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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강 어부 우병관씨 2013-04-17

만경강 어부 우병관씨

 

만경강 어부 우병관시가 4월 4일 오전 6시 40분 만경강 어우보 근처에서 그물로 잡은 고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욕심부려 되는 게 아녀, 주는 만큼 가져 가야지"
 
우병관(58·완주군 고산면)씨는 만경강 어부다. 올해로 쉰여덟인 그는 고산에서 나고 자랐다. 군대 생활을 빼놓고는 고향 만경강에서 평생을 어부로 살아 왔다. 햇수로 40년이 족히 넘는다. 그물질로 남매를 키워낸 그에게 만경강은 밭이자 논이요, 지켜내야 할 생명의 곳간이었다.

우씨는 4월 4일 새벽 동이 트자마자 평생의 일터인 만경강으로 나왔다. 1톤 트럭에 싣고 온 고무보트를 강에 띄운 뒤 고무보트 꽁무니에 전자식 프로펠러 모터를 부착했다. 모터는 전날 그물을 쳐놓은 강 중심으로 이동할 때 쓰기 위한 추진체다. 항상 그렇듯 긴 대나무 장대도 챙겼다. 보트 위에서 발로 스위치를 연결하자 프로펠러가 돌아갔다. 보트는 천전히 움직여 강 가운데로 이동했다. 우씨는 그물의 위치를 확인하고 멈춰 섰다. 이때부터 배터리로 움직이는 추진체는 쓸모가 없다. 대신 긴 대나무 장대를 이용해 이동한다. 우씨는 장대에 의지해 천천히 그물을 거둬 올리기 시작했다.
“어라~ 오늘은 고기가 좀 나오네.” 우씨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물을 몇 번 더 잡아당기자 붕어, 빠가사리, 갈겨니, 모자, 각시붕어 등이 줄이어 올라왔다. 그는 “요새는 고기가 별로 없는데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며 좋아했다.
우씨는 어려서부터 고기잡는 걸 좋아했다. 군대 가기 전에도 고기를 많이 잡았다. 제방 너머 장마 지고 물 빠지면 물 막고 품어서 고기를 잡곤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는 가을에 콩밭에서 참기(참게)잡고 그랬지. 나락 비면서 미꾸라지 잡고.” 옛날에는 함석 한 장으로 된 쪽배를 탔다. “지금은 높이라도 높지. 8치 정도 그물이 조금만 무거워도 물이 잘랑잘랑해서 위태위태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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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관씨가 만경강에서 보트를 타고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

그물질에 관한한 장인에 가까운 솜씨를 자랑하는 우씨는 무턱대로 그물을 놓지 않는다.  “힘이 없어서 일주일에 한두 번도 못해. 젊은 친구들은 애들 키우고 해서 날마다 작업하다시피 하는데 나는 주문이 있거나 고기가 나올 즈음 날을 골라서 그물을 치지.”

고기도 음력으로 22일이 넘어야 좀 잡힌다고 했다. 달 밝으면 활동을 반절도 안하기 때문이다. 그물이 팽팽해도 안 되고 물살이 샌 곳도 안 된다. 그물이 좀 느슨해야 고기가 와서 붙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IMF 전까지만 해도 수입은 괜찮았다. 붕어즙이 잘 나갈 때였다. 토종고기 메기, 빠가사리, 장어, 자라 그런 게 많았다. 예전 전주보가 있었을 땐 장어도 많았다. 하지만 콘크리트보가 생긴 이후론 찾아 볼 수 없다. “옛날에는 양식이라는 것이 없었어. 가든하는 사람들이 새벽이면 2명이고 3명이고 고기 달라고 쫓아왔어. 잡아놓으면 집에서 그렇게 팔았지.” 그러다가 양식이 생기고 그러면서 뜸해지고 판매가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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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씨가 잡은 고기는 대부분 단골들에게 팔려 나간다. 잡어 1관(4kg)에 4만원 돈이다. 일부는 전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부인이 조리를 해서 판다.
그는 이날 13개의 그물을 걷어 올렸다. 그물 하나의 길이는 60m에 이른다. 모두 걷어 올리는 데만 1시간 가량이 걸렸다. 그물에서 고기를 떼어 내 분류하고 그물을 정리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지금이 산란기라 붕어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그물 20개 놔야 붕어 3~4마리 잡힐 때도 있다고 했다. 그만큼 서식환경이 나빠진 것이다.

“콘크리트보가 생기면서 강도 많이 변했으니 어쩔 수 없지만 씁쓸한 건 사실이야. 그래도 자연이 주는 만큼만 가져가야지 어쩌겠어. 욕심 부린다고 되는 게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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