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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천언(千人千言)’의 열린광장 2013-08-05

‘천인천언(千人千言)’의 열린광장

‘천인천언(千人千言)’의 열린광장
 
 
화산 종리 정자나무
 
 
종리 화산삼거리 정자나무(느티나무) 아래 앉아 있으면 유독 길을 묻는 길손들을 많이 만난다. 경천과 고산, 화산으로 나아가는 나름의 교통 요충지(?)기 때문이리라. 화산 삼거리는 국도 17호선이 지나던 곳이었다. 지금이야 바로 옆에 4차선 도로가 뚫렸지만 그 전에는 대전, 논산, 고산을 오가는 사람들이 반드시 지나는 길목이었다.

“말씀 좀 묻겠는데요. 붕어찜 먹으러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나요?”

“화산방향으로 쭉 가서 면소재지 근처에서 우회전해서 조금만 가면 돼요.”

정자나무 아래 쉬고 있던 어르신은 잠깐 사이에도 몇 차례씩 길을 알려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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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티나무에서 쉬고 있는 주민들과 옹이가 느티나무의 연륜을 말해주고 있다.

 
1970년대 만해도 이곳에는 술집, 쌀집, 이발소, 담뱃가게, 약방, 물방앗간, 기계방앗간, 농협창고가 있어 몇 잔술에 취기가 돌면 화투판이 벌어져 밤사이 논 몇 마지기가 훌렁 날아가 순경들이 주시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용수마을에 사는 이동우(81)할아버지는 “지금도 도로변에다 농협지소, 정미소가 있어 이 근방 10개 마을 사람들이 상시적으로 모이는 곳”이라고 했다. 나무 주변에 모정과 의자가 갖춰져 있어 어느 때고 많은 사람이 모여드는데 "남 말만 듣는 사람, 상소리하는 사람, 남 흉보는 사람 등 가지각색”이어서 천인천언의 광장이다.

나무아래 모인 사람들은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얘기로 시간을 보내다 지루해지면 화투놀이도 하고 김치보시기에 막걸리도 한 잔씩 걸치며 한낮의 무더위를 피했다.

종이장사를 하는 이재만(73)씨는 “이쪽으로 길났을 때는 많이 고사해서 휑하니 빈 곳이 있었는데 그 뒤부터 뿌리를 제대로 박으면서 수형이 좋아졌다”며 “자연적으로 커나가는 게 참 신기하다”고 했다. 그는 “옛날에 이 나무에다가 외약손 새끼 묶어놓고 돛자리 깔아 제를 지냈다”는데 “지금도 칠석 때 술맥이(기접놀이) 하고 음력 백중날 풍물을 치고 그런다"고 했다.
 
화산 삼거리 정자나무는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다. 정확한 수령은 알 수 없지만 300년 이상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나무 옆에는 국토해양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설치해놓은 도로 및 해발 기준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그 기준점에 따르면 정자나무는 해발 59m, 경도 127도 13분 51초, 위도 36도 00분 01초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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