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용진 사는 중증 지적장애 김성형씨(23)는 매일 아침 봉동에 있는 희망발전소 1호점으로 출근한다. 작년 봄부터 벌써 1년이 넘었다. 한때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지만 펑크가 나 놓아둔 자전거를 누군가가져간 뒤로는 줄곧 30분 정도를 걸어서 회사에 다니고 있다. 김씨는 9시쯤 출근해 출근부에 서명한 뒤 다른 직원들과 함께 간단한 체조로 일과를 시작한다. 방문한 날 성형씨는 동료 4명과 함께 폐현수막을 반듯반듯하게 개고 있었다. 이곳에서 성형씨의 일은 수거해온 폐현수막을 분류한 뒤 세척하는 일이다.

 

김성형씨가 수거해온 폐현수막 보따리를 풀고 있다.

희망발전소 1호점은 장애인 보호작업장으로 현수막과 간판을 제작하고 수거한 폐현수막을 활용해 에코백을 만드는 예비 사회적기업이기도 하다.
성형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 5일간 근무하는데 1시에 복지관에서 점심을 먹고 월급으로 35만원을 받는다. 그는 업무 능력이 좋아 다른 일도 척척해낸다. 현수막을 말리거나 각목을 끼우고 끈으로 묶는 일도 그중 하나다. 재봉실에서 에코백을 뒤집는 일도 하고 실밥제거 뒷마무리도 한다. 대개 일의 상황에 따라 이동해가면서 시간을 보낸다. 성형씨는 “단순 작업이다 보니 시키는 일만 할 수밖에 없다”며 “그 이상의 것은 할 수 없고 계속해서 지시받고 그런 것들이 좀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하는 일이 무척 재밌다”며 “맡겨만 준다면 밖에서 현수막을 가져오고 선별하는 일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희망발전소 1호점 직원들이 폐현수막을 재단하고 바느질, 재봉틀로 에코백 등을 만들고 있다.

성형씨는 동생 성민씨의 소개로 이곳을 알게 됐다. 그는 “엄마와 상의한 뒤 (일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장애인 보호작업장은 일종의 직업훈련기관의 역할을 겸하고 있어 다양한 직무교육을 받을 수 있다. 성형씨의 엄마도 동생 성민씨도 모두 지적장애인이다. 성민씨는 이곳에서 일하다 다른 공장에 취업했다. 이곳에서 일하다가 다른 곳에 취업하는 장애인들이 꽤 있다. 이들은 대개 제조공장으로 간다.
직원지도교사 이기연씨는 “성형이는 워낙에 사회성이 밝아서 잘 적응하고 있다. 게다가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편이어서 흐뭇하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 김복식씨는 “성형이는 착하다. 계속 잘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희망발전소 1호점은 장애인 20명과 비장애인 11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폐현수막 에코백과 파우치, 앞치마 등 4~5개의 재활용품을 만들고 있다. 완주로컬푸드 직매장 효자점에서 사용하는 한아름 상자도 여기서 만들고 현수막과 간판도 제작한다.
성형씨는 “날마다 나와서 일하니깐 재밌다”며 “앞으로 잘 배워서 좋은 데 취직하고 싶다”고 했다.

 

장애직업재활시설은 근로작업장과 보호작업장으로 나뉜다.

근로작업장은 최저임금을 줘야하고 보호작업장은 탄력적으로 주고 있는데

직무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최저임금의 30~40%를 주고 있다.

보호작업장의 작업시간은 길지 않다. 완주에는 장애인 보호작업장 3곳과 근로작업장 1곳이 있다.

 

△폐현수막 에코백, 장바구니, 앞치마 제작 △상여꽃과 마스크 임가공

△명함, 전단, 리플릿, 스티커, 청첩장, 판촉물, 답례품, 각종 행사용품, 간판, 현수막, 배너 등의 인쇄홍보물.

문의 063-262-1602.

 

 

 

 

- 희망발전소 1호점이 하는 일은.

현수막을 제작하고 있다. 디자인해서 인쇄까지 다한다. 또 수거해온 폐현수막으로 에코백과 앞치마, 시장바구니를 만들고 있다. 파우치도 만든다.
임가공으로 상여꽃과 마스크도 제작하고 있다. 임가공은 일정한 돈을 받고 가공하는 일로 인형 눈을 붙이는 일 등의 아주 단순한 작업이다. 여기서 장애인들은 폐수막을 세척·건조하거나 각목을 끼워 끈을 연결하는 일을 한다.
또 바느질 된 에코백을 뒤집거나 실밥을 뜯어내는 일도 장애인 근로자들의 몫이다.

 

1호점 이희준 원장

 

 

- 애로사항은.
임가공 같은 경우는 단가가 너무 낮다. 하나에 15~25원 받는다. 지금 하고 있는 마스크 작업 같은 경우는 계절을 타기 때문에 금방 끝난다. 일 년 열두 달 꾸준히 할 수 있는 임가공 일감이 필요하다.

 

- 다른 문제는 없나.
인력적인 면에서 원장과 훈련교사 2명이 전부여서 관리 인원이 부족하다. 공간도 좁다. 쉴 공간이 없어서 일을 하다 중단하고 쉬는 경우가 많다. 판로문제도 심각하다. 판로를 뚫기 위해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있다. 얼마전 열린 그린웨이 축제장에 가서도 홍보활동을 했다.

 

- 폐현수막을 활용해 제품화할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
작년 2월 원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면접 때 제안해 약속한 사업이다. 당시 희망발전소 1호점은 문을 연지 5년쯤 됐는데 또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다. 에코백 샘플을 가지고 전북도청이니 장애인복지관이니 다 쫓아다녔다. 마트도 가고 대학축제장도 가고 했다. 반응이 무척 좋았다. 한 번이라도 더 쓰고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다. 현재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에코백을 쓰고 있다.

 

- 체험장 운영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조만간 공장 한편에 체험장을 만들어 에코백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초대해서 자기만의 에코백을 만들어가도록 할 생각이다.

 

- 추진하는 다른 일이 있나.
경기도 어디쯤에서 폐현수막을 이용해 제설용 모래자루를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한번 모래자루를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또 비닐보다 친환경적인 폐현수막을 활용해 농가용 멀칭패드를 시범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