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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꽃이 얼마나 예쁜지 아세요?2013-01-23

부추꽃이 얼마나 예쁜지 아세요?

 

녹색 삶을 디자인하는 완주CB공동체 에버팜
 
에버팜은 요새 완주군 공동체창업보육센터에 정원형 텃밭을 만들고 있다. 얼마 전엔 코엑스 친환경 유기농박람회에 재생정원 텃밭을 전시했다. 텃밭은 버려진 소주병과 벽돌, 커피원두자루 등을 재활용해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원두자루는 화분이 됐고 소주병이나 조경하자목은 정원을 지키는 울타리가 됐다. 징이나 가스통은 간판이, 약품용기와 우산은 빗물받이 통이 됐다. 이름 하여 재생정원. 그곳에 친환경 작물과 조경수를 심었다. 에버팜의 손을 거친 폐자원은 다시 쓸모를 드러냈고 공간은 순환적 삶을 증명하는 생태교육장으로 재구성됐다.  

에버팜(대표 최숙·30·완주 공동체기업)은 정원형 텃밭을 디자인한다. 텃밭교육을 진행하고 정원과 텃밭에 필요한 자재도 판다. 최숙씨는 “너와 나, 우리가 살아갈 공간을 함께 가꾸어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에버팜은 올해 4월 설립됐지만 그 출발은 2011년이다. 최숙, 조정림(43), 황정택(27)씨는 그해 완주 퍼머컬처대학에서 만났다. 퍼머컬처대학은 생태적·공생적 삶을 살고자하는 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로 인문학, 환경생태학, 사회경제학, 농촌경영학, 적정기술, 요리, 집짓기 등 생태적 삶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곳이다.

최씨는 스승의 권유로, 조씨는 휴식차, 황씨는 진로모색을 위해 입학했다. 세 사람은 금세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정서와 공간에 맞는 새로운 것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정원형 텃밭을 떠올렸다. 작은 마을 하나로 유명한 관광지가 된 외국의 사례처럼 교육현장인 완주에서 시작해 점차 늘려 나가자는 목표를 세웠다. 에버팜은 그해 7월 완주 예비커뮤니티비즈니스(CB·공동체기업)으로 선정됐고 올 4월 본 커뮤니티비즈니스가 됐다.

에버팜의 중심사업은 정원형 텃밭과 텃밭교육이다. 이 일은 보람 있지만 수익성은 크지 않다. 들어가는 노력과 인건비 등을 계산하면 되레 마이너스일 때도 있다. 하지만 최숙씨는 일이 매우 즐겁다.

“당장의 수익을 생각하면 지속할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흙을 가까이 하며 사는 사람들은 이 감정을 잘 알 것 같아요. 몸이 흙투성이가 될수록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는 중요하다. 또 사업이 지속되려면 수익이 있어야 한다.
이들은 궁리 끝에 텃밭가방(에버백)을 만들었다. 텃밭가방은 커피원두자루와 코코넛껍질, 면 등의 천연소재로 만들었는데 폐자원의 재활용이라는 가치 외에 자연스레 자연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조정림씨는 “일정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적당히 부식되고 또 알맞게 곰팡이 꽃이 핀다”며 “약품처리하면 오래가게 할 수 있지만 그건 에버팜이 그리는 미래가 아니”라고 말했다.
자연에서 얻어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제품이다. 텃밭가방용 흙도 개발했다.

얼마 전 이를 이용해 서울 모 초등학교에 500m 꽃길을 만들었다. 텃밭가방의 판로는 박람회 등의 현장판매와 블로그 등을 통한 주문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에버팜의 멘토 격인 조정림씨는 서울에서 오랫동안 조경사업을 해왔는데 그는 요새 작물을 관상용으로 접근하고 있다.

“봄에 심은 부추에 이제 막 꽃이 올라왔어요. 부추 꽃이 얼마나 예쁜지 아세요?” 조씨는 “작물은 먹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또 하루하루 키우는 재미가 눈으로 보여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 조씨는 요새 작물공부에 한창이다. 작물의 특성을 알아야 정원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와 자라는 속도, 자랐을 때의 모양, 꽃과 과실의 유무 등 헤아려야 하니 할 일이 참 많다.

정원형 텃밭은 정원과 텃밭이 6대 4 비율로 설계된다. 포인트는 정원수, 배경은 관상용 작물이 되는 셈이다. 50평을 기준으로 20여일이 소요된다. 디자인은 고객의 취향을 적극 수용하되 전문가적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정원형 텃밭은 정원과 텃밭의 장점을 결합한 개념이다. 정원보다 비용이 훨씬 싸고 텃밭보다 보기 좋다. 보는 즐거움, 가꾸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을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정원형 텃밭은 도시공원이나 옥상정원, 주택정원, 자투리 공간, 아파트 베란다 등 다양한 공간에 조성할 수 있다.

에버팜은 현재 아파트 숲인 전주 하가지구에 커뮤니티가든(시민농원)을 만들고 있다. 또 공부방과 몇몇 초중고에서 스쿨팜을 운영한다. 스쿨팜은 학교에 정원텃밭을 조성하고 그 곳에서 텃밭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같은 형태는 장애인시설이나 의료․요양시설 등에 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에버팜은 또 이동식 농막과 생태화장실도 짓고 있다. 농막은 위층은 휴식공간으로, 아래는 농기구 등을 보관할 수 있게 설계했다.
황정택씨는 “몸을 써 일하면서도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게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가꿀 때는 몸을 써야 하고 설계할 때 머리를 써야 한다.
최숙씨와 황정택씨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밤엔 CAD를 배우고, 주말엔 원예치료 등의 관련 강의를 찾아다닌다. 말 그대로 쉴 새 없이 일하고 공부하는 셈이다.

황정택씨는 장래에 농장을 하나 갖고 싶다고 했다. 작물을 키우고 가공하고 체험할 수 있는 농장. 이는 최숙씨의 10년 후 꿈이기도 하다.
“나만의 소유가 아닌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이 이들이 꿈꾸는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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