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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재골 사람들의 억척스러운 삶 2013-06-07

쑥재골 사람들의 억척스러운 삶

 

밭일을 마친 쑥재골 이용교 할아버지가 지게를 지고 집으로 들어서고 있다.
 
 
농사철 맞은 상관 쑥재골 사람들
 
농번기에는 부엌의 부지깽이도 일을 거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만큼 바쁜 시기다. 산비탈 돌밭을 일궈 사는 상관면 쑥재골(내아마을)에도 농번기가 왔다. 그 유명한 편백나무 숲 건너편에 쑥재골이 있다. 자연에 기대 순리를 살아가는 산골주민들의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슬쩍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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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밭 일하는 김기용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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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를 짊어지고 집으로 가는 고성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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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옥임 할머니가 콩을 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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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봉순 할머니가 머위를 끊어 집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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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실나무 지주를 세우고 있는 이용권 이장.

비는 그쳤지만 쑥재골로 가는 내내 공기는 습기를 잔뜩 머금어 촉촉했다. 산골짜기는 구름이 낮게 내려앉아 연둣빛 정취를 더했다. 죽림온천을 지나 남원방향으로 1km 남짓 교차로에서 우회전해 500여m 들어가자 정겨운 나무표지판이 시선을 붙잡았다. 왼쪽은 환작골, 오른쪽은 쑥재골. 쑥재골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려 차를 몰았는데 콘크리트길을 따라 들어가자 좁은 산골에 집이 하나 둘 길게 늘어서 있다. 쑥재골(내아마을)이다. 이곳에 35가구 70명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바랑을 맨 이영순(79) 할머니는 두릅을 따라 더 깊은 골로 들어가고 있었다. “남부시장가서 두릅 팔아야는 디 인자 없다”며 할머니는 낫을 이용해 두릅을 땄다. 가시가 있어 손으론 못 딴다고 했다. 할머니는 두릅채취 외에 비탈진 밭을 일구며 산다. 10평이 안 되는 작은 돌밭이다. 여기에 고추 스무 그루와 콩, 참깨 등을 곁들여 키울 생각이다. 작년에는 수수를 심었는데 바람맞아 다 넘어갔다.
쑥재골의 밭은 대개 계곡을 개간해 만들었다. 하여 비탈진 돌밭이 많다. 보기에도 밭은 고단하고 척박해 보였다. 마을버스가 다니기 시작한지도 불과 얼마 전이라고 하니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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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재골에 비가 그치자 김영순 할머니가 두릅을 따고 있다.

이상덕(70)씨는 비가 그친 틈에 오토바이를 타고 조팝나무 밭으로 향했다. 이씨의 밭은 환작골에 있다. 환작골은 그나마 경작지가 있어 쑥재골 주민들 상당수가 그곳까지 가 땅을 부쳐 먹는다. 이씨의 밭에는 조팝나무 모종이 가득했다. 산에서 씨앗을 채취해 키운 모종이다. 옆 밭에는 고추 4700포기가 자라고 있다. 이씨는 “낙산홍도 심었는데 잘 안 팔린다”고 했다. 조팝나무를 심은 곳은 원래 벼를 심었던 곳이지만 물을 대기 어려워 나락농사는 못한다. 쑥재골 안에는 논이 없어 벼농사를 짓지 못한다. 벼농사를 짓는 주민이 1명 있지만 그의 논도 남관에 있다. 하지만 부쳐 먹을 땅이 적어도 주민들은 모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김정례(66)씨는 “지금 종을 뽑아줘야 마늘이 실하게 자란다”며 마늘종을 한가득 뽑아오고 있었고 이순임(73)씨는 “뭐라도 해야 해서 날 좋으면 집에 있덜 못한다”며 깨밭에서 풀을 뽑았다. 머우대를 옆구리에 낀 손봉선(75)할머니는 매실나무에 약을 주고 오는 길이었고 김용만(71)씨는 펜치를 이용해 허리띠를 고치고 있었다.
김기용씨는 고추밭에 흙을 북돋아주고 있었다. 그는 일일이 손으로 풀을 뽑았는데 “일하기 싫은 사람들은 더러 제초제를 하는데 작물한테는 젤 나쁘고 사람이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60평에 고추 800포기를 심었다. “완두콩도 50평 심었는데 넝쿨이 예쁘게 뻗어 올라가도록 나뭇가지를 세울 생각”이다. 콩과 팥도 1마지기씩 심을 계획이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무리하지는 않을 작정이다.
선선한 아침저녁으로 일하고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는 가능한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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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옥임 어머니 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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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자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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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밭 일구는 김영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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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밭매는 박순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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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잎 따주는 이상덕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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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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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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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색감자를 캐는 이종수 위원장.
 

쑥재골에는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이 많다. 대개 화전이었던 곳이다. “옛날 화전을 일군 곳에 편백나무와 삼나무, 낙엽송을 심었는데 그 덕을 오늘날 보고 있지.” 경로당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던 이선례(79) 할머니는 각시 때 애 업고 나무 심으러 다녔던 기억을 되짚었다. 1970년대로 화전민 소개정책 때 일이다.
쑥재골은 칡이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마을사업으로 칡즙을 가공 판매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평야지대에는 짚을 농산물 포장재로 썼지만 이곳은 칡이 짚을 대신했다. 전주 남부시장 등에 가면 칡으로 묶인 농산물들이 더러 보이는데 이 물건은 쑥재골에서 나왔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모정 옆에는 다람쥐 생태체험장이 있어 자연과 함께 사는 마을임을 증명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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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경 전 이장이 복숭아밭을 돌보고 있다.


김옥님(79) 할머니는 비가 그치자 그 새를 못 참고 담배 밭 옆 돌밭에 콩을 심고 있었고 권영자(73)씨는 복숭아밭에서 돌을 고르며 풀을 뽑았다. 권씨는 복숭아나무 30여 그루를 홀로 키운다.
잘 자란 배추 한 단을 뽑아 집으로 가는 고성례(74) 할머니가 보였다. 할머니는 작은 밭에 고추 조금하고 상추, 배추를 심었다. 마을 최고 어른인 이재봉(90) 할아버지는 담배 순을 따주고 있었다. 담배는 6월에서 7월 사이에 따는 데 “담배 따서 엮어 말리고 수매까지 해야 해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했다. 담배를 수확한 뒤에는 배추와 콩을 심는다.
이용권(67) 이장은 “쑥재골은 워낙에 경작지가 없는 곳이어서 사람들이 부지런하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곳”이라며 “힘들어도 다들 긍지를 갖고 열심히 살아간다”고 했다.
집들이 돌담에 기대어 있듯 쑥재골 사람들은 산골에 기대어 있었다. 새들은 지척에서 노래했다. 해갈한 숲은 상큼한 향기를 더했다. 이 모든 게 말할 수 없이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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