종의 마을 랜드마크인 셈인데 직접 보니 위용이 예사롭지 않다. 높이 30m, 흉고둘레 6.3m로 옆으로 길게 뻗은 가지가 무척 인상적이다. 수령은 600년으로 기록됐는데 마을사람들은 “천년이 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나무그늘 아래 평상에서 쉬고 있던 이영근(78) 할아버지는 “크는지 어쩌는지도 모르겠다”며 “내가 어려서도 이만했다”고 말했다.
 
옛날에 느티나무는 굵은 가지를 여럿 거느리고 있었는데 마을 어르신들은 어렸을 적 그 위를 뛰어다니며 놀았다고 한다. 그 가지 중 세 개가 몇 번의 태풍에 쓰러져 철심으로 잇는 외과수술을 받았고 옆으로 길게 누운 가장 밑가지는 철로 만든 지지대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노숙자씨(52)는 “30년 전 시집왔을 때는 가지가 많았는데 태풍에 많이 쓰러져 봉합수술을 했다”고 기억했다. 한눈에 봐도 봉황마을 느티나무는 장구한 세월의 풍상을 겪어낸 모습이 역력했다. 긴 쇠줄이 몸통과 가지를 관통해 더 이상 가지가 갈라지는 것을 막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꼭두새벽 논밭으로 나갔다가 해가 뜨거워지면 나무아래 평상으로 모여든다. 이날도 사람들은 느티나무 아래 모여 논밭을 망치는 고라니며 멧돼지, 오소리를 걱정했고 한 주 전 태어난 마을복덩이를 얘기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영근 할아버지도 “짐승 못 오게 뭣 좀 하다”가 하도 더워 쉬러왔다. 신춘화씨는 “여기처럼 시원한데가 없다”며 “어디 교육 같은데 가면 여기 생각나서 못 논다”고 슬쩍 자랑을 보탰다. 말하자면 느티나무는 봉황마을의 사랑방이자 여론광장으로 마을의 대소사가 이곳에서 결정되곤 한다. 나무는 또한 마을사람뿐만 아니라 마을을 지나는 나그네에게 휴식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업무 차 인근에 왔다 들렸다는 강미현(41․전주 동서학동)씨는 “나무그늘이 시원해 보여 잠시
쉬고 있다”며 “볼수록 정감이 가는 나무”라고 했다.
 
마을사람들은 이 느티나무가 드리우는 그늘만 서마지기 반(700평)이라고 했다. 이장 오영택씨는 “15년 전 마을로 이사를 왔는데 이 느티나무가 있어 큰 위안이 됐었다”며 “마을의 수호신처럼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월 초엿새가 되면 이 나무에서 당산제를 지낸다. 마을사람들은 집집마다 쌀을 걷어 제상을 차린 뒤 동네의 안녕을 빈다. 당산은 마을의 수호신이 있는 공간이다. 당산나무는 어느 마을이나 정신적 지주로 존재하며 마을과 주민의 안녕을 지켜주고 복덕을 가져다주는 신령이 깃들어 있는 나무로 알려져 왔다. 봉황마을 느티나무는 물을 다스리기 위해 심었다는 설이 있는데 최석재씨(고산향교 총무)는 “그런 식으로 심었다가 동네가 형성되면서 당산나무가 된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고 했다.
봉황마을 느티나무는 1982년 완주군 보호수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봉황마을엔 15가구가 살아가고 있다.
 
 
 
가을이면 은행나무 단풍보러 도시락 싸들고 와~
 
 삼례 석전리 정산마을 400년 넘은 은행나무
 
 
삼례읍 석전리 정산마을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다. 기록에 따르면 이 나무는 400년이 넘었는데 마을주민 집 진입로에 위치하고 있어 마치 정원수 같은 느낌이다. 옛날에 이 은행나무는 일곱 개의 가지를 가지고 있다 해서 칠성나무라고도 불렸단다.
 
7-삼례 정산마을 은행나무.jpg


열여덟 살 때 이 마을로 시집왔다는 이복녀(87) 할머니는 “우리 때는 나무 가지가 일곱 개여서 칠남매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일부 가지가 부러져 나갔다. 나무의 가지가 개인의 집 마당으로 뻗은 탓에 웃지 못 할 사연도 많은데 집주인 A씨(73)는 “단풍이 하도 예뻐 가을만 되면 사람들이 도시락 싸들고 와 구경한다”고 말했다. 불편한 일도 있다. 집주인은 “단풍이 예쁘긴 하지만 낙엽을 쓸어 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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