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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내수면자율관리공동체 2013-04-17

완주 내수면자율관리공동체

 

4월 4일 오후 4시 완주군 고산면 완주 내수면 자율관리공동체 마당에서 공동체 회원들이 잡아온 배스를 수매하고 있다.
 
4월 3일 오후 4시 고산읍내 만경강 건너편에 위치한 완주 내수면자율관리공동체(위원장 민국열·이하 자율관리공동체) 마당. 승합차에서 한 눈에 봐도 묵직한 포대자루를 하나 둘씩 내려놓자 역겨운 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다른 SUV차량 짐칸에서도 커다란 플라스틱 통의 뚜껑을 열자 비린내가 진동한다.

잠시 후 1톤 포터 트럭이 들어오자 포대와 플라스틱 통에 든 물고기를 저울로 무게를 잰 뒤 트럭에 싣는다. 물고기는 언뜻 봐도 수백 마리가 넘게 보였고 어른 팔뚝보다도 큰 것들도 많았다. 배스였다. 배스는 토종어류의 새끼를 마구잡이로 먹어치운다는 외래어종으로 퇴치대상이다. 이날은 완주에서 내수면 어부들의 그물에 걸린 배스를 수매하는 날이다.

4~5명이 싣고 온 배스를 일일이 무게를 달아보니 모두 440㎏이었다. 30여 분간 진행된 배스 수매는 이렇게 끝났고 다음날 같은 시각에 수매가 또 이어진다고 했다. 수매된 배스는 퇴비나 사료 가공업체로 운반돼 처리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스 수매는 완주군 농업기술센터 지원을 받아 자율관리공동체 주관으로 이뤄진다. 외래어종 퇴치사업으로 진행하는 배스 수매는 토, 일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후 4시 이곳 자율관리공동체 사무실 마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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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내수면자율관리공동체 회원들이 4월 4일 배스를 수매한 뒤 서명하고 있다.

자율관리공동체는 완주지역 내수면 어업 종사자 및 관련 회원 4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중 20여명은 어업을 주업으로 삼고 있으며 나머지 절반은 어업을 하면서 다른 일도 함께 하고 있다. 주로 고산, 경천, 화산, 삼례, 용진 지역의 사람들이 가입돼 있으며 2007년에 출범했다.
만경강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어종변화가 일어났는데 특히 용담댐이 축조돼 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용담댐물은 지하로 연결된 물길을 따라 만경강에 이른다.

이는 물 순환차원에서는 좋지만 고기 잡는 사람들에게는 안 좋다. 댐 바닥의 차가운 물이 유입돼 수온이 낮고 또 수량이 많아져 보호어종의 서식처를 없앴다.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뒤 요즘 다소 회복하고 있지만 그 속도는 무척 더디다. 게다가 용담댐 물을 따라 외래어종이 유입돼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특히 배스는 식성이 워낙 좋아 붕어 등의 씨를 말렸다.

자율관리공동체는 어족자원 조성과 환경정화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원들은 일주일에 2~3차례씩 정화활동에 나서고 주기적으로 방류사업을 펼친다. 자치단체 지원으로 이뤄지는 배스 수매사업 등의 유해․외래어종 퇴치사업도 어족자원 조성사업의 일환이다.

자율관리공동체는 구간별로 어로 휴식년제를 두고 있다. 민국열 위원장은 “완주지역 어로 구간이 넓은 것 같아도 휴식년제 구간을 제외한 지역에서 어로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크지 않다. 불만도 있지만 미래를 위해 참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 위원장은 휴식년제를 통해 어자원이 늘어나면 조업시간이 단축되고 고기도 작은 것보다 큰 걸 잡아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천을 찾는 시민들과의 친화사업도 전개할 예정이다. 올 여름에는 어로 허가구간 중 오성교 전후 500m와 마그네다리 전후 500m를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이곳은 원칙적으로 면허가 없는 사람들은 어로행위를 할 수 없는 구역이다.

민 위원장은 “어로구간을 개방한다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생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구간은 금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배를 이용한 고산천 생태체험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래프팅용 배도 준비해 놨다. 구간별 생태환경과 어종을 소개할 생각이다.

자율관리공동체는 자원보존을 위해 공사현장도 방문하고 있다. 현재 뚝, 공원조성, 제방공사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고산 상류에만 4개의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천개발로 산란처인 수초지대가 사라지고 있다. 자율관리공동체는 공사발주기관을 일일이 방문해 무분별한 공사로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훼손된 자원을 복원할 수 있도록 어족자원 방류사업비가 공사비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요구하고 있다. “채장채포 고기가 크려면 몇 년이 걸리지 몰라요. 공사피해에 어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주고 마는 식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기본적으로 생태계 복원에 초점을 두고 가야 하는 것이죠.”

민 위원장은 “지금까지의 어업형태는 잡는 어업이었지만 이제는 자연과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이 지역에 맞는 사업을 펼쳐야 한다”며 “하천자율관리공동체는 하천을 스스로 관리하고 지키면서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그대로 자율관리공동체”라고 말했다.
 
 
민국열 위원장 "잡는 어업에서 이젠 지키는 어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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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공동체가 출범하기 전까지 완주지역 어업계원들은 개별적으로 어로활동을 벌였어요. 하지만 하천 생태계가 급변하고 내수면 어업환경이 열악해지면서 회원들은 위기의식을 느꼈고 힘을 모아야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어업계 회원들은 자연스레 내수면자율관리공동체로 뭉쳤습니다.

공동체가 자리를 잡기까지 무척 힘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이 내규를 만든 것인데 이를 어기면 탈퇴시키는 아주 강력한 내규였죠.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반감이 컸어요. 나이 드신 분들은 이를 무시했고 ‘네 것도 아닌 냇가에서 돈을 들여서 그러냐’며 따지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루, 한 달, 일 년을 노력하니 되더군요. 지금은 90%의 참여율을 자랑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내수면과 해면을 합쳐 전국적으로 900여개의 공동체가 있습니다. 농림식품부(지금의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해마다 우수공동체를 선정하고 있는데 우리 공동체는 3년 연속으로 선정됐어요.

우리나라의 어업은 잡는 어업에서 지키고 관리하는 어업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게 우리 공동체의 목표입니다.
 
 
"배스 너 때문에 못살겠다"
 
화산에서 가든을 운영하는 한형수씨는 배스 때문에 “못살겠다”고 하소연이다.
한씨는 “6~7년 전까지만 해도 경천저수지에는 배스가 없었는데 최근에는 급격히 늘어났다”면서 “아무리 잡아도 소용이 없다”고 푸념했다.

한씨는 배스 수매가 열린 4월 3일 오후 4시 자신의 SUV차량 짐칸에 플라스틱 통 5개에 배스를 가득 싣고 왔다. 최근에 잡은 배스를 수매하기 위해 온 것이다.
배스퇴치를 고민하던 한씨는 어느 날 사람들이 많이 먹게 해 없앨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우선 친구들을 자신의 음식점으로 초대했다. 편한 사람들의 시식회를 통해 판매가 가능할 지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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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배스가 겉으로 보면 마치 농어처럼 생겼잖아요. 그래서 싱싱한 배스를 회로 떠서 준비했고 갖은 양념으로 매운탕을 끓여 내놓고 맛보도록 했어요. 그런데 웬걸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다시는 부르지 말라고 하더군요. 정말 맛이 없더라고요.”
배스 고기를 팔려고 한 한씨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실제로 배스는 강한 비린내 때문에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스는 또한 일부 이기적인 낚시꾼들 때문에 마구 퍼지고 있다고 한다. 손맛을 즐기려는 낚시꾼들이 배스낚시를 즐기고 있다.
 
한씨는 “문제는 배스를 잡은 뒤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 하는데 대부분 먹을 생각이 없다보니 도로 놔주는 사람이 많다. 잡았던 곳에 놔주는 사람은 그나마 양반이다. 일부 생각 없는 사람들은 엉뚱한 곳에 배스를 풀어놓고 가는데 이런 행동이 배스를 확산시키는데 일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스가 어류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익히 알려져 있다. 어족자원 조성은 배스문제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한씨는 “낚시꾼들도 배스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퇴치활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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